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재판중 동생 사퇴… 아워홈 경영권 ‘도돌이표’?
상태바
오빠 재판중 동생 사퇴… 아워홈 경영권 ‘도돌이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01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본성 보복운전 혐의 재판 시점에 구지은 자회사 대표직 물러나
구본성 징역형 나오면 퇴임 압박 가중… 실적부진에 세자녀 논란도
최고 실적 올리고도 오빠에 밀린 구지은, 경영권 분쟁 딛고 재기할까
왼쪽부터 구본성 부회장, 구지은 전 대표
왼쪽부터 구본성 부회장, 구지은 전 대표

‘장남 구본성은 재판 중이고, 3녀 구지은은 자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아워홈 가문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립니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지난해 9월 ‘보복운전’ 혐의로 최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구지은도 캘리스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시점이 공교롭게도 맞물리고 있어서인데요.

구지은은 지난 2월 중순 캘리스코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는데요. 오빠 구본성이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된 지난해 9월로부터 5개월 만입니다. 구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지은 전 대표가 구본성 부회장에게 밀려 아워홈에서 물러난 후 5년 만에 아워홈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구본성 부회장의 1심 선고일은 다음달 3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만약 징역형이 나올 경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법조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피해자와 합의를 했더라도 특수상해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구지은 전 대표가 아워홈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구지은 전 대표는 2016년 구본성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면서 캘리스코 대표로 물러났는데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슬하에 구 부회장, 구명진, 구미현씨, 구지은 전 대표 등 1남 3녀를 뒀습니다. 구본성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구자학 회장의 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은 인물이 바로 구지은이었습니다.

때문에 범LG가의 가풍인 장자 승계 원칙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오빠 구본성이 나타나고 아워홈에서 밀려나면서 후계 구도에서도 멀어졌다는 시각이었습니다.

구지은 전 대표는 아워홈이 2000년 LG유통으로부터 분리돼 설립된 지 4년 후인 2004년 아워홈 외식사업부 상무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부사장 자리까지 오르면서 후계 1순위로 꼽혔습니다.

아워홈이 설립된 지 16년 만인 2016년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경영능력도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해 구본성 부회장이 아워홈에 입사하면서 구 전 대표는 아워홈 경영에서 밀려나 자회사인 캘리스코로 자리를 옮기는 비운을 맞습니다. 이후부터 구본성 부회장과 구지은 전 대표의 남매간 다툼이 여러차례 벌어집니다.

구본성 부회장이 구지은 전 대표의 자리를 꿰찬 다음해인 2017년 구 전 대표가 아워홈의 전문경영인 체제도입을 추진하면서 남매간 분쟁이 시작됩니다. 구지은 전 대표가 서울중앙지법에 아워홈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하고 이사직 복귀를 시도한 것입니다. 당시 구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평가받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결국 구지은 전 대표가 총대를 멘 셈인데요.

실제로 구 전 대표가 물러나고 구 부회장이 아워홈에 오면서부터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2016년 영업이익 816억원을 정점으로 2017년 812억원, 2018년 658억원, 2019년 715억원을 기록합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6년 636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17~2019년 각각 561억원, 501억원, 480억원으로 감소세입니다. 반면 배당은 늘어납니다. 2016년 68억원이던 것이 2017~2019년 각각 74억원, 171억원, 171억원으로 급등합니다. 실적은 줄어드는데 오너 일가의 잇속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하지만 구지은 전 대표의 반란(?)은 실패로 끝납니다. 언니 구미현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아워홈의 지분은 2019년 말 기준 구본성 부회장이 38.56%를 소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있고, 구미현씨(19.28%), 구명진씨(19.60%), 구지은 전 대표(20.67%)가 나눠가지고 있습니다. 지분 싸움에서 밀린 것이죠.

아워홈 지분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아워홈 지분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구본성 부회장과 구지은 전 대표간의 분쟁은 2년 후에 다시 벌어집니다. 2019년 아워홈 정기주총에서 구 부회장이 이사 보수 한도 증액과 아들 구재모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자 이를 구 전 대표와 구명진씨가 반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의 아들 재모씨(1994년생)는 비상무이사로 아워홈 법인등기에 이름을 올리고 지난해 12월에는 사내이사로 등기됩니다. 재모씨는 등기임원에 걸맞은 경력이나 성과 등이 없어 이사회에 입성하는 과정에서 졸속승계라는 논란도 일었습니다.

2019년 2차 남매분쟁 후 아워홈은 구 전 대표의 캘리스코에 식자재 공급 중단을 선언했고 이 때문에 법정 다툼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캘리스코는 식자재 공급업체를 아워홈에서 신세계푸드로 변경하면서 남매 간 갈등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본성 부회장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아워홈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모습입니다.

구지은 전 대표는 자신이 맡고 있던 캘리스코 대표이사 자리를 구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시점인 지난 2월에 언니인 구명진씨에게 넘겼는데요.

최근 몇 년간 오빠인 구본성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캘리스코를 중심으로 독자행보를 보여온 점을 고려하면 구지은의 대표이사 사임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시각입니다. 캘리스코의 대표이사 변경 배경에 대해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워홈 경영권을 다시 찾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실제로 구본성 부회장의 입지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보복운전으로 인한 재판에 앞서 아들 재모씨를 등기이사로 등재과정에서의 졸속승계 잡음과 함께 두 딸인 조앤씨와 진아씨에게 재산증여 과정에서도 석연찮은 행보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데요. 경제활동이 불확실한 30대 초반인 두 딸이 수십억원대의 고급빌라를 증여받으면서 낸 증여세 마련에 의문부호가 붙기 때문입니다.

구지은 전 대표에게는 오빠 구본성 부회장의 각종 논란이 경영권을 다시 찾을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 전 대표는 언니인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와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어 지분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습니다. 구 부회장이 징역형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경영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오빠 구본성 부회장의 재판 시점에 자회사 대표직도 버리고 나온 구지은 전 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한편 구본성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올 3월 재판에 넘겨져 현재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시 구 부회장은 자신 앞을 무리하게 끼어든 차량을 앞질러가 일부러 멈춰 충돌한 뒤, 쫓아온 피해자를 여러 차례 치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