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팔고 직원 잘라도… ‘시계제로’ 하나·모두투어
상태바
건물 팔고 직원 잘라도… ‘시계제로’ 하나·모두투어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29 1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투어, 코로나 이후 300여명 감축… 본사 사옥까지 매물로 내놔
모두투어,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 직원 급여는 3분의 1토막으로
“업황 가망 없어, 생존 위해 인력 감축 불가피”… 직원에 고통 전가?
모두투어 본사 사옥/사진=모두투어
모두투어 본사 사옥/사진=모두투어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도 끝까지 버텼던 국내 여행업계가 매출 제로(0) 상황이 이어지면서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국내 여행업계 양대 산맥을 이루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연이은 적자에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가 하면 사옥까지 팔아치우며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생존이 쉽지 만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아무리 힘들어도 고용을 유지하며 꿋꿋하게 버텨나갔던 모두투어는 코로나19를 이기지 못하고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수모까지 겪고 있습니다.

업계 1위 하나투어는 적자 확대 기조에 지난해 주3일 근무에 이어 무급휴직에 돌입한 바 있는데요. 결국 올해 초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하나투어 측은 “여행업계는 이미 존폐 기로에 섰다”며 “불가피하게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800명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노조 측은 전 직원의 90% 수준인 2000명이 구조조정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하나투어는 전체직원 2300명 중 필수인력 200명을 제외한 전 직원이 지난해 6월부터 무급휴직을 시행했었습니다.

실제로 하나투어의 직원 수는 올해 1분기에만 수백명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하나투어의 직원 수는 코로나가 창궐한 2019년 12월 31일 기준 2500명이었는데요. 1년 후인 2020년 12월 말 2226명으로, 274명이 감축됐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초 희망퇴직을 받은 직후인 1분기에는 2158명으로 68명이 감축되는 등 1년 3개월 만에 342명이 줄어들었습니다.

이 기간 급여도 대폭 줄었습니다. 2019년 말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3600만원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지난해 평균 급여는 1800만원으로 1년 새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올해는 더 감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1분기까지 평균급여가 400만원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평균급여는 1600만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급격한 실적 하락에 따른 것인데요. 하나투어의 2019년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6146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확대된 2020년 실적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적자로 전환하는데요. 매출액은 1096억원으로 전년대비 5분의 1토막이 나더니 영업이익은 -1149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섭니다.

올해 1분기에도 적자 기조는 이어집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0억원으로 전년 1분기 869억원의 12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합니다. 영업손실은 전년 219억원에서 417억원으로 2배 불어납니다.

결국 하나투어는 인원 감축도 모자라 사옥마저도 매각하는 단계에 이르릅니다. 하나투어는 올해 초 서울 공평동에 있는 하나빌딩 사옥을 940억원에 매각하려고 했으나 불발된 적이 있는데요.

최근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자사 소유의 티마크호텔을 950억원에 매각하면서 1차 고비는 막았으나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 놓이면서 또 다시 본사 사옥 재매각에 나섰습니다. 매각가는 1차 때와 비슷한 900억원대 후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10여개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입찰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하반기에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나투어 본사 사옥/사진=하나투어
하나투어 본사 사옥/사진=하나투어

업계 2위 모두투어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모두투어의 경우 최근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까지 실시하고 있습니다. 임원을 대상으로 일괄사표를 받은 모두투어는 지난 25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내용의 사내 공지를 낸 것입니다. 희망퇴직 접수는 다음달 1일부터 9일까지입니다. 모두투어는 그동안 유급 휴직을 유지하다가 이달부터 무급 휴직으로 전환한데 이어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희망퇴직을 받게 된 것인데요. 희망퇴직자에게는 근속 연수에 따른 위로금과 전직 지원금, 자녀 학비 등이 지급됩니다. 현재 모두투어 직원은 1000여명입니다.

모두투어 측은 “최근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개선 속도를 보수적으로 내다보고 있어 현재처럼 무급 휴직을 이어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희망퇴직 신청 비율이 사측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사측은 강제 구조조정까지 고려하고 있어 자칫 노조와 무력충돌로 번지는 최악의 상황도 걱정해야 할 판이기 때문입니다.

모두투어는 고정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본사 외 일부 영업지점을 정리하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모두투어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뚜렷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모두투어의 실적을 보면 코로나19가 막 시작단계인 2019년 12월 말 매출액은 2972억원으로 선방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확대로 하늘길이 막힌 2020년에는 548억원을 기록하면서 5분의 1토막 났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32억원에서 -212억원으로 적자 전환합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23억원에서 -647억원으로 큰 폭의 적자를 냅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더욱 나빠지는데요. 매출액은 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442억원에 비해 거의 20분의 1수준으로 추락합니다. 영업손실도 전년 14억원 수준에서 4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폭이 3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당기순손실도 12억원에서 26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습니다.

실적 하락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갔는데요. 2019년 모두투어의 전체직원 수는 1158명에 평균 연봉 4400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 후인 2020년 직원 수는 1036명으로 줄었고, 평균 급여도 23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습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는데요. 1분기 직원 수는 1014명으로 줄었고, 평균급여는 400만원입니다. 현 상황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올해 연봉은 1600만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1년 3개월 만에 직원 수는 144명 줄고, 평균 급여는 3분의 1토막 난 것입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 업황이 회복될 가망이 없다” “내년에도 정상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생존을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코로나19에 무릎을 꿇은 국내 여행업계. 회사 생존이 가장 큰 문제라지만 직원들에게만 그 피해를 전가하려는 것 아닌지 씁쓸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