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매각설에 휩싸인 현대로템, 실적 보니 이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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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매각설에 휩싸인 현대로템, 실적 보니 이유 있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5.10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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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절반 차지 철도부문 3년 연속 ‘마이너스’… 이용배 투입 5개월 만에 매각설
정의선 행보 보면… 매각 통해 마련할 1조원 실탄으로 미래 모빌리티 사업 투자?
사진=현대로템
사진=현대로템

현대차그룹이 철도 차량을 제작하는 현대로템을 매각한다는 보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오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모회사인 현대차와 현대로템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아예 매수자를 독일 ‘지멘스’로 못 박은 보도가 나오면서 뭔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풍기고 있습니다.

현대로템의 사업은 크게 철도, 방산, 플랜트로 나뉘는데요. 이중 매각으로 지목되는 부문은 ‘철도 부문’입니다. 현대로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철도 부문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매각설의 배경으로 보입니다.

현대로템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 2조7853억원 중 철도 부문은 1조4520억원으로, 52.1%를 차지합니다. 문제는 이렇듯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철도 부문이 3년 연속 영업 적자를 내면서 현대로템의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로템 철도사업 부문의 영업실적은 2018년 -471억원, 2019년 -2595억원, 2020년 -1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특히 2019년에는 철도 부문의 영업손실이 현대로템 전체 영업손실(2799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지난해 6월에 첫 매각설이 나옵니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현대로템은 지난해 12월 재무통으로 알려진 이용배 당시 현대차증권 사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이용배 사장이 투입된 지 5개월 만에 또 다시 철도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현대로템 철도 부문 매매가를 1조원 가량으로 추산하면서, 철도 부문 매각을 통해 마련된 실탄 1조원을 핵심 성장동력인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사업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행보를 보면 이같은 분석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사재 2400억원을 털어 로봇개발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데 이어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지난 4월 1일에는 IT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합병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했습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매각설이 불거지자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로템지회는 입장문을 내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매각설을 확인한 결과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면서 “그룹은 더는 이런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정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매각은 종업원 모두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며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차량과 방위산업을 함께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인 현대로템은 결코 매각할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현대차는 부랴부랴 공시를 통해 “현대로템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현대로템은 같은 공시를 내고 매각설을 부인했습니다.

노조는 “그룹에서 매각을 공식화한다면 즉각 전면 파업과 함께 양재동은 물론 청와대를 표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 했습니다.

현대차는 현대로템 매각설을 전면 부인했지만 철도 부문의 실적이 마이너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설이 언제든 다시 발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레일사업부의 올해 1분기 신규 수주는 -160억원으로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보다는 수출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메트로 2호선의 계약이 감액되면서 뒷걸음치는 수주실적을 낸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현대로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철도 부문에서 수익을 낼 수 없다면 방산 부문이나 플랜트 부문이 선전하더라도 말짱 도루묵인 셈이기 때문에 차라리 이번 보도처럼 철도 부문을 매각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대로템 철도 부문 지분을 매각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집중하느냐, 아니면 아픈 손가락을 안고 가느냐 문제를 놓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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