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몰라도 루이비통은 안다’… 명품 소비심리도 회복?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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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몰라도 루이비통은 안다’… 명품 소비심리도 회복?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5.25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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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쪼그라든 소비심리가 다섯 달째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사태로 쪼그라든 소비심리가 다섯 달째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크리스찬 디올은 안다.”

지난 1일, 한 백화점이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내놓자 누리꾼들이 시끌시끌합니다. 1억원어치 넘게 소비를 한 단골에게는 줄을 서지 않아도 명품을 살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미국에 가니 프랑스 대통령은 몰라도 명품 브랜드는 알고 있어 놀랐다’는 베르나르 아르보. 오늘(25일) <포브스>는 아르보를 세계 부자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의 회장입니다.

‘소비심리’.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써서 없애고자 하는 마음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쪼그라든 소비심리가 다섯 달째 부풀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1.6%)이 예상보다 높았고,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진 결과입니다. 다만 실물경제가 좋아지는 만큼 인플레이션과 금리, 집값 상승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지난달보다 3포인트 상승한 105.2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지난달보다 3포인트 상승한 105.2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보다 3포인트 상승한 105.2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8년 6월(106.3)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CCSI는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9년)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입니다.

CCSI는 올해 1월 95.4로 전월보다 4.2포인트 오른 데 이어 2월(97.4), 3월(100.5)과 지난달(102.2)에도 잇따라 올랐습니다. 특히 3월에는 지난해 1월(104.8)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서며 소비심리가 비관에서 낙관으로 돌아섰습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데다 수출길이 넓어지면서 5월 소비심리가 좋아졌다”라고 풀이했습니다.

이에 따라 CCSI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도 나란히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현재경기판단지수’는 85로 전월보다 8포인트 올랐습니다. 앞으로 가계수입이 얼마나 늘어날지 보여주는 ‘가계수입전망지수’도 1포인트 오른 98이었습니다. 앞으로 씀씀이를 얼마나 늘릴지를 보여주는 ‘소비지출전망지수’는 2포인트 오른 108로 나타났습니다.

주택가격전망지수가 넉 달 만에 반등했다. /자료=한국은행
주택가격전망지수가 넉 달 만에 반등했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이밖에 앞으로 경기가 얼마나 좋아질지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지수'는 5포인트 오른 99, 앞으로 취업 가능성이 얼마나 높을지를 보여주는 ‘취업기회전망 지수’도 6포인트 오른 92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나타내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6포인트 오른 118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금리수준전망은 2019년 2월(120)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걱정이 커지면서 기준금리가 뛸 것이라는 관측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을 뜻하는 ‘물가인식’과 앞으로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모두 2.2%로 0.1%포인트씩 뛰었습니다. 또 2월부터 석 달 연속 떨어진 주택가격전망지수(124)도 2포인트 올라 넉 달 만에 반등했습니다.

앞으로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뛰었다. /사진=픽사베이
앞으로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뛰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한국은행과 언론이 다주택자들을 위해 집값 상승을 되레 부추긴다며 금리는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면서 피부로 느끼는 소비심리와 다르다며 통계에 대한 신뢰성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이젠 하다하다 금리 올라도 집값 오를 거라고 그러고 있네. ㅋㅋㅋ 어디 한번 자신 있으면 사든지요. ㅋㅋㅋ 다주택자들 집 안 사주면 자연스레 급락할 수밖에 없어요. 안 사줄까봐 겁나서 지금 언론 대난리 남. 다주택자들 집 비싸게 팔아줘야 하는데 설레발 떨어서 불안감 부추겨야 하는데 사주지는 않고 세금은 올라가고 젠장할 ㅋㅋㅋ” “다주택자들 기레기들한테 기사 써달랬구나” “금리 오르면 주식 부동산은 떨어진다 배웠는데... 잘못 배웠나요???” “이건 금리 인상 신호인데.. 흠”.

“뭐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올랐다고? 이젠 한은도 집값 선동하려고 자료까지 조작하나. 지금 실제로는 거래 거의 없고 집 사겠다는 사람 아예 없다. 매수심리 최저다. 그런데 매수심리가 올랐다고?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아마 한은 내에도 투기세력이 잠복해 있는 것 같다” “가계소득 2년째 하락. 그사이 집값만 두세배 쳐 오름. 즉 다 빚에 빚에 빚에 빚으로 쌓아올린 가격. 인플레에 금값. 금리 오르는 건 맞는데 여기서 금리 오를 때 집값이 오른다는 건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을 XXX으로 본다는 것임”.

“코로나로 굶어죽게 생겼는데 소비심리가 좋아진단다. 참내” “나만 힘드냐????” “만원 가지고도살 게 없고 그 돈 쓰면 통장 잔고 빌까봐 전전긍긍 쓰는데.. 대체 머가 소비심리 개선이라고.. 또 물가 집값 올린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 지껄이고.. 30년 전 월급 수준은 그대론데” “소비심리가 좋아지고 경제성장률 예상보다 좋다는데 왜 내가 느끼는 경기는 이렇게 거지같을까....... 통계청장 바꾸고 나서 모든 통계에 신뢰가 안 간다. 증말!!!!!!!!!!!”.

루이비통 트레이드 마크인 모노그램 인증서. 사진=루이비통 코리아
루이비통 트레이드 마크인 모노그램 인증서. 사진=루이비통 코리아

한편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은 최근 일부 핸드백 가격을 올렸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입니다. 이 같은 가격 인상에도 루이비통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예상 밖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1조4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33% 늘어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77% 늘어난 151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대통령을 뽑는 열정보다 명품 가방을 사는데 들이는 공과 정성이 훨씬 크다”. 심리학자인 황상민 교수는 <대통령과 루이비통>을 통해 한국인의 명품 소비심리를 짚어냅니다. 합리적인 선택을 강조하는 경제학이지만 경제행위에도 인간의 심리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해답을 찾으려 합니다. 대한민국의 명품 신드롬은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의 극치라는 주장입니다.

“내가 속하지 못한 특별한 세상으로의 억지스러운 편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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