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되면 다하는’ 쿠팡의 정체성 [마포나루]
상태바
‘돈만 되면 다하는’ 쿠팡의 정체성 [마포나루]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22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살특공대 상품 판매 이어 욱일기 관련 제품도 팔아
김범석 전 의장은 이천 물류센터 화재 직후 사임 발표
중대재해처벌법 회피 의혹에 쿠팡 “사실 아니다” 해명
김범석 쿠팡 전 이사회 의장.
김범석 쿠팡 전 이사회 의장.

쿠팡의 국적을 둘러싼 정체성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입니다.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로 쿠팡에 대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관련 상품을 판매한 것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커지고 있는 것인데요.

쿠팡은 22일 오전까지 자사 홈페이지에서 욱일기가 새겨진 스티커와 우산 등 상품을 다수 판매하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문제는 욱일기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해당 상품이 노출되지 않으나 ‘rising sun flag’, ‘히노마루’ 등 욱일기를 뜻하는 단어를 입력하면 노출되게 만들어 눈속임을 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깃발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합니다. 논란이 일자 쿠팡은 이날 오후 부랴부랴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습니다.

일본은 매번 올림픽 행사 기간 욱일기 깃발과 관련된 상품을 응원용품으로 사용하며 한국과 중국 등 전범 피해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기도 한데요.

특히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다음 달 열리는 대회에서 욱일기 응원과 이를 활용한 유니폼 제작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주변국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쿠팡은 이런 욱일기 선전 올림픽의 온라인 단독 중계권도 따냈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의 온라인 중계권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5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중계권료는 IOC와 도교올림픽조직위가 챙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간 큰 돈을 욱일기 선전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쿠팡은 지난해에도 쇼핑몰에서 자살특공대(가미카제, 神風) 관련 상품을 팔다가 본지에 걸린 바가 있는데요.☞2020년 8월 13일자 <광복 75주년 대한민국 쇼핑몰 공습한 일본 가미카제>

쿠팡은 왜 이렇게 매번 우리나라 국민 정서와 어긋나는 행동을 할까요. 일각에서는 쿠팡의 태생을 문제 삼기도 합니다. 쿠팡의 국적은 미국으로 돼 있습니다. 미국의 쿠팡LCC가 한국의 모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쿠팡LCC 투자자를 보면 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 국팡LCC의 지분 40%는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은 손정의→소프트뱅크 비전펀드→미국 쿠팡LCC→한국법인 쿠팡의 지배구조를 갖는 것이죠.

때문에 쿠팡의 국적은 일본이라며 한때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소프트뱅크 일본자금” “손정의 회사 아닌가요? 그니깐 일본회사” 등 반응을 보이면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김범석 전 의장의 국적은 미국입니다. 쿠팡에 대한 국적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데요. 더 큰 문제는 검은머리 미국인 김범석 전 의장의 한국 비하 발언입니다.

2019년 12월 쿠팡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한 뉴스에 따르면 김범석 전 의장은 “한국인은 큰 물에서 놀지 못해 시야가 좁고, 스마트하지 못하며 정직하지 않은 민족”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관련 보도 기사는 모두 삭제돼 버렸습니다.

김범석 전 의장에 대한 비판적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천 물류센터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국내 법인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사임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속셈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쿠팡 측은 화재 전에 이미 사임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쿠팡 측 이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 뒤에 김범석 전 의장의 사임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여기서도 비판이 쏟아집니다. 설사 쿠팡의 말이 맞다고 해도 국내 사업장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사고 수습을 하려는 의지는커녕 총 책임자가 글로벌 경영을 위해 사임을 했다는 사실을 꼭 이 때 알렸어야 했느냐는 것입니다.

김 전 의장이 책임자로서 한국에서 한 일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난해에는 과로사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불출석한 뒤 그해 12월 공동대표이사직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쿠팡 물류센터와 외주업체 등에서 노동자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김 전의장이 직접 사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번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와 이로 인해 사망한 소방관에 대한 사과도 당연히 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자는 권력을 휘두르라고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책임을 지라고 그만한 권력이 쥐어지는 것입니다. 철저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인들의 정신에는 오로지 ‘돈’만 보일지 모르겠지만 동양의 사고방식, 아니 사람이 사는 세계는 사람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쿠팡 경영진은 다시 배워야 할 듯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