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때문에 퇴직연금 깬다? “30대가 찾을 돈이나 있나”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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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때문에 퇴직연금 깬다? “30대가 찾을 돈이나 있나”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4.2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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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집을 사거나 전세 및 월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집을 사거나 전세 및 월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중도인출’. 정기예금이나 적금·연금 따위를 약속된 기간이 아닌 예치하고 있던 중간에 찾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퇴직할 때 지급하는 것이 원칙인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집’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을 사거나 전세 및 월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을 깬 것입니다.

21일 주택금융연구원의 보고서 <퇴직연금 중도인출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9년 퇴직연금 중도인출자는 7만2830명(2조7758억원)이었습니다. 2015년(2만8080명)보다 2.5배 이상 껑충 뛴 것입니다. 이들 가운데 52.5%(3만8264명)는 ‘주택 구입’과 ‘주거 임차’를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주거비 마련을 위해 노후 소득을 포기한 것입니다.

연령별로 보면 특히 30대에서 주거비 마련을 위한 중도인출 비중이 높았습니다. 집을 사기 위해 퇴직연금을 깬 30대는 1만391명으로, 주택 구입을 위한 중도인출자의 47.2%를 차지했습니다. 40대(7330명)보다도 13.9%포인트 많은 것입니다. 또 전·월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경우도 30대가 절반인 50.1%를 차지했습니다.

/자료=주택금융연구원(통계청)
/자료=주택금융연구원(통계청)

통계 결과에 대해 최경진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결혼 및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구매 또는 임차를 위한 목돈마련 수요가 많아 30대를 중심으로 주거비 관련 중도인출 비중이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퇴직연금 중도인출은 노후 소득 감소로 이어져 적절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가 가입한 뒤 15년이 지난 시점에 적립금의 25%를 중도에 인출한다면 연금자산은 14.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입 이후 15년과 20년 시점에 각각 25%씩 인출할 경우에는 연금자산은 4분의 1 이상인 28.9%가 쪼그라드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 전세, 주택 가격 상승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퇴직연금 중도인출 규모는 더 증가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자산 보전 측면에서 퇴직연금 담보대출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법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30대와 청년층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다양한 주택금융상품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자료=주택금융연구원(통계청, 월드뱅크그룹)
/자료=주택금융연구원(통계청, 월드뱅크그룹)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집 때문에 불안한 노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30대가 받을 수 있는 중간정산 퇴직금은 얼마 되지 않을 거라며 까다로운 중도인출 요건에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본인의 노후보다 내집 마련이 우선인 세상” “집으로 노후도 날리네” “퇴직연금까지 깨서 부동산시장을 부양시켜준다 한들 다음 세대가 그걸 받아줄 수 있을 성 싶은가? 애초에 출생자수부터가 1/3토막인데?” “IMF경고 무시하지마라~ 조만간에 빵 터진다”.

“30대가 퇴직금 중간정산 받으면 몇억원도 아니고 기껏해야 몇천일 건데...그래봐야 집값 보태는데 택도 없을 건데” “30대가 중도 인출할 퇴직연금이 있나?” “중도인출 요건이 주택구입 아니면 파산, 질병에 따른 요양 등 조건 자체가 까다로우니 당연히 주택구입이지”.

퇴직연금 운용보고서 예시. /자료=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운용보고서 예시. /자료=금융감독원

올해부터 금융기관은 해마다 한 번 이상 퇴직연금(DB, DC, IRP) 가입자에게 운용보고서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운용보고서’를 통해 납입원금 대비 수익률(누적 및 연평균)과 펀드 보수, 55세 이후 연금 수령액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노후 안전판인 연금을 깨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적더라도 오래오래 받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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