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나이티드제약 승계 뒤엔 ‘빨대 자회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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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나이티드제약 승계 뒤엔 ‘빨대 자회사’ 있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22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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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이오켐제약, 오너 2세 소유로 지배구조 바뀐 뒤 영업이익 흑자 전환
7년 동안 내부거래 비중 57%… 일감몰아주기 비중 줄자 수익성도 감소세
실적악화 시점부터 총 38억원 현금배당까지 실시… 승계 재원 마련용 의혹
사진=한국바이오켐제약
사진=한국바이오켐제약

창업주 강덕영 회장이 이끄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장남인 강원호 대표로의 승계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오너 2세들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바이오켐제약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바이오켐제약이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의 내부거래로 급성장했기 때문인데요. 업계에서는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한국바이오켐제약이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입니다.

1976년생인 강원호 대표는 연세대학교를 졸업 후 2003년부터 2년간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에서 근무한 뒤 2006년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 입사해 15년째 경영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강원호 대표는 현재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지분을 5.44%(88만3400주) 보유 중인데요. 2015년 조모인 조성옥 여사로부터 1만200주에 이어 지난해 4월 아버지 강덕영 회장으로부터 주식 35만3000주를 증여 받아 유나이티드문화재단(지분율 4.99%)을 제치고 2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최대주주는 강덕영 회장으로 25.76%(418만4089주)를 갖고 있습니다.

강원호 대표는 2014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후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하면서 그간 경영성과를 인정 받았는데요. 때문에 업계에서는 강원호 대표로의 승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부거래를 통한 승계자금 마련 의혹입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바이오켐제약의 지분은 강덕영 회장의 장남 강원호 대표가 44%, 차남 강원일 41%, 장녀 강예나 15% 등 오너 2세 3남매가 100% 소유하고 있습니다.

2009년 원료의약품 및 완제의약품 등의 제조 및 판매를 주된 사업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바이오켐제약은 2013년까지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는데요. 2014년에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턴어라운드에 성공합니다. 2014년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자회사에서 오너 2세들 소유로 지배구조가 바뀐 해입니다.

2014년부터 한국바이오켐제약의 실적은 급격히 개선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2013년 -3억원으로 적자에서 2014년 16억원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2015년 43억, 2016년 55억, 2017년 74억, 2018년 63억, 2019년 68억, 지난해 41억원을 기록합니다.

당기순이익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2013년 -7억원에서 2014년에 13억원 흑자를 낸 이후 2015년 40억, 2016년 56억, 2017년 63억, 2018년 56억, 2019년 57억, 지난해 45억원을 기록합니다.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회장.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회장.

한국바이오켐제약의 이같은 성장 배경에는 한국바이오제약이 있었습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국바이오켐제약과의 거래액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해 6개(대표이사 및 특수관계인 제외)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했는데, 이 중 한국바이오켐제약으로부터 매입한 금액이 200억원에 이릅니다. 2번째로 많은 케일럽멀티랩(12억원)보다도 16배나 많은 금액입니다.

실제로 한국바이오켐제약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의 내부거래를 통한 실적 개선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14년 총 매출액 114억원 중 65.1%인 74억원을 한국유나이티드제약으로부터 올렸습니다. 2015년에도 61.2%를 내부거래로 매출을 올립니다. 다만 2016년에는 49.3%로 조금 줄어드는데요. 이는 신규 거래처 등 영업망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즉, 한국유나이티드제약만이 아닌 다른 거래처로부터도 매출을 올리면서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거래 비중이 낮아진 것일 뿐 거래액 규모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2015년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의 거래액은 134억원으로, 전년 127억원보다 7억원 정도 늘어났습니다.

2017년에는 60.8%로 다시 60%를 회복합니다. 2018년부터는 평균 50%대를 기록하는데요. 2018년 56.5%, 2019년 48.3%, 지난해 59%로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54.6%에 달합니다.

하지만 2016년과 마찬가지로 거래 비중은 줄었지만 거래액은 늘어났습니다. 2018년 182억, 2019년 194억, 지난해 220억원을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거래했습니다.

2세 소유로 지배구조가 바뀐 7년간 한국바이오켐제약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으로부터 거둔 매출비중은 무려 57.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들자 한국바이오켐제약의 수익성도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2018년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50%대로 내려오자 영업이익은 2017년 74억원을 정점으로 2018년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한국바이오켐제약은 오너 2세 체제로 지배구조가 바뀐 후 2018년 첫 현금배당을 실시하는데요. 문제는 2018년부터 수익성이 감소세로 접어드는 데도 매년 배당을 실시하면서 오너 2세들의 주머니는 채워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금배당액은 2018년 6억4000만, 2019년 12억8000만, 지난해 19억2000만원 등 총 38억4000만원이 오너 2세들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강원호 대표의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승계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한국바이오켐제약을 통해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칼날이 중견기업으로 확대되고 있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승계에 걸림돌이 될지 주목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나이키 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창신INC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오너 정환일 회장의 자녀 소유 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공정위에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을 물고 검찰에 고발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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