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집값이 걷어찬 청년들 ‘주거 사다리’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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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집값이 걷어찬 청년들 ‘주거 사다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5.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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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다주택자 중과세율 시행을 앞두고 ‘거래절벽’ 현상이 깊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뤄줄 ‘주거 사다리’를 놓기 위한 소통에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다주택자 중과세율 시행을 앞두고 ‘거래절벽’ 현상이 깊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뤄줄 ‘주거 사다리’를 놓기 위한 소통에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강남 아파트의 상징이 3분의 1토막 떨어져나갔다.”

미국에서 출발한 금융위기가 한반도까지 몰아친 2008년 11월, 전용면적 77㎡인 서울 은마아파트가 8억3000만원에 팔립니다. 1년 전 13억원에 거래된 것과 견주면 36% 떨어진 가격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재건축 단지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같은 달 특별시에서 사고 판 부동산은 2년 전보다 79% 줄어듭니다. 이른바 거래절벽에 다다른 것입니다.

‘거래절벽’.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아파트 매매가격이 2007년 최고점보다 35~40% 떨어진 뒤 생겨난 신조어로, 거래가 끊긴 상황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다주택자 중과세율 시행을 앞두고 ‘거래절벽’ 현상이 깊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뤄줄 ‘주거 사다리’를 놓기 위한 소통에 나선 것입니다.

금융발전심의회 구성도.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구성도. /자료=금융위원회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성수 위원장은 이틀 전 열린 금융발전심의회(금발심) 청년분과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각종 불이익 해소 등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조언하게 될 청년분과는 ‘금발심 퓨처스(Futures)’란 이름으로 출범했습니다. 금발심 퓨처스는 20~30대 금융업 종사자, 청년 창업가, 대학원생 등 각계각층의 청년층 18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입니다.

특위는 최근 젊은 층의 주식투자나 주택금융 등 경제현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핀테크 등 금융산업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발족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청년층의 관심도가 높은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주제로 이날 처음 열린 금발심 퓨처스 회의에서는 <주택금융과 청년층 주거사다리>를 다뤘습니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무주택·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현행 LTV(담보인정비율) 10% 추가혜택 조치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위원회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무주택·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현행 LTV(담보인정비율) 10% 추가혜택 조치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위원회

이날 회의에 참석한 청년 특별위원들은 “대출규제 회피를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고 결혼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각종 규제로 청년층의 주요 의사결정이 왜곡되고 있다”, “대출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해 선의의 청년들은 제도를 잘 몰라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반면, 일부 투기꾼들은 법망을 피해 이익을 보는 경우가 많다” 등의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면서 “청년층이 마음 놓고 학업, 취업 등 미래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현재 무주택·서민 실수요자들에 대해서는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가계부채 대국민 서베이 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무주택·서민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3번째)이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발전심의회 청년특별분과인 '금발심 퓨처스(Futures)'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3번째)이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발전심의회 청년특별분과인 '금발심 퓨처스(Futures)'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부는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국가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개인에게도 마냥 빚을 장려할 수만은 없어 가계부채를 일정수준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라며 “그 과정에서 현재 소득수준이 낮은 청년층, 사회 초년생들에게 의도치 않은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청년층이 처한 경제여건과 입장을 생생하게 파악하기 위해 청년층과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금융위의 젊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머리를 맞대 청년층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세심한 정책들을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도 특별위원들의 지적에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과 주거불안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 사이에서의 균형 유지에 많은 정책적 고민이 있다“라며 “오늘 회의에서 나온 소중한 의견을 깊이 새겨들어 대출 규제들을 검토하는 한편, 필요한 사항은 관련기관에 전달해 청년들의 주거불안이 완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월별 거래 현황.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서울 아파트 월별 거래 현황.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한편 다음 달 1일 보유분부터 적용하는 다주택자·법인 중과세율 시행을 앞두고 팔 사람도 살 사람도 사라지는 ‘거래절벽’ 현상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77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월 5777건 ▲2월 3864건 ▲3월 3762건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팔 사람은 팔았고,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한 사람도 적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강화 방침을 밝혔던 지난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2만4038건)와 증여 건수(3362건) 모두 현 정부 들어 가장 많았습니다. 다주택자들은 정책이 예고됐던 지난해부터 팔아치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매수자들도 선뜻 매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 대출 규제까지 묶였기 때문입니다. KB리브온에 따르면 2017년 5월 평균 6억원이던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달 11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매수자들이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6월 1일 전인 5월 안에 집을 사면 올해 분 보유세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이 30억원이 넘는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이 30억원이 넘는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않을 때 나라에 대한 믿음도 사라진다”. 552년 전 5월에 태어난 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 시대를 살던 인류의 본보기였습니다. 그는 <군주론>에서 권력, 즉 국력은 군주 개인의 힘이 아니라 국가 구성원인 인민들의 지지와 결집에서 나온다고 강조합니다. 청년들을 보듬는 정책은, 곧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입니다.

“운명은 항상 청년들에게 이끌린다. 어차피 알 수 없는 미래라면 과감하게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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