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히는 정글… 코로나 끝나면 ‘유통판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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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먹히는 정글… 코로나 끝나면 ‘유통판 지각변동’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14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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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급 이베이코리아·요기요·이스타항공 매물로 나와
오프라인 강자 롯데·신세계, 온라인 영토 확장에 사활
해상 물류 이어 항공 물류 진출에도 뛰어든 하림 눈길
연내 매각설 HMM에 현대차·포스코·CJ 새 주인 거론
사진=펙셀즈
사진=펙셀즈

코로나19 여파로 잠잠했던 국내 M&A(기업인수합병) 시장에 대형 유통기업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산업구조 재편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유통기업들은 동종 업계 매물에만 손대는 것이 아니라 타 업종까지 눈독을 들이면서 유통發 포스트 코로나 구조개편 신호탄이 쏘아졌다는 평가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유통기업은 롯데와 신세계, 그리고 하림입니다. 유통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는 계열사를 통해 올해 매물시장의 대어급으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와 요기요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하림은 식품업체라는 성격과는 전혀 다른 항공사인 이스타항공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나 요기요, 그리고 이스타항공은 덩치로 보나 시장성으로 보나 대어급으로, 업계에서는 ‘똘똘한 매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유통기업들의 대어급 M&A를 시작으로 산업 전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산업구조 재편이 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기업 인수를 통한 산업구조 재편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유통과 항공을 시작으로 자동차와 IT 등 국적을 초월한 글로벌 M&A가 전 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국내 배달앱시장 2위 요기요는 오는 17일 매각 본입찰을 진행하고 이커머스 3위인 이베이코리아와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인수 우선협상자는 이번 달 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요기요 예비입찰에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캐피털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세계와 롯데의 맞대결은 무산됐습니다. 요기요가 매물로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기요 운용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인수 조건으로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매각 시한은 8월 3일입니다.

요기요 매각이 완료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은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신세계그룹이나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가 요기요를 인수하면 음식 이외에 마트나 편의점 상품도 배달하는 유통 앱으로 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달앱이 유통앱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는 유통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가 정면으로 격돌합니다.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맞붙은 것인데요. 이베이코리아를 품는 기업이 이커머스 시장도 장악을 것으로 보여 양 사의 경쟁은 어느 인수전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롯데와 신세계 모두 경쟁사가 이커머스 강자로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필사적이기 때문에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18%),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가 1~3위를 장악하고 있고, 롯데의 롯데온(7.6%)과 신세계의 SSG닷컴(3.8%)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요.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단숨에 2위로 치고 올라갑니다.

상반기 매출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매물은 이스타항공입니다.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바로 하림그룹이 뛰어들었기 때문인데요. 닭고기 회사로 알려진 하림은 항공과는 전혀 무관한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하림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물류’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육가공품과 사료를 운반할 물류시스템을 갖추면 효율적인 경영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하림그룹에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자회사인 해운회사 ‘팬오션’이라는 곳입니다. 해운회사가 행공까지 인수한다면 해상화물 운송과 항공물류를 모두 가진 종합물류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입니다.

유통업계가 쏘아 올린 M&A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연내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HMM(옛 현대상선)에 현대자동차그룹(현대글로비스)과 포스코그룹, CJ그룹, SM그룹, 현대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말 미국 로봇업체인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미래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23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글로벌 시장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FAMGA(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의 지난해 인수합병은 총 35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1건)보다 더 늘었습니다. M&A 투자규모는 121억6000만달러(약 13조6000억원)로, 2019년(60억5000만 달러)의 2배가 넘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1분기 말까지 합의된 글로벌 M&A 규모가 1조3000억달러(약 1500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1980년 이후 1분기 최대 규모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기업이 정리된 반면, 새로운 기회의 발생으로 신산업 관련 기업이 크게 성장했다”며 “현재 코로나 위기 뒤에도 산업계의 글로벌 지각변동에 따른 황금기회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경제가 크게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M&A 활성화를 적극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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