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기업 낚시질”… 대우건설 ‘지역비하’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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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기업 낚시질”… 대우건설 ‘지역비하’ 발언 논란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09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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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말도 안 되는 소리, 시공능력이 낮다보니 일부에서 그런 반응이 있다” 해명
금호→호반건설에 매각 불발→중흥건설 인수전 참여… 호남지역 기업과 세번째 인연
대우건설 CI.
대우건설 CI.

“호남 기업이 낚시질 하는 것에 대해서 대우건설 직원들이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 5일 인터넷언론인연대에 대우건설 관계자가 내뱉은 것으로 알려진 발언입니다. 그가 언급한 호남 기업은 2018년과 올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선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인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 잃은 대우건설 안에서 단지 호남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지역 비하적인 발언이 나왔다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에 대우건설 관계자는 9일 본지와 통화에서 “(특정 지역 비하 발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항변했습니다.

대우건설은 호남지역 기반의 기업과 인연이 깊은데요.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이듬해인 2000년 대우건설이라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뒤 2006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흡수됐습니다. 하지만 2009년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다음 해 KDB산업은행에 인수됩니다. 산업은행은 다시 2017년 10월 매각을 추진해 2018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합니다. 두 번째 호남지역 기업과의 인연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2월 대우건설의 해외 추가 손실 규모가 밝혀지면서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본격화하자 또 다시 호남지역 연고의 건설사가 입줄에 오르내립니다. 대우건설과 세 번째 호남지역 기업의 인연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이르면 이달 말 예비입찰을 통해 7월 초 예비후보를 선정하고 실사를 거쳐 8월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번 대우건설의 인수전에는 아부다비투자청(ADIA), 중국건축정공사(CSCE), 중흥건설, DS네트웍스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중흥건설은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호남지역 기반 건설사입니다. 중흥그룹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인 중흥건설 등 3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보유한 건설업 기반 기업집단입니다.

중흥건설 측은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고 폭넓게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를 놓고 자격미달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중흥이 대우건설을 경영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입니다. 대우건설의 매각 가치는 최대 2조원인데, 중흥은 계열사를 동원해도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이 2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며 해외사업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하는 해외사업은 변동성과 위험성이 높아, 이해도가 떨어지면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우건설 구성원이 특히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대우건설은 금호그룹에 인수된 뒤 금호의 유동성 위기로 주인 잃은 신세가 됐고, 3년 전에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호반건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보다 안정적인 기업이 인수해주길 소망하는 대우건설 구성원의 바람은 당연한 듯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 가운데 호남 기업을 콕 찍어 지역 비하성 발언을 했다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 발언과 관련 대우건설 관계자는 “(어느 직원이 그런 발언을 했는지) 확인이 안 된다”면서 “(특정지역 비하 발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는데요.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일부 ‘그런 반응’이 있다"는 입장을 보여 묘한 뉘앙스를 남겼습니다.

이 관계자는 “금호도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호반도 (인수를 추진)했고, 중흥도 하고, 공교롭게도 다 그쪽(호남) 지방인데, 큰 기업들이 아니고 우리(대우건설)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낮으니까 일부에서 그런 반응이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싫다고 해서 대주주가 거기에 맞춰서 안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해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낮은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좀 아쉬울 수는 있는데 지역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며 “회사에 도움이 되거나 아니면 규모가 있거나 이런 데를 선호할 수 있어도 특정지역은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과장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1년간 주인을 잃고 견뎌온 대우건설이 이제 주인을 막 찾으려는 시점입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이 있듯이 매각이 성사되기까지는 언행을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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