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나루] 롯데카드의 ‘황당한 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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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 롯데카드의 ‘황당한 수수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5.13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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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카드 몽블랑 에디션’ 발급 따른 수수료 40만원 내야
고가의 카드지갑과 볼펜을 사은품으로 내세워… 끼워팔기?
플렉스(Flex)카드 몽블랑 에디션/사진=롯데카드
플렉스(Flex)카드 몽블랑 에디션/사진=롯데카드

카드 하나 만드는데 ‘발급 수수료’를 40만원이나 내라고?

롯데카드가 명품 브랜드 ‘몽블랑’(Montblanc)과 손잡고 한정판 신용카드 ‘플렉스(Flex)카드 몽블랑 에디션’을 출시하면서 내건 조건이 카드를 발급 받으려면 수수료 40만원을 내는 것입니다. 연회비 10만원은 별도입니다. 몽블랑 에디션 카드를 발급 받기 위해서는 총 50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죠.

통상적으로 신용카드는 매년 연회비는 받지만 발급 수수료를 받는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롯데카드의 한정판 카드 발급 조건을 보고 황당해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번 롯데카드의 발급 수수료에는 끼워팔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한 대목이 보이는데요. 발급 시에는 ‘몽블랑 카드지갑’과 ‘픽스 볼펜’으로 구성된 플렉스카드 몽블랑 에디션 패키지도 함께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고가의 카드지갑과 볼펜을 사은품으로 준다는 것인데요. 발급 수수료에는 이런 고가의 사은품 가격이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그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고가의 사은품 때문에 카드 발급 수수료를 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끼워팔기란 특정 상품에 부가 상품을 추가로 강매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불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롯데카드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몽블랑과 협약 조건이 카드와 함께 패키지를 판매키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희망하는 신청자에게만 발급하는 한정 상품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도 합니다.

롯데카드의 이번 발급 수수료 문제는 결국 금융감독원의 지적까지 받았습니다. 최근 금감원은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를 통해 롯데카드 몽블랑 에디션의 발급 수수료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이미 여신금융협회에 카드사의 약관 사후보고가 끝난 상황에서 별도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극히 이례적인 조치인데요.

금감원 관계자는 “발급 수수료라는 명칭 사용은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패키지 비용을 카드 발급 수수료라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답니다. 즉, 카드 발급 비용이 아닌 카드 발급 시 제공되는 패키지 상품 비용을 발급 수수료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발급 수수료가 카드를 발급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 마케팅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롯데카드의 이같은 마케팅은 명품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로, 20~30대를 일컬음)세대를 겨냥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명품 브랜드 한정판 구매를 위해 백화점 앞에서 밤을 새워 줄서는 풍경을 연출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매출에서 2030대 비중이 50.7%에 달했고, 롯데백화점에서도 46%를 점했습니다.

MZ세대들에게 소비는 재미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소비를 하기 원하는 소비층으로, 이들에게 명품 구매는 투자이자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로 돈을 모아 남이 쉽게 갖지 못하는 것을 손에 넣어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롯데백화점은 MZ세대들의 이런 소비 경향을 겨냥해 2030 MZ세대 특화 서비스를 담은 ‘롯데백화점 플렉스카드’ 혜택도 탑재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플렉스카드 몽블랑 에디션은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 몽블랑 매장에서 결제 시 10% 할인에 이어 명품 브랜드 7% 적립과 스트리밍·커피 할인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몽블랑 설립연도인 1906년을 기념해 1906장만 한정 발급한다는 조건도 곁들입니다. MZ세대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싶다는 것이죠.

롯데카드 관계자는 “한정판 카드와 함께 트렌디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2030세대라면 한 번쯤 구매를 고려해봤을 몽블랑의 대표 제품으로 패키지를 구성했다”며 “감각적인 카드 플레이트에 어울리는 카드지갑과 픽스 볼펜에 오직 나만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까지 더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롯데카드의 이런 상술에 관련 업계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요.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플렉스카드 몽블랑 에디션은 카드를 발급 받으려는 고객들에게 패키지값을 전가하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기업의 도가 넘치는 상술에 넘어가느냐 그렇지 않는냐는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소비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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