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증시 털고 ‘가상화폐 시장으로 대이동’ 할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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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증시 털고 ‘가상화폐 시장으로 대이동’ 할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5.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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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하루 거래대금 24조, 코스닥시장 크게 앞질러… 공매도 재개에 자금이탈 움직임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주식시장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상화폐시장으로 옮겨 갈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픽사베이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주식시장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상화폐시장으로 옮겨 갈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픽사베이

“1주일 후면 공매도 들어와서 눈 먼 개미들 총알받이 써야 되는데 가상화폐로 다 가있으니 짜고 치는 고스톱이네~!”

지난달 24일 오후 4시,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가 아니라 가상자산”이라며 ‘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합니다. 가장 높았던 13일 시세보다 2000만원 넘게 떨어진 것입니다. 같은 기간 주식 거래를 위해 기다리는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6조원 넘게 늘어납니다. 증권업계는 증시로 ‘자금이동’이라며 반기지만 누리꾼들은 음모론을 내놓습니다.

지난달 24일 '가상화폐 가격 하락에 따라 증시로 자금 이동 조짐' 기사에 달린 댓글 갈무리.
지난달 24일 '가상화폐 가격 하락에 따라 증시로 자금 이동 조짐' 기사에 달린 댓글 갈무리.

‘자금이동’. 투자 등 여러 목적으로 쓰이는 돈이 목적에 맞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1주일여 전만 해도 가상화폐 투자자의 자금이동을 기대했던 주식시장이 ‘공매도 재개’라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공매도가 다시 시작된 첫날, 2% 넘게 빠지면서 오히려 자금의 ‘역’이동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주식시장은 모두 하락했습니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0.66포인트(0.66%) 내린 3127.20, 코스닥은 21.64포인트(2.20%) 빠지며 961.81에 마감했습니다. “공매도 재개에 따른 변동성 영향은 코스피200보다 코스닥150이 클 수도 있다”라는 업계 예상이 적중한 것입니다.

개인은 전날(3일) 코스닥시장에서 1992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1658억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전거래일(4월 30일) 홀로 43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개인은 4배 넘게 매수물량을 늘린 것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매도물량을 6배 가까이 늘렸습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는 업계 전망이 보기 좋게 비켜간 것입니다.

이처럼 코스닥시장이 2% 넘게 빠진 날, 가상화폐시장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주요 알트코인들이 사상 최고가를 깨뜨리며 상반된 분위기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이더리움은 처음으로 3000달러(400만원)를 돌파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을 떠나 가상화폐시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고 풀이합니다.

가상화폐의 하루 국내 거래대금은 24조원 이상이다. 반면 코스닥시장의 평균 거래대금은 13조원에 그치고 있다. /자료=SK증권
가상화폐의 하루 국내 거래대금은 24조원 이상이다. 반면 코스닥시장의 평균 거래대금은 13조원에 그치고 있다. /자료=SK증권

실제 가상화폐시장의 국내 거래대금은 하루 24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 코스닥시장의 올해 평균 거래대금은 13조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오가는 돈만 견줘 봐도 가상화폐시장이 코스닥의 2배에 육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스닥을 떠난 개인 자금이 모두 가상화폐시장으로 이동했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의 현재 기대수익률이 코스닥보다 높은 것은 분명하다”라면서도 “하지만 다시 가상자산(화폐)시장이 뜨겁다고 코스닥의 개인 투자자금이 모두 가상자산(화폐)시장으로 유입됐다고 말하기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근거로 ‘김치프리미엄’을 내세웠습니다.

한 연구원은 “국내와 해외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이 현재 8% 수준”이라며 “낮은 건 아니지만 한창 시장이 뜨거울 때 20%를 훌쩍 넘기던 점을 생각해보면 아직 국내 시장의 열기가 다시 뜨겁다고 보긴 힘들다”라고 밝혔습니다. 비트코인이 8000만원을 넘어섰을 때 김치프리미엄이 20%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한 연구원은 이어 “코스닥과 비트코인 상관관계 또한 높지 않다”라며 “코스닥 투자심리 위축으로 일부 개인자금이 가상자산(화폐)시장으로 들어올 순 있지만 파급효과는 크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주식과 가상화폐 모두 투자 영역으로 진입해 상관관계가 확인되지만 국내는 가상화폐가 아직 제도권으로 편입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4일 오후 2시 53분 기준 주요 가상화폐 시세. /자료=업비트
4일 오후 2시 53분 기준 주요 가상화폐 시세. /자료=업비트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공매도가 없는 가상화폐시장이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며 ‘코인 예찬론’을 폅니다. 어김없이 ‘공매도 폐지론’도 이어집니다. 가상화폐시장으로 ‘자금이동’ 움직임도 보입니다.

“코인은 공매도가 없어서 기관이 돈 먹으려면 어쨌든 ‘올리는’ 수밖에 없음. 그래서 코인이 안전하단 거야. 공매도가 없는 주식시장이 정상이고 원래 개인이 이런 거에 묻어서 돈 버는 거야” “양놈들 공매도 먹잇감 주식투자 뭐하러 하냐?? 코인이 더 안전한 수익 가능하다” “코인은 사기코인이라도 상폐만 아니면 주식보다 탈출자리 빨리 나오는데 누가 주식 하냐”.

“진짜 짜증나는 게 공매도 전에도 좋은 기업들이 주가 사상 최고치 찍지를 못했다.. 근데 공매도 부활하고 나서는 완전 고꾸라지고 있네. 나도 주식 7천 코인 4천으로 하지만, 진짜 주식 해도 해도 너무한다. 정부는 아직도 공매도가 시장이 순화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생각하나?? 없는 물건을 판다는 게 말이 되나?” “요즘 누가 주식하냐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내 주위 전부 코인 한다”.

“뭐 같은 공매도 때문에 가상화폐로 갈아타야겠다” “공매도로 장난치니 가상화폐로 탈출!!가상화폐는 그럴 일 없어!! 물론 모든 책임은 투자하는 개인 책임!! 매도하는 날 입금 가능!! 주식시장은 3일후 입금!! 가상화폐로 가자!!” “오늘 내일 정리해서 코인으로 가야겠다. 공매도 넌더리가 난다”.

이더리움이 개당 3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창업가인 비탈릭 부테린의 자산도 1조원을 돌파했다. 그가 보유한 이더리움은 33만3500개에 달한다. /사진=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이 개당 3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창업가인 비탈릭 부테린의 자산도 1조원을 돌파했다. 그가 보유한 이더리움은 33만3500개에 달한다. /사진=비탈릭 부테린

“스물일곱 나이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컴퓨터 공학자였던 부모와 캐나다로 이민 간 가상화폐 창업가의 자산이 1조원을 넘었습니다. 3000달러를 돌파한 이더리움을 33만개 넘게 가진 비탈릭 부테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의 사진 배경은 모두 컴퓨터 앞이었습니다. 가상화폐보다 더 많이 돌고 돌아야 하는 돈이 있습니다.

“성실은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유일한 화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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