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넘치는데 배당은 메마른 샘표식품, 일감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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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넘치는데 배당은 메마른 샘표식품, 일감 몰아주기?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4.0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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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순이익·이익잉여금 사상 최대인데… 샘표 “투자 때문에 돈 없다”
소액 주주들 “주주에게 이익 배당하지 않기 위한 궁색한 변명에 불과”
샘표식품 박진선 사장(작은 사진)과 샘표식품 전경
샘표식품 박진선 사장(작은 사진)과 샘표식품 전경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샘표식품이 정작 주주친화정책에는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속내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샘표식품 측은 “향후 투자계획을 위해 배당 증액이 어렵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하지만 샘표식품의 지표를 살펴보면 샘표식품 측의 답변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발견됩니다. 소액 주주들도 샘표식품 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본지가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샘표식품은 2016년 지주사 설립을 위한 기업분할 이후 실적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요. 영업이익은 2016년 60억원, 2017년 202억원, 2018년214억원, 2019년 31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8.0% 늘어나면서 42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샘표식품 측은 직원들에게 연말 특별상여금으로 400만원을 일괄지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당 현금배당금은 5년 연속 200원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른 현금배당성향은 15.9→7.94→5.08→3.14→2.25%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거뒀으나 배당성향은 2%대로 뚝 떨어진 것인데요. 소액 주주들은 샘표식품 측의 이 같은 행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지난 22일 진행된 샘표식품 주주총회에서 “영업이익과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 배당 금액이 너무 적지 않느냐”고 질타하자 샘표식품 측은 “향후 투자계획을 위해 배당을 증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샘표식품의 한 주주는 “재투자비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도 50%에 가까운 배당성향을 보이는데 샘표식품이 말하는 ‘대규모’는 대체 어느 정도 규모인가”라며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지 않기 위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주주들은 배당성향을 20%대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샘표식품의 주장처럼 배당을 늘릴 여력이 없는 것일까. 본지가 공시를 살펴본 결과 여력은 충분했습니다. 당기순이익 증가에 따른 이익잉여금이 큰 폭으로 적립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익잉여금이란 ‘기업이 영업 활동의 결과 발생한 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하고 남은 금액으로, 사내에 유보된 금액’을 말합니다. 즉, 샘표식품에는 돈이 넘치고 있었는데요.

샘표식품이 2016년 샘표에서 인적분할 당시 57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이 2017년 165억원, 2018년 337억원, 2019년 589억원에서 지난해에는 941억원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5년 만에 1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을 적립하게 된 배경에는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주주에 대한 배당은 동일하게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샘표식품의 순이익은 2016년 568억원에서 2020년에는 361억원으로, 무려 626.6%나 늘어났습니다.

기업의 배당여력을 가늠하는 데 주로 쓰이는 잉여현금흐름(FCF)도 지난해에 32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채비율 역시도 39.8%로 매우 양호한 수준입니다. 소액주주들이 샘표식품 측이 이익을 제대로 배분하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소액주주 관계자는 “실적이 날로 향상되고 있는 데다 재무여건도 양호한데 배당을 못 늘리겠단 사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샘표식품 측은 “이천·영동공장에 대규모 투자가 계획된 건 사실”이라면서 상장회사라는 이유로 공시규정 상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소액주주는 “실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면 초기 투자비 부담을 감내한 시점 이후부턴 실적이 더 좋아질 텐데 중장기 배당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도 의아한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명진포장 ▲통도물류 ▲누리팩 ▲성도물류 등 4개의 비상장 가족회사를 합병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이들 4개사는 사업보고서에 샘표식품의 계열사이자 특수관계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비상장사로 정확한 실적은 파악하기 어려운 상대입니다.

명진포장은 2020년 12월 31일 기준 샘표식품 지분 0.33%를 소유하고 있는 주주입니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의 부인인 고계원씨 일가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도물류는 박진선 사장의 장남인 박용학 상무가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사내이사로 근무했고, 누리팩 역시 박용학 상무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이사직으로 근무했습니다. 성도물류는 박진선 사장이 본점 토지를 2004년 증여받아 2011년 성도물류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소액주주연대는 법무법인 창천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배당 증액 ▲배당성향 상향 ▲계열사 합병 등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서를 샘표식품에 보내고 회신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채승훈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대주주와 특수이해관계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경영진의 위법소지가 있다”며 “회사 경영진은 준법경영과 적정한 배당정책을 통해 소수주주들을 포함한 모든 주주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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