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 앞두고… 꿈틀대는 ‘대부업’ [사자경제]
상태바
최고금리 인하 앞두고… 꿈틀대는 ‘대부업’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4.14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리드코프가 사모펀드를 통해 메이슨캐피탈의 지분을 인수함에 따라 OK금융그룹과 웰컴금융그룹에 이어 대부업 기반의 세 번째 금융그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리드코프가 사모펀드를 통해 메이슨캐피탈의 지분을 인수함에 따라 OK금융그룹과 웰컴금융그룹에 이어 대부업 기반의 세 번째 금융그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반년이 지날 때마다 꼬박 20만명씩 등을 돌렸다.”

2020년을 이틀 남겨둔 날, 금융감독 당국은 <대부업 실태>를 내놓습니다. 같은 해 6월 말 기준 대부업체 이용자는 157만5000명으로, 반년 사이에 20만2000명 줄어든 것입니다. 2017년 말 247만3000명부터 따지면 반기마다 20만명씩 대부업체를 떠났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6개월 새 대부업자는 167명 늘었습니다. 자영업을 하다 생존을 위해 대부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대부업체’. 남에게 얼마간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돈을 빌려 주는 사업을 하는 회사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실질적으로 금전을 융통하는 중개역할을 하는 모든 기업이 대부업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부업체는 은행과 같은 공적 금융기관을 제외한 현금 전문 대출 금융업체를 뜻합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국내 자산규모 3위 대부업체 리드코프가 사모펀드 캑터스PE를 통해 캐피털업체인 메이슨캐피탈의 지분을 인수합니다. 이에 따라 OK금융그룹과 웰컴금융그룹에 이어 대부업 기반의 세 번째 금융그룹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이슨캐피탈은 지난달 10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캑터스바이아웃제6호펀드가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시에서 캑터스바이아웃제6호펀드는 액면가 500원에 메이슨캐피탈 주식 9918만4408주를 260억원에 인수합니다. 오는 22일 잔금을 내면 캑터스바이아웃제6호펀드는 메이슨캐피탈의 지분 34.4%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섭니다. 캑터스바이아웃제6호펀드는 리드코프가 지난달 10일 유한책임투자자(LP)로 380억원을 출자한 펀드입니다.

/그래픽=뉴스웰
/그래픽=뉴스웰

리드코프는 이번 캑터스바이아웃제6호펀드를 통해 메이슨캐피탈의 유상증자에 간접 참여를 하고, 결국 리드코프가 메이슨캐피탈의 대주주가 되는 셈입니다. 이처럼 리드코프가 메이슨캐피탈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대부업권을 벗어나 제2금융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 대부업계의 시각입니다.

리드코프는 대부업체 가운데 유일한 코스닥 상장사로 지난해 순매출(영업수익) 3732억, 영업이익 601억원을 올렸습니다. 1년 새 순매출은 24.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1.5% 늘었습니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려가면 수익성은 악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드코프가 사업을 다각화하는 이유입니다.

리드코프는 지난해까지 렌털플랫폼업체 비에스렌탈, 중고차 경매플랫폼업체 카옥션을 잇달아 인수했습니다. 앞서 대부업을 기반으로 한 OK금융그룹과 웰컴금융그룹도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제도권 금융사로 진입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이 같은 대부업체들의 제2금융권 진출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오는 7월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내리면서 대부업계에 대한 당근책이 나왔지만 업계의 불만은 여전합니다. 금융당국은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로의 쏠림에 대비, 대부업체가 낮은 금리로 금고를 채울 수 있게 은행대출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최고금리를 어겼을 때 채찍은 경쟁 관계인 캐피털업체보다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최고금리를 위반해 최근 5년간 제재를 받은 금융사는 모두 네 곳입니다. NH농협캐피탈과 현대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캐피털업체 세 곳과 대부업체인 핀옥션소셜대부입니다. 이들에 대한 징계 내용을 보면 캐피털업체들은 시정명령, 핀옥션소셜대부는 영업정지 3개월이었습니다. 똑 같은 위법행위에 대한 징계가 달랐던 것입니다.

최고금리를 어긴 대부업체를 제재하는 법적 근거는 ‘대부업법’입니다.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할 경우 금융위원회는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대부업자에 대한 주의·경고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캐피털업체 등 여신금융사가 위반했을 경우에는 ‘금융위원회가 시정을 명할 수 있다’라고만 명시돼있습니다. 대부업체들의 불만이 여전한 이유입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생활금융, 늘찬금융, 소비자금융, 희망금융, 소비자여신금융, 편의금융, 서민생활금융’. 한국대부협회가 2013, 2018,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부업 명칭 공모전>에 후보로 올린 이름들입니다. 이탈리아 범죄조직을 떠올리기도 한다는 대부업의 이름을 바꾸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아 보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