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0만원 되고 1500만원 안 된다?… ‘착오송금’ 돌려받는 법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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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0만원 되고 1500만원 안 된다?… ‘착오송금’ 돌려받는 법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6.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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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반환지원 제도, ‘부당이득 반환 채권액’ 기준 명심… 토스·카카오페이 송금 실수도 구제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잘못 송금한 돈을 반환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돈을 받아주는 제도가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사진=픽사베이
잘못 송금한 돈을 반환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돈을 받아주는 제도가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사진=픽사베이

“피고인 수취은행은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2007년 11월 29일, 이홍훈 대법관은 원고가 이긴 판결을 깨고 사건을 되돌려 보냅니다. 사건번호 2007다51239 <오입금 반환청구 소송>. 원고 쪽 직원이 잘못 보낸 1755만원이 건강보험료 미납 등으로 압류되자 은행에 돌려달라고 낸 소송입니다. 이 대법관은 1년 8개월 전 판례와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착오로 다른 사람의 계좌에 이체한 경우 은행이 돌려줄 의무는 없다”.

‘착오송금’. 조심하지 않고 착각을 하여 돈을 잘못 부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다음 달부터 다른 사람의 계좌로 돈을 잘못 부친 착오송금 고객은 예금보험공사(예보)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게 됩니다. 특히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송금도 반환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5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송금액이 해당되며 송금일로부터 1년 안에 신청해야 합니다.

토스 연락처나 카카오페이 회원끼리 송금 등 ‘간편송금 계정’으로 돈을 잘못 부친 경우는 반환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자료=금융위원회
토스 연락처나 카카오페이 회원끼리 송금 등 ‘간편송금 계정’으로 돈을 잘못 부친 경우는 반환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자료=금융위원회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6일부터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 5일 바뀐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조치로, 금융위는 관련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달 9일 <착오송금 반환지원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해 제도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착오송금 반환지원은 소급 적용은 되지 않으며, 제도 시행 이후 발생한 건에 대해 신청 가능합니다.

돈을 잘못 부친 송금인이 예보 홈페이지나 본사 상담센터를 통해 신청하면, 예보는 수취인에게 반환 안내 또는 법원의 지급명령을 통해 잘못 송금한 금전을 회수해주는 방식입니다. 다만 금융회사에 반환을 먼저 요청하고, 미반환된 경우에만 예보에 반환지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은행 등 금융회사 계좌 외에도 토스·카카오페이 등 간편송금 서비스 이용자도 신청 대상입니다.

예보는 반환지원 과정에서 우편 안내비용, 지급명령 관련 인지대·송달료 등 회수 관련 비용을 뺀 나머지 돈을 송금인에게 돌려주게 됩니다. 예보가 산정한 회수비용은 잘못 부친 돈이 10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자진반환은 8만6000원, 지급명령은 8만2000원가량입니다. 착오송금액이 1000만원이라면 자진반환 960만원, 지급명령 920만원으로 고액일수록 지급률이 올라갑니다.

다만 토스 연락처나 카카오페이 회원끼리 송금 등 ‘간편송금 계정’으로 잘못 부친 경우는 반환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예보가 수취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착오송금인이 반환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수취인이 사망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부당이득 반환 채권액 기준으로 지원 여부가 가려짐을 꼭 알아둬야 합니다.

착오송금 반환은 그림처럼 금융회사에 먼저 요청하고, 미반환된 경우에만 예보에 반환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착오송금 반환은 그림처럼 금융회사에 먼저 요청하고, 미반환된 경우에만 예보에 반환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예컨대 1500만원을 잘못 부쳤으나 예보에 1000만원만 매입을 신청한 경우, 착오송금으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 채권액(1500만원)이 1000만원을 넘으므로 반환지원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만약 9000만원을 송금해야 하는데 실수로 9500만원을 부친 경우, 송금액은 1000만원을 넘었지만 착오송금으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 채권액이 500만원이므로 반환지원 신청이 가능합니다.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곳도 알아둬야 합니다. 착오송금 수취인의 계좌가 국내 지점이 없는 외국은행이거나 국내 은행의 해외지점에서 개설된 경우에는 반환지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보이스피싱 건도 은행에 피해사실을 신고하면 수취인의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만큼 착오송금 반환 대상이 아닙니다.

