2세 승계 돈줄 마련? ‘배꼽이 더 큰’ 경동제약의 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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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승계 돈줄 마련? ‘배꼽이 더 큰’ 경동제약의 배당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7.05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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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배당 꼼수’ 중단했다가 지분 증여 받은 이듬해부터 부활
류기성 부회장 증여세 100억원 재원 마련 위한 고배당 정책?
실적 줄어도 배당 늘려… 심지어 순익보다 많은 배당금 지급
왼쪽부터 류기성 부회장과 류덕희 회장.
왼쪽부터 류기성 부회장과 류덕희 회장.

경동제약이 승계 시점에 맞춰 배당방식을 바꾸는 기묘한 정책을 펼쳐 이목이 쏠립니다.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한 꼼수 배당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한 대목입니다.

경동제약의 창업주 류덕희 회장이 지난달 30일자로 퇴임하면서 장남인 류기성 대표이사 부회장에게로 경영권이 넘어갔는데요. 류 회장은 1975년 경동제약 전신인 ‘유일상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경동제약’으로 사명을 바꿔 회사를 운영한 지 46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류덕희 회장이 퇴임 후에도 명예회장으로서 회사 경영 전반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자문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류 회장이 물러나면서 경동제약 대표는 기존 류덕희·류기성 2인 체제에서 류기성 부회장 단독 체제로 운영됩니다. 이로써 2세로의 경영승계가 완성됐다는 시각입니다.

류기성 부회장은 올해 3월 31일 기준 17.51%의 지분으로 경동제약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이는 아버지인 류덕희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 받은 덕인데요. 류덕희 회장은 2019년 류기성 부회장에게 회사 주식 190만주(약 165억원)를 증여했습니다. 류기성 부회장은 2018년까지는 지분 6.61%로 2대 주주에 불과했지만 주식 증여를 받으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 것입니다.

류 부회장이 주식을 증여받음으로써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속세율은 50%이지만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의 경우 할증이 붙어 최고 65%까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류기성 대표는 지난해 지분 5%를 늘리면서 은행으로부터 빌린 120억원에 대한 대출금도 갚아야 합니다.

결국 경영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상속세와 대출금 납부 재원 마련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공교롭게도 경동제약은 주식을 증여한 이듬해부터 배당정책을 변경합니다. 2015년부터 없앴던 중간배당을 2020년부터 부활한 것인데요.

특히 2015년부터는 중간배당을 없애는 대신 결산배당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없앤 중간배당 금액 부분을 채웠습니다.

최근 10년간 배당금액을 살펴보면 중간배당을 실시한 2011~2014년 결산배당금액은 47억원→47억원→59억원→59억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중간배당까지 합치면 59억원→59억원→71억원→71억원입니다.

중간배당을 없앤 2015~2019년 총 배당금액은 71억원→82억원→94억원→71억원→95억원입니다. 결국 중간배당을 없앤 것은 보여주기 식이었을 뿐 그 금액만큼 결산배당에 몰아준 셈이죠.

경동제약 지분은 류기성 부회장(17.51%)을 비롯해 류덕희 회장의 동생인 류찬희(3.46%), 그리고 류 회장 자녀인 류기연(2.21%), 류연경(1.79%), 류효남(1.25%) 등 오너 일가가가 44.27%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배당금의 절반가량이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입니다.

이 같은 배당정책 변경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당연히 최대 지분을 소유한 류기성 부회장입니다.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한 배당정책 변경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한 대목입니다.

경동제약 CI
경동제약 CI

경동제약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중간배당을 실시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중간(분기)배당을 위한 주주명부폐쇄(기준일) 결정’을 공시하고 “1주당 배당금 및 지급일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올해 중간배당은 지난해와 같은 1주당 100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10년간 중간배당을 실시한 내용을 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주당 100원을 책정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100원이 책정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이와 동일한 수준이 될 것이란 것이 업계의 전망입니다. 이럴 경우 올해 지급되는 중간배당 총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24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실적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배당금 규모는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동제약의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2018년 1793억원에서 2019년 1765억원, 지난해 1738억원으로 줄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2018년 204억원에서 2019년에는 245억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189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53억원→228억원→129억원으로 둘쭉날쭉합니다.

하지만 배당금은 2018년 71억원에서 2019년에는 95억원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134억으로 대폭 증액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 해 당기순이익(129억원)보다도 많은 134억원을 배당하면서 배당성향은 104.4%를 기록합니다.

배당성향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당기순이익을 넘어서 그간 쌓아놓은 잉여금마저 끌어 모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미래 투자를 위한 곳간을 비우면서까지 오너 친화정책을 편다는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경동제약의 최근 3년간 배당성향 역시 상당히 높은데요. 2018년 133.6%, 2019년 41.5%, 2020년 104.4% 등 평균 93.2%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배당금만으로 류기성 부회장이 받은 금액은 지분율(17.51%)에 따라 23억4600만원입니다. 오너 일가는 총 59억3200만원을 챙겼습니다.

기업의 고배당정책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막강한 지분을 행사하고 있는 오너 기업이라면 말이 달라집니다. 미래 투자보다는 오너 일가 주머니 챙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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