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정용진, ‘조용한’ 정유경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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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정용진, ‘조용한’ 정유경 [마포나루]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24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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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남매의 ‘극과 극’ 경영 스타일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재계에서 남매경영으로 유명한 신세계그룹 2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남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극과 극’ 경영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요란한(?) 활동으로 세간의 이슈를 만들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친근한 재벌’과 ‘나대는 사람’ 등 엇갈린 반응을 얻으며 이슈의 중심에 서 있죠.

반면 동생인 정유경 사장은 외부에 쉽사리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그야말로 ‘운둔형 경영자’의 길을 걸으면서 오빠와는 확연히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며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주 활동무대는 SNS입니다. 이 속에서 자신의 일상 하나하나를 공유하면서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얻은 별명은 ‘소통왕’입니다. 특히 정 부회장이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SNS 활동은 그간 재벌들의 권위적인 면을 불식시키는 데도 한몫하며 재벌 중에서는 그야말로 최상의 인기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이 있으면 음이 있듯이 정 부회장의 이런 바깥(?) 활동은 많은 부작용을 낳으면서 우려를 사기도 합니다.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톡톡 건드리면서 국민들의 감정까지 자극하며 비호감 재벌로도 등극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계에서는 이런 정용진 부회장을 향해 “재벌 총수의 SNS 활동은 장점도 있지만 사생활이 여과 없이 대중에게 전파될 수 있어서 자칫 말실수라도 하면 설화에 휘말릴 위험도 있다”며 신중한 SNS 활동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정용진 부회장이 만들어낸 숱한 이슈 가운데 으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2016년 국제적 망신을 당한 사례를 꼽을 수 있는데요. 그해 1월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식당에서 여성 종업원과 찍은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몸도 왜소해 보이고 목도 길어 보이고 ㅎㅎㅎ 여기 서비스 최고임”이라는 글을 올린 것입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여성 외모 비하” “초상권 침해”라며 거세게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정 부회장의 다음 행동입니다. 자신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을 향해 “댓글로 뭐라 한 사람들 다 차단함”이라고 글을 올리면서 논란을 키운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도 SNS에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 또 말썽을 빚었습니다. SNS에 우럭과 가재 요리 사진을 각각 올리면서 “잘가라 우럭아. 니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다. 고맙다” “가재야 잘가라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썼는데요.

이 글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발언을 조롱하려는 의도로 따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쓴 글을 조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누리꾼들은 신세계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 목소리까지 쏟아냈습니다.

정 부회장은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고기 사진과 함께 또 “너희들이 우리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적으면서 논란을 더욱 키웁니다. 닭새우 사진에는 “너희들의 희생이 우리 모두를 즐겁게 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번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6년 세월호 분향소에서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쓴 방명록 글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누리꾼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미친건가요. 돈 많은 관종 같으니라고” “대기업 오너라는 분이 이리 경박해서야” “어떻게 재벌2,3세 X들은 하나같이 인성이 저모양일까요” “돌머리 XX가 금수저 운빨로 잘 살았으면 겸손하고 자중해야 되는데 관종인지 자꾸 어그로 짓을 하네요” “일베하는 오너”.

이렇듯 국민의 관심을 한 몸(?)으로 받고 있는 오빠와 달리 동생 정유경 사장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행보를 보이며 정반대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6년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지 20년 만인 2016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식 현장이 정 사장이 공식석상에 등장한 첫 번째 사례입니다. 이후에도 정 사장이 외부에 얼굴을 보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정유경 사장의 행보는 M&A 뉴스 등을 통해서 드러난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와 필러 시장 1위 업체인 ‘휴젤’ 경영권 인수가 정 사장의 이슈입니다. 정 사장은 앞서 2012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인수, 2016년 화장품 편집숍 브랜드 ‘시코르’ 론칭, 2018년 자체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연작’ 론칭, 2020년 스위스 뷰티 브랜드 ‘스위스퍼펙션’ 인수 등으로 신문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때문에 정 사장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는 신세계백화점도 정용진 부회장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많습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스타필드를, 정유경 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을 맡고 있습니다.

정 사장이 별다른 대외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웃픈 일입니다. 정 사장은 1972년생으로 정용진 부회장과는 네살 터울입니다. 서울예술고와 이화여대, 미국 로드아일랜대 디자인스쿨을 나와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하면서 신세게그룹 경영수업을 시작합니다. 이후 조선호텔 프로젝트실 상무, 신세계 부사장을 거쳐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2001년 경기초등학교 동창인 문성욱씨와 결혼해 문서윤, 문서진 두명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남편 문성욱은 시카고대,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을 나와 2005년 신세계 기획담당 기획팀 부장으로 신세계그룹에 입성해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 신세계그룹 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입니다. 문 대표의 아버지는 KBS 보도본부장을 지낸 문청 배컴 회장입니다.

정유경 사장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이 정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남매의 경영 스타일에 소비자들은 또 다른 흥미를 느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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