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사라지니 ‘1979년생’도 사라진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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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 사라지니 ‘1979년생’도 사라진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7.01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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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소매치기 발생건수는 2011년 2378건이었지만, 2019년에는 535건으로 줄었다. 매일 6.5건 일어나던 범죄가 하루 1건 수준(1.46건)으로 줄었다. 현금 사용이 줄고, 카드거래 내역이 기록되고, CCTV와 블랙박스가 지켜보면서 ‘손 쓸 곳’을 잃고 있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소매치기 발생건수는 2011년 2378건이었지만, 2019년에는 535건으로 줄었다. 매일 6.5건 일어나던 범죄가 하루 1건 수준(1.46건)으로 줄었다. 현금 사용이 줄고, 카드거래 내역이 기록되고, CCTV와 블랙박스가 지켜보면서 ‘손 쓸 곳’을 잃고 있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지갑이 얇아지자 소매치기가 사라졌다.”

지난 3월 16일, 한국은행은 <2020년 지급결제 동향>을 내놓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대금을 치른 10건 가운데 4건은 ‘비대면’입니다. 은행 창구 등이 아닌 휴대폰이나 PC를 통해 돈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얼굴 마주칠 일이 없으니 당연 지갑이 얇아지고 범죄도 줄어듭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매일 7건이던 소매치기 범죄가 8년 뒤 1건으로 줄어듭니다.

지난해 지급결제 가운데 39.6%는 '비대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지급결제 가운데 39.6%는 '비대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무인점포’. 사람 없이 자동화 기계를 갖추고 물건이나 서비스 따위를 파는 가게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은행들도 무인점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유인점포는 점차 줄여 올해 1분기에만 주요 시중은행에서 1200여명이 떠났습니다. 반면 점포 없이 온라인 네트워크로만 장사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직원을 늘리고 있어 대조를 이룹니다.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이 판교 오피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이 판교 오피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임직원이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임직원 1023명을 기록한 카카오뱅크는 2017년 390명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듬해 603명으로 몸집을 불리더니 2019년에는 786명, 지난해에는 913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100명 이상의 직원을 뽑으면서 1000명을 돌파한 것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임금 상승률도 높아 올해 직원 대부분이 ‘억대 연봉’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7900만원이지만, 이는 여직원의 30%가 기간제 직원이기 때문입니다. 남성 직원만 따지면 9700만원으로, 시중은행과 견줘도 적지 않은 연봉입니다. 특히 올해는 상장을 앞두고 있어 스톡옵션과 우리사주 등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직원을 줄이는 추세인 오프라인 은행과 달리 인터넷 은행의 ‘채용 역주행’은 개발인력 비중이 높은 이유도 한 몫 합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직원의 83%가 40세 이하인 카카오뱅크의 임직원 가운데 약 40%는 IT 전문 인력입니다. 이는 최근 카카오뱅크 직원들의 몸값이 높아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 3년 동안 500억원을 투자해 우수 인력 채용을 늘리고, 차별화된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IT 전문 인력뿐만 아니라 고객서비스, 리스크, 비즈니스 등 다양한 직무 분야에서 꾸준히 일자리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한은행이 하반기에도 전국 40여개 점포를 폐쇄한다. 상반기 이미 폐쇄한 6개 점포를 포함하면 올해에만 약 50개의 점포의 문을 닫는 것이다. 사진은 신한은행의 무인화 점포.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이 하반기에도 전국 40여개 점포를 폐쇄한다. 상반기 이미 폐쇄한 6개 점포를 포함하면 올해에만 약 50개의 점포의 문을 닫는 것이다. 사진은 신한은행의 무인화 점포. /사진=신한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새로운 형태의 은행을 나라에서 만들어준 만큼 사회적 책무도 따라야 한다며 여러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부러움과 함께 기존 은행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매출 순수익 대비 직원은 너무 적네. 이런 회사는 자기들 배불리지 일자리나 나라에 도움 안 되는 회사다” “시중은행보다 지점도 없고 판관비도 훨씬 적을 텐데도 예대마진은 시중은행보다 큼. 정부에서 승인해준 취지인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직원과 주주들의 배만 불리는 구조임. 누가 한번 감사나 조사 한번 해봤으면 좋겠음. 엄청난 고구마줄기 나올 수도 있음” “죄다 it 인력” “비대면으로 장사하는 거면 시중은행보다 조건 좀 좋게 하자 대출이건 적금이건 조건은 별로임”.

“나도 채용해주라!” “나 데리고 가지 않으면 후회합니다” “저 뽑아주세여” “상장하면 시중 은행들 쌈 싸먹읍시다! 따상 가즈아!!” “일자리가 없는 이런 때에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을 보니 보기 좋습니다. 좋은 복지 시설과 조직문화도 좋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행보 기대하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KB국민은행은 2만4000명에 나이 70대 중반 할아버지가 회장 하고 있다. 그러니 경쟁할 수 있남. 만날 나이 먹은 임원들은 자리 지키고 젊은 애들만 퇴직 시키지” “기존은행은 전국인데 지방일자리 빼앗아 서울 일자리 늘리나” “시중은행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자구책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시 말해 이미 거대한 공룡이 되어버려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혁신안을 생각해낼 수 없는 상태이다”.

1979년 12월 서울 명동의 조흥은행 지점에 현금 자동지급기(ATM·Automated Teller Machine)가 처음 설치됐다. 사진은 당시 신문광고.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SNS
1979년 12월 서울 명동의 조흥은행 지점에 현금 자동지급기(ATM·Automated Teller Machine)가 처음 설치됐다. 사진은 당시 신문광고.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SNS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문을 닫은 4대 시중은행 영업점포는 ▲KB국민은행 63곳 ▲하나은행 52곳 ▲우리은행 43곳 ▲신한은행 19곳이었습니다. 이 같은 몸집 줄이기를 반영하듯 희망퇴직 연령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은 1980년생 이상입니다. 4년 전 ‘1971년생’보다 열 살 가까이 당겨졌습니다.

“사람을 쫓아낸 기계가 기계한테 쫓겨나네”. 정확히 은행원을 쫓아낸 기계는 1979년 12월생 현금 자동지급기(ATM·Automated Teller Machine)입니다. 2018년 34.3%이던 ATM을 이용한 입출금과 이체비중이 지난해 22.7%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1979년생 동갑내기 은행원들도 희망퇴직 대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구인난이 이렇게 바뀔 지도 모릅니다.

“은행에서 일할 기계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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