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증가 vs 부동산 투기’… “금리인상” 목소리 더 높다 [사자경제]
상태바
‘가계빚 증가 vs 부동산 투기’… “금리인상” 목소리 더 높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6.07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자료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자료사진=한국은행

“한 달 사이 10조원어치 넘게 팔아치웠다.”

오늘(7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1년 5월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10조1670억원어치의 우리나라 상장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2조9000억원)과 영국(2조7000억원)에서 3조원 가까이 팔아치웠습니다. 특히 외국인 전체 보유규모의 41%를 차지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 같은 ‘Bye Korea’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만 10조1670억원어치의 우리나라 상장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만 10조1670억원어치의 우리나라 상장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금리인상’. 빌린 돈의 기간당 사용료, 즉 이자의 비율을 올리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한 나라가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 은행들도 돈을 맡기고 빌려줄 때 이자를 더 줍니다. 더 높은 금리를 좇아 외국인이 투자처를 옮기는 까닭입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대응전략 마련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함께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금이 최대 18억달러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반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우리나라 가계의 빚 부담이 연 250만원까지 증가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7일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금리인상의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한경연은 미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9월 이후 최대치를 보인 데다, IMF(국제통화기금)가 같은 달 수정 전망한 올해 성장률도 6.4%에 달함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경연에 따르면, 6개월짜리 미국 재무부 채권의 적정금리는 지난 1분기 금리수준인 0.07%보다 1.37∼1.54%p 상승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전년 같은 기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통화량 등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입니다. 한경연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단기국채 금리가 적정수준을 보일 때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추정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추정

한경연은 이처럼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의 금리 차이와 원·달러 환율 예상 변동률 등을 바탕으로 GDP 대비 외국인 투자자금 순유입비율을 추정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 6개월짜리 채권금리가 올해 1분기보다 1.37∼1.54%p 오르면, 우리나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의 순유출 규모는 16억(약 1조7808억원)∼18억달러(약 2조14억원)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금이 대폭 감소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단기 국공채 금리를 미국의 적정 금리 상승 폭만큼 높일 경우,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1.54∼1.73%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리인상에 따른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이 25조6000억∼28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 비율(57.7%)을 고려하면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당 이자 부담은 220만∼250만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한경연은 이에 따라 ‘가계 빚의 이자 부담 증가와 외국인 투자금 유입 감소’라는 딜레마를 감안,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과도한 민간 부채를 고려할 때 미국보다 선제적인 금리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재정 효율화와 국가 채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기업 경쟁력 제고와 고용 확대 등을 통해 민간의 금리 인상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변동추이. /자료=한국은행
우리나라 기준금리 변동추이. /자료=한국은행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금리를 하루빨리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습니다. 빚으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투기꾼들에 대한 반감이 그 만큼 깊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나름의 논리로 금리인상의 이점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할 거면 선제적으로 빨리하는 게 나음. 나중에 미국 따라서 급격하게 올리면 더 후폭풍 거셀 텐데” “이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푼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봐라. 2~3주택자들이야 가족한테 증여하면 상관없는 거고 투기꾼들한테 빨리 호구들한테 폭탄 넘기고 튀라고 시그널 주는 거지. 정부에 높으신 분들이 다 투기꾼인데 그림이 너무 뻔하게 보이지 않나” “금리 좀 올려라 부동산 폭등하는 거 잡을 유일한 해결책이다” “부동산 매수자는 더 없어지겠네”.

“왜 금리 올리면 가계부담이라고 자꾸 선동질하는지 모르겠넹. 연 250만원 늘어나지만 가계에는 저축이자로 420만원이 들어온다. 자꾸 부동산 펌프질하느라고 금리가 인상되면 마치 가계에 뭔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XX을 하는지 모르겠다. 가계 걱정이라면 금리를 더 올려서 가계가처분 소득을 늘려야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그리고 저금리 자산거품만 심해지고 가계빚만 폭증해서 이러다 일본 꼴 나는 거 기정사실화되어 간다. 더 늦기 전에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

“달러 연중 최저점. 틀림없이 눈치 보다가 어정쩡 금리 어설프게 올리겠죠. 외국인 자금 빠져나가고 달러 폭등각입니다. 지금이 달러 투자 적기입니다” “해외 자본 다 빠지고 금리 올리라고?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 겪어보고도 모르는 건가! 아님 안 겪어본 건가?” “올리고 싶지 않아도 올려야 하는 시간이 온다. 마지막 풍악을 올려라 영혼을 끌어 모으면 왜 안되는지 학습할 시간이다” “가계이자보다 부동산이 더 심각해 XX”.

지난달 20일 미국 연준이 내놓은 4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이 처음 등장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Fed 누리집
지난달 20일 미국 연준이 내놓은 4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이 처음 등장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Fed 누리집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한국은행이 당장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1990년대 이후 모두 세 차례의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국내 금융시장에 비교적 큰 타격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1999년 6월부터 2001년 3월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최대 1.5%p 높았지만, 외국인 자금의 유출은 소폭에 그쳤습니다.

2차 기준금리 역전 시기(2005년 8월~2007년 8월)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주식자금이 유출됐지만, 채권자금은 오히려 유입됐습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시작된 2018년 3차 기준금리 역전의 충격은 더욱 미미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공식을 깨고, 우리 경제 호황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지며 채권 투자 환차익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