반환지원이 신청되었지만 예보 직권으로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신청인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신청하거나 착오송금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경우,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경우입니다. 아울러 이 같은 신청인의 책임으로 반환신청이 취소되는 경우, 취소시점까지 발생한 비용은 송금인이 부담하게 됩니다.

예보는 잘못 부친 돈을 되돌려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2개월로 내다보지만,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강제집행 등 회수절차가 필요한 때에는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청은 예보 누리집의 착오 송금 반환지원 사이트(kmrs.kdic.or.kr)에서 하면 됩니다. 모바일 앱은 내년에 개설할 예정이며, 관련 문의는 예보 대표번호(1588-0037)로 전화하면 상담이 이뤄집니다.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착오송금 반환 절차. /자료=금융위원회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착오송금 반환 절차.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부당이득 반환 채권액을 높이는 등 지원대상을 넓혀야 한다면서도 혈세 낭비를 걱정합니다. 아울러 다양한 보완책도 내놓고 있습니다.

“어차피 착오송금된 거 인출하는 순간 횡령임 쓰지도 못할 돈” “자기 돈 아니면 건들지 말자 그놈의 욕심 때문에 인생에 흠을 남긴다” “굳이 1천만원으로 제한을 왜두나?” “보이스 피싱도 예방되면 좋겠음” “개인간에 착오송금은 받을려면 엄청 복잡하고 귀찮음... 하지만 은행이 잘못 송금하면 통장주인에게 말도 안 하고 돈 빼감... 이게 현실임” “무조건 돌려받게끔 법을 만들어야지” “금융실명제인데 이게 소송까지 가야 돌려 받는게 정상적인 상황이냐. 안돌려주면 범죄로 지정해서 다스려야지”.

“도박사이트 이용자들 착오송금이라고 매번 신고하겠네요” “일년에 수백억이 타인통장으로 가고 그중에 많은 부분이 못 찾고 그냥 부당이득이 된다는데 정말 국X의원들아 지금이 2021년 4차산업혁명시대인데 이걸 이제서야 하냐” “그럼 잘못 송금된 돈을 예금 보험 공사는 어떻게 회수한다는 거죠??? 궁금하네. 설마 회수 안되면 공사니까 세금으로 퉁치는겨??” “일단 1원 먼저 보내고 확인후 다시 잔액 9999999원 보내면 된다... 큰 금액 보낼 때 먼저 1원 먼저 보내고 통화후 잔액 보내면 된다. 나도 카카오뱅크한테 배웠다~~”.

“착오송금 1%는 입급자에 주자. 그래야 정신 바짝차리고 뻘짓 안한다. 착오송금으로 안 쓰는 계좌에 돈 들어오면 계좌잠금 해제하려고 지점 내방해야 되는 개 피곤한 일이 생긴다. 잘못 보낸 사람도 일말의 책임감을 줘서 정신 챙기고 살게끔 해야 됩니다” “내가 모르는 돈이 입금됐을 때 거부하거나 보류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그게 되면 서로 쉬울 거 같은데 괜히 카드값이나 다른 자동이체 같은 걸로 나갔다가 처벌받으면 되레 억울할 듯”.

해마다 늘고 있는 착오송금은 지난해에도 약 20만건이 발생해 절반이 넘는 10만1000건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자료=금융위원회
해마다 늘고 있는 착오송금은 지난해에도 약 20만건이 발생해 절반이 넘는 10만1000건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금융위에 따르면 착오송금 건수와 금액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7년 11만5000여건에 2676억원이던 착오송금은 ▲2018년 13만4000여건에 2965억 ▲2019년 15만8000여건에 3203억원이었습니다. 반면 이 가운데 돌려받지 못한 착오송금은 ▲2017년 6만3000여건에 1338억 ▲2018년 7만3000여건에 1481억 ▲2019년 8만2000여건에 1540억원이었습니다.

이 같은 착오송금 증가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졌습니다. 약 20만건의 착오송금이 발생해 절반이 넘는 10만1000건이 주인을 찾지 못한 것입니다. 미국 100달러짜리 지폐 속에서 입을 꽉 다문 초상의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입니다.

“돈이란 훌륭한 하인이기도 하지만 나쁜 주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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