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도 않고 돌아온 ‘공매도’… 개인도 투자하라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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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도 않고 돌아온 ‘공매도’… 개인도 투자하라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4.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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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7일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을 점검했다. /사진=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는 지난 27일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을 점검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총 2억원의 행운을 잡아라.”

2015년 9월 11일, 주식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회사가 억소리 나는 모의투자 대회를 엽니다. 다른 대회보다 20~30배나 많은 상금이 예비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8주 동안 치러지는 대회는 이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시작을 알리던 요란함과 달리 우승자가 나왔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2015년 9월 많은 상금을 내걸고 예비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주식 모의투자 대회 포스터.
2015년 9월 많은 상금을 내걸고 예비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주식 모의투자 대회 포스터.

‘모의투자’. 실제 투자에 앞서 미리 연습하듯 시행하는 투자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다음주(5월 3일)부터 부분적으로 재개되는 공매도에 개인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참여에 앞서 사전교육과 함께 ‘모의투자’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른바 개인 공매도인 대주거래를 하기 위한 필수 코스라고 보면 됩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실시하는 사전교육과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모의투자는 어느 것을 먼저 이수하더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금투협의 사전교육은 강의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4분의 1을 공매도 투자자들이 어떤 규제를 받고, 위반할 경우 어떤 제재를 받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공매도 투자의 위험성과 공매도 투자에 대한 오해를 없애는데 초점을 뒀습니다.

특히 사전교육을 통해 개인이 공매도 투자에 앞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점은 바로 ‘업틱룰’입니다. 업틱룰은 공매도로 주식을 팔 때 직전 체결가격 이상으로만 호가를 내도록 한 규정입니다. 현재 주가가 10만원인데 9만9000원에 대량 매도 주문을 내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릴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공매도 관련 주요 개선사항. /자료=금융위원회
공매도 관련 주요 개선사항.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금투협의 사전교육을 먼저 마쳤다면 가상 투자인 한국거래소의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를 진행해야 합니다. 일반 증권사의 온라인 매매시스템인 HTS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실제 시장 상황과 시세를 반영해 공매도 거래를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모의 투자자에게는 3000만원이 주어지며 개인 공매도가 없는 현재 시장의 시세를 참고하게 됩니다.

이처럼 사전교육과 모의투자를 경험한 개인투자자라도 실전에 나서기에는 위험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개인 공매도는 2개월 안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합니다. 똑같은 악재를 보고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들어왔다면 상환하는 시기도 비슷해져 이 시기의 주가는 오히려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공매도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개인 공매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입니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속한 종목만 공매도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당장 떨어질 종목을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또 업틱룰로 인해 ‘지정가’ 주문만 가능한 것도 앞으로 개인의 공매도 투자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자본시장의 각종 규제 철폐와 함께 공매도 제도를 아예 없애라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공매도 상환기간이 제일 문제야! 외인과 기관이 공매도 치고 길게 가져가는 게 시장왜곡의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거야? 동일하게 60일로 한정해야지” “진짜 문제는 시장조성자 예외조항이지. 업틱룰 없고 수수료도 없어서 시세조작 수준이지. 작년 공매도 금지일 다음날도 이걸로 기관들 공매도 신나게 때려서 지수 더 골로 보냈지. 국민청원 먹고 다음날부터 자제했고. 이건 안 없애냐?” “유지비율과 상환기간에 대해서는 일언방구도 없네. 개인은 140% 이상 최장 60일. 기관 외국인은 105% 무기한. 유지비율과 상환기간을 동등하게 하는 건 어렵지 않잖아. 기관 외국인도 개인과 똑같이 140% 이상 유지, 최장 60일로 바꿔라”.

“말이 불법이지 무차입공매도 안하는 증권사가 어딨냐??? 임진왜란 왜군이 조총으로 싸우고.. 조선인 칼로 싸우는 것과 같다. 외인, 기관 조총으로 쏘는데 칼을 휘둘러봐야 총 맞고 살육당한다” “공매도로 투기를 조장하냐? 주식시장 다 빠져나와라. 공매도 처맞지 말고. 이게 투자냐? 내가보긴 투기여. 니가 하니 로맨스지?? 네가 경마장 카지노 운영하면 투자고 남이 코인운영하면 투기지??” “공매도로 주식시장 바닥치고 코인으로 대거 이동하겠구먼” “공매도 멈춰!”.

4월 28일 기준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종목. /자료=금융위원회
4월 28일 기준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종목.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다음 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대차잔고’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특히 지난달 26일부터 한 달 동안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피200 지수에서 대차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삼성전자(1967만382주) ▲카카오(991만96주) ▲두산중공업(715만9114주) ▲LG유플러스(620만8216주) 순이었습니다.

코스닥150 지수에서는 ▲에이치엘비(575만7641주) ▲에이치엘비생명과학(285만6485주) ▲씨젠(245만6999주) ▲고영(226만6012주) 순입니다.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고 상위 종목으로는 코스피200에서 ▲DL(13.5%) ▲CJ CGV, 호텔신라(각 10.1%) ▲LG디스플레이(9.5%) ▲롯데관광개발(8.3%) ▲두산인프라코어(7.5%) ▲셀트리온(7.3%) ▲GS리테일(6.7%) 순입니다.

코스닥150 지수에서는 ▲케이엠더블유(14.7%) ▲씨젠(12.4%) ▲에이치엘비(12%) ▲이지홀딩스(8.6%) ▲메디톡스(7.9%) ▲안트로젠(7.7%) ▲메디포스트(7.6%) ▲다원시스(7.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들은 공매도 가능성이 클 수 있지만 기관 수급 영향이 공매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음 달 재개되는 공매도는 지수 측면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펀더멘털 및 밸류에이션 등의 잣대로 종목별 옥석 가르기를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에서는 모두가 오를 수 있지만 재개가 된 이후부터는 종목별 수익률 격차가 커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종목들의 기관 수급과 밸류에이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마음 편한 전략으로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에 포함되지 않고 저평가를 보이고 기관 수급도 비어있는 종목군들”이라며 “숏이 아닌 롱 페어로 잡힐 가능성이 높아 공매도 재개시 안전한 도피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음 달 3일부터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다음 달 3일부터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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