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 후했던 ‘메리츠 삼형제’는 왜 배당을 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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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 후했던 ‘메리츠 삼형제’는 왜 배당을 줄였을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5.21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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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순이익 증가에도 메리츠 금융 3형제 “순익 10% 수준으로 배당 축소”
주가 일제히 하락하고 증권가도 “납득하기 어렵다” 반응에 목표주가 하향
주가가 급락하면 저렴한 가격에 자사주 매입→조정호 회장 지배력 강화?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사진=메리츠금융그룹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사진=메리츠금융그룹

메리츠 금융 3형제(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가 주가가 폭락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난 14일 일제히 배당 축소 계획을 발표해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배당 정책 기조를 유지하던 이들이었고, 특히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대폭 늘어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매우 싸늘합니다. 일각에서는 “수익은 늘지만 수익에 대해서 주주들에게 배분하지 않겠다는 심산 아니냐”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메리츠금융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배당성향 축소가 나온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장기적으로는 상속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메리츠 금융 3사는 지난 14일 일제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배당 축소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공시에 따르면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배당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또 자사주도 매입해 소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 실행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동안 메리츠 3사는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 왔습니다. 최근 3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메리츠금융지주는 21%, 메리츠화재는 35%, 메리츠증권은 32% 수준이었는데요. 이들 3사의 배당 축소 계획에 따르면 결국은 메리츠금융은 2분의 1,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3분의 1로 배당을 삭감하겠다는 것입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13일 2만450원에서 14일에는 1만9600원으로 하락하더니 다음 거래일인 17일에는 1만6550원까지 주저앉았습니다. 20일 종가는 1만7250원으로 소폭 오르긴 했지만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메리츠화재도 14일 종가 2만1150원에서 다음 거래일인 17일 1만7600원으로 폭락한데 이어 20일에는 1만7550원으로 계속 하락세입니다.

메리츠증권 역시 14일 4880원에서 17일에는 4205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20일 종가는 4260원으로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이례적으로 이들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KB증권은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전환하고, 목표주가를 각각 4000원, 1만7000원으로 낮췄습니다. NH투자증권은 ‘납득하기 어려운 메리츠의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높은 배당수익률이 주요 투자 포인트였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배당 축소를 동반한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주주환원 정책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메리츠 3사의 핵심 투자 포인트가 배당이었다는 측면에서 당분간 주가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메리츠 3사는 특히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축소한 것에 업계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32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5% 상승했고, 메리츠화재는 21.1% 증가한 13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메리츠증권도 106.8% 급증한 2117억원을 달성하면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견조한 실적을 올린 메리츠 3사가 배당을 축소한 것을 두고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다양한 추측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조정호 회장이 향후 상속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과 메리츠화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사전 포석 등이 대표적입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의도에는 공감하기 어렵다”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이뤄진다면 궁극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의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대주주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지배구조 강화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는 시각인데요. 장기적으로는 상속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조정호 회장으로, 조 회장의 지분율은 72.17%입니다. 조 회장은 메리츠증권 지분 0.92%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장녀인 조효재씨는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을 0.05% 가지고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지분을 각각 56.09%와 47.06% 보유하고 있는데요. 조효재씨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0.03%, 0.05%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가가 급락하면 저렴한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고, 메리츠금융지주 주식과의 교환 방식 등을 통해 메리츠화재를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2016, 2018, 2020년 세 차례 메리츠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메리츠금융지주의 메리츠화재 지분율은 50.01%에서 56.09%로 높아졌습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메리츠 관계자는 “배당률을 낮추는 대신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지 대주주 지분율과는 일체 상관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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