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팔아치우는 국민연금, ‘박스피 주범’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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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팔아치우는 국민연금, ‘박스피 주범’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3.25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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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수익률이 6%를 웃돌며 8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월 마지막 금요일,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준정부기관은 들뜬 소식을 전합니다. 이 기관이 굴리는 돈이 지난해만 11월까지 6.49% 불어났다는 것입니다. 1987년 9월 18일 기관이 세워진 뒤로 따져도 해마다 6% 가까이(5.93%) 곳간을 불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33년 간 415조6000억원이 늘어난 것입니다.

지난 1월 29일 발표한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 현황. /자료=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지난 1월 29일 발표한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 현황. /자료=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 연금 제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국민이 소득활동을 할 때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소득활동이 중단된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렇게 모인 기금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용하기 위해 기금운용본부라는 전담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오늘(2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내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회의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배분 목표비중 수정안’을 논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경제신문을 포함한 일부 언론은 기금위가 이날 회의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수정안을 논의해 의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위는 자산배분 목표비중 조정에 대해 논의 계획이 없다”라고 보도설명 자료를 내놨습니다. 이는 직접적으로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조정하는 작업을 이번 기금위에서 의결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복지부는 다만 이날 기금위에서는 “국내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오는 26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릴지에 대한 논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은 오는 26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릴지에 대한 논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이에 따라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오는 5월 ‘중기 자산 배분안’ 심의에서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군과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국민연금의 장기 전망과 맞닿아 있는 사안이라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여러 고려 요소와 함께 논의될 전망입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17일 투자정책 전문위원회를 열고 전략적 자산배분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에서 ±3%, ±3.5%로 늘리는 안건을 검토했습니다. 대신 전술적 자산배분 이탈 허용범위는 기존 ±3%에서 ±2%나 ±1.5%로 줄어드는 방안입니다. 해당 방안은 어제 국민연금 실무평가위원회에서도 논의됐으며 기금위에 안건이 상정될 방침입니다.

전략적 자산배분 목표비중의 이탈 허용범위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매도되는 금액이 줄어들면서 기금운용본부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매매에 나설 수 있게 됩니다. 기금운용본부의 매매 자율성이 커지는 방식입니다. 다만 전략과 전술적 이탈 허용범위를 합한 ±5%포인트는 기존대로 유지될 전망이므로 국내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복지부는 25일 “국민연금 기금위는 자산배분 목표비중 조정에 대해 논의 계획이 없다”라는 보도설명 자료를 내놨다. /자료=보건복지부
복지부는 25일 “국민연금 기금위는 자산배분 목표비중 조정에 대해 논의 계획이 없다”라는 보도설명 자료를 내놨다. /자료=보건복지부

한편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20%까지 확대되면 연금의 매도 행진도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수가 오를 때마다 (국민연금의) 매도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불안감이 발목을 잡았는데 그런 부분을 명쾌하게 해결한다면 투자심리 측면에서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도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일정 부분 유지한다면 시장 변동성이 줄고 단기간 오르내리진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연금의 기본 방향이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과 대체투자를 늘리는 방향”이라며 “주식 비중은 자연스레 금액적으로도 순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반면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자금인데 위험 자산인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제 기금위 산하 실무평가위원회 회의에서는 “2030년부터 국민연금 자산을 매각해 연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라면서 “이럴 때 충격을 줄이려 해외 자산을 늘려나가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자료=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국민연금의 매도세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운용 주관사의 감사기능 강화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사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연기금만 팔지 않으면 오른다..국가의 기관이 자국 기업과 자국 경제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국내 투자 비율을 줄이며 석달 하루도 안 빠지고 국내 우량주 주식을 팔아 제끼는데..” “국민연금공단 연금운용부서 2~3으로 쪼개라 너무 커 주식시장 폐해가 너무 크다” “왜 박스피에 가두려하고 좋은 우량주를 냅다 던지는 거지. 외국주식 보유율 줄이고 한국주식 더 사도 충분하지 않을까”.

“돈을 다루는 부문은 지속적인 감사를 해서 불법을 자행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민주정권은 공무원들 감사기능이 죽은 것 같아 무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LH사태가 눈에 보이는 이유입니다. 운용주관 증권사의 불법이 난무하여 의혹이 없는지 지속적인 감사를 해서 우를 범하지 않도록 관리바랍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25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금대로 가면 적립금은 2038년 1344조6000억원에 도달한 뒤 2039년 적자로 전환, 2055년에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초 기획재정부의 2015년 전망치보다 5년이 앞당겨진 것입니다. 가입자 100명이 부양하는 국민연금 수급자 숫자도 2019년 19.4명이던 것이 2090년에는 116.0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성실한 근로자를 울리는 5가지’. 지난 21일, 한 경제연구원은 슬프다 못해 화나는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월급이나 소득보다 빠르고 높게 오르는 물가와 세금이 직장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도 눈물샘을 마르게 합니다. 그리고 텅텅 비어가는 실업급여 재정과 ‘이것’은 2021년 대한민국 월급쟁이들의 삶의 무게입니다.

“죽어라 부은 국민연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죽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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