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살인기업’ 삼표시멘트에선 김용균법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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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살인기업’ 삼표시멘트에선 김용균법도 죽었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5.06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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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동안 삼표시멘트서 5건의 하청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잇따라 발생
민주노총 강원본부 “명백한 사실은 삼표시멘트가 ‘죽음의 공장’ 됐다는 것”
사진=펙셀즈
사진=펙셀즈

“김용균법 있어도 여전한 위함의 외주화로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김진영 민주노총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부 지부장의 하소연입니다.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유해하거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작업에 대해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민노총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삼표시멘트는 이런 내용의 김용균법을 무시하고 위험한 작업에 외주화를 주고 있으며, 하청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표시멘트에서는 2019년 1건, 지난해 3건, 올해 1건 등 3년 동안 잇따라 5건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관계자는 “주목할 점은 피해자 전원이 정규직이 아닌 아래도급 업체 소속이라는 점”이라며 “기본적인 일들만 지켰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역지부·삼표지부는 지난해 5월 19일 삼표시멘트 공장 정문 앞에서 일주일 전 합성수지를 투입하는 컨베이어벨트에서 혼자 작업 중이던 삼표 하청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역지부·삼표지부는 지난해 5월 19일 삼표시멘트 공장 정문 앞에서 일주일 전 합성수지를 투입하는 컨베이어벨트에서 혼자 작업 중이던 삼표 하청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앞서 삼표시멘트에서는 2019년 8월 15일 오전 10시쯤 작업 이동 중이던 스카이차량 후진 유도 중 차량에 치여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민주노총 강원본부 관계자는 “당시 스카이차량 포함 크레인에 대한 15일 간의 작업중지 명령만 내려졌을 뿐 근본적으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단순 교통사고로 취급했다”면서 “사고가 났던 작업은 물론 삼표시멘트 현장의 수많은 위험요인은 그대로 방치됐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삼표시멘트는 한해에만 수십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장임에도 원인조사나 설비개선, 안전조치 등의 기본적인 대책조차도 없었다”면서 “뿐만 아니라 엄연한 산재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과실여부 운운하며 산재신청 대신 공상처리를 하게끔 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난해 5월 13일 11시 10분 강원도 삼척 삼표시멘트에서는 혼자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머리가 끼여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설비 보수를 위해 멈춰있던 계량벨트 스크래퍼(벨트 컨베이어와 유사한 설비) 내부에 끼인 이물질을 제거하던 중 불시에 가동된 벨트에 머리와 목이 끼어 사망했습니다.

위험 작업이라 2인 1조로 근무해야 했지만, 혼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는 사망한 지 2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10분에야 발견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재해자 사망 추정 시간이 9시 25분이라고 밝혔습니다. 혼자서 일하던 노동자는 목이 벨트에 끼인 채 한 시간이 넘도록 발견조차 되지 않은 채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던 것입니다.

민주노총 강원본부 측은 “당시 재해자가 일하던 현장에는 어떠한 안전조치도 제대로 취해져 있지 않았다”면서 “평소 근로감독이 잘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사망사고는 일어날 수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진영 민주노총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부장은 “민주노총강원지역본부와 삼표지부의 강력한 문제제기에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장은 ‘동일 설비에서 같은 사고가 일어난다면 직을 내려놓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며 삼표 자본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2019년 8월에 이어 두 번째 산재사망사고이니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는 노동조합의 요구에도 ‘1년 안에 3명이 죽어야 가능하다’는 게 고용노동부 태백지청, 강원지청의 입장이었다”면서 “결국, 태백지청이 실시한 상시근로감독은 가동중지명령이 내려진 설비의 조속한 재가동을 위한 형식적인 것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해 두 달 후인 7월 31일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설비가 멈추면 보수작업을 하라는 업무지시를 받은 하청노동자는 컨베이어벨트가 멈춘 뒤 벨트 위에서 용접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벨트가 불시에 재가동하면서 원료 호퍼(원료저장시설) 7m 아래로 추락, 사망했습니다. 내부온도(원료온도)가 100~150℃ 가량 되는 호퍼로 순식간에 벨트를 타고 딸려 들어간 것입니다.

김진영 지부장은 “5월 13일 산재사망 사고 이후 삼표시멘트와 고용노동부는 명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지 않았고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3개월도 안 돼서 똑같은 사고가 일어난 것이 그 명백한 증거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현장의 노동자들은 명확한 사고원인을 듣지 못했다.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없었다. 그 당시 진행한 상시근로감독은 조속한 설비 재가동을 위한 것으로 형식적인 수순에 불과했다”면서 “안전교육에서는 사람의 실수가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원청 사업주의 책임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표시멘트를 강원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사진=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표시멘트를 강원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사진=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올해의 경우 지난 3월 25일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후진하는 굴삭기에 치여 숨졌습니다.

삼표시멘트에서 3년 연속으로 매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 태백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삼표시멘트를 꼽았습니다.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특별감독으로 적발한 사측의 위법행위는 471건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어떻게 개선됐는지 알 수 없었다”면서 “유일하게 알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은 삼표시멘트가 ‘죽음의 공장’이 되었다는 것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힘 없는 아래도급 소속이라는 신분과 불합리한 원·하청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산재사고는 언제든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아래도급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정규직화와 민주노조를 통한 안전한 일터 만들기가 최선의 예방책이자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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