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기병’ 쓸고 간 공매도 증시?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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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기병’ 쓸고 간 공매도 증시?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5.10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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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몽골기병이 지나간 자리처럼 주식시장이 황폐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걱정만큼 증시 쇼크는 없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몽골기병이 지나간 자리처럼 주식시장이 황폐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걱정만큼 증시 쇼크는 없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말 타고 약탈하는 몽골기병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1206년 테무진은 몽골 족장들로부터 세계의 황제, ‘칭기즈칸’에 추대됩니다. 말 탄 병사들을 앞세운 칸은 몽골 통일에 이어 동서양의 광활한 땅을 발아래 둡니다. 병사 한 명이 세 마리의 말을 몰고 다니는 몽골기병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고려시대 악몽 같은 침탈의 기억이 2021년 5월 7일, 한 국회의원 입에서 되살아납니다. 전직 검찰총장을 비난하면서입니다.

‘몽골기병’. 옛날 몽골의 말을 타고 싸우던 병사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몽골기병이 지나간 자리처럼 황폐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컸습니다. 공매도가 다시 허용된 지 일주일, 투자자들의 우려만큼 증시 쇼크는 없었습니다. 다만 ‘외국인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간 5월 3~7일. /자료=한국거래소
기간 5월 3~7일. /자료=한국거래소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3.4%였습니다. 이는 2019년 평균치인 4.5%, 공매도 금지 직전일인 지난해 3월 13일의 5.5%보다 줄어든 것입니다. 반면 그동안 ‘공매도 주범’으로 찍힌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오히려 늘어 영향력을 더 키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금지 직전 일주일 평균인 60.0%에서 87.7%로 27.7%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거래대금 역시 5816억원에서 7386억원으로 1570억원 가량 늘어났습니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기관투자자 비중 축소와 포트폴리오 조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습니다.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거래소 관계자는 “미니 코스피200과 옵션 관련 시장조성자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유지되고 있어 기존 기관투자자 비중이 상당 부분 감소한 영향도 존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최근 일주일 동안 집계된 기관투자자의 평균 거래대금은 875억원으로, 금지 직전 평균 3799억원보다 4분의 1로 줄었고 비중 또한 39%에서 10%로 대폭 축소됐습니다.

다만 외국인투자자들은 공매도 비중을 늘렸음에도 아직 큰 이익을 내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증시 변동성이 다소 감소한 가운데 지수가 크게 오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 하루 평균 변동성은 1.70%이지만 지난주만 보면 1.28%로 낮아졌습니다. 코스피200지수는 지난주(3~7일) 420.3에서 428.5로, 코스닥150은 1361.6에서 1387.4로 올랐습니다.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공매도 재개에 코스닥 거래대금 연중 최저>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공매도의 역기능을 강조합니다. 음모론과 함께 불공평한 공매도 상환기간 등 제도 손질도 촉구합니다. ‘코인 예찬론’이 불거지자 반박론도 이어집니다.

“공매도 순기능 씨부리는 X들 공매세력과 한통속이라고 보면 된다. 이게 순기능이냐?” “공매가 순기능이란다.ㅋ 국민 돈 등쳐먹은 사기지” “삼중 공매치고 가격 후려치고 유상증자 ㅋㅋ 개미가 이 짓거리 하면 주가조작으로 검찰조사 받는 거 아냐??” “사겠냐?ㅋㅋ 더 떨어질 건데 공매가 주춤할 때 사서 올려서 팔아야지 굳이 지금 사서 공매 맞겠냐고” “공매 순기능이라는 소위 자칭 전문가와 관료들 기관들에게 받아 묵었거나 앞으로 지들을 먹여살려줄 거다 이거지”.

“공매폐지가 답이지만 (공매도) 하더라도 외인 기관 상환기간은 정하자” “똑같이 60일로 하면 잃어도 실력 탓하는데 저건 아니잖아” “공매도 뒷거래 금감원이 아닐까~?”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 상환기간이 없습니다.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하는 기간이 있어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로 인해 온전히 개인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지만 이런 잘못된 법은 개정해야 합니다. 공매도 상환기간 선정에 대한 국민청원 동의 부탁드립니다”.

“주식 접고 코인 간 게 신의한수” “누가 주식하니 비트코인 집담보 올인해서 3배 먹었네” “지금도 주식하는 XXXX이 있네^^ 킬킬빠빠해야지~ 그러니 개미들 호구로 보는 거에요. 미국주식이나 코인하세요. 99%는 통장 녹아내려요” “코인 거리는 것들 웃기네. 작전주보다도 훨씬 위험천만한 코인에 기웃거리기는. 쭉쭉 끝없이 오를 때는 좋지. 나중에 개폭락 맞아봐야 아 작전주는 건드는 게 아니구나 하면서 OO 가겄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는 공매도 거래대금과 잔고보다는 해당기업의 펀더멘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픽사베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는 공매도 거래대금과 잔고보다는 해당기업의 펀더멘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픽사베이

한편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는 공매도 거래대금과 잔고보다는 해당기업의 펀더멘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의 순기능이 적정 가격 발견임을 고려할 때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은 공매도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펀더멘털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의 주가가 수급 영향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공매도는 하락을 예상한 움직임이라기보다는 하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매도세가 강해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라며 “주가 하락을 가속하는 요인이지, 상승하는 증시의 방향성을 돌리지는 못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대와 30대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갤럽연구소
지난 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대와 30대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갤럽연구소

지난 7일 조응천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수사팀을 몽골기병에 빗댔습니다. 같은 날 나온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22%)은 두 번째였습니다. 하지만 ‘영혼을 끌어 모아 투자하는’ 20대와 30대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각각 6, 10%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모호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경제도 ‘뚜렷한’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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