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낙제점’인데 성과급 잔치까지… LH, ‘해체’ 가능할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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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낙제점’인데 성과급 잔치까지… LH, ‘해체’ 가능할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3.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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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LH 사장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작은 사진)은 올해 신년사에서 부처 직원들에게 “집값 걱정과 전월세 문제 등으로 힘겨워하는 국민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배경은 진주 혁신도시에 자리한 LH 본사.
LH 사장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작은 사진)은 올해 신년사에서 부처 직원들에게 “집값 걱정과 전월세 문제 등으로 힘겨워하는 국민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배경은 진주 혁신도시에 자리한 LH 본사.

“새해에는 집값 걱정과 전월세 문제 등으로 힘겨워하는 국민의 근심을 덜어주자.”

2009년 10월 1일, 법률 제9706호에 따라 둘이 하나가 된 공기업은 국민 주거생활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꾀한다며 새 출발을 알립니다. 이 공기업은 11년이 조금 모자란 지난해 8월 25일, 공감경영 대상을 차지합니다. 3년 연속 정부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달성한 뒤 맞은 겹경사입니다. 그로부터 넉 달 뒤, 공기업의 사장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됩니다.

‘경영평가’. 기업 또는 공공 기관의 경영 활동 전반을 점검 및 평가하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22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 재발방지 대책의 하나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와 같은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 전체가 성과급을 받지 못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유형별 경영평가 대상 공공기관.
유형별 경영평가 대상 공공기관.

정부는 먼저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윤리경영·공공성 배점을 높이는 방안부터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100점 만점으로 이뤄지는 기존 경영평가에서 3점을 차지하고 있는 ‘윤리경영’ 부문 배점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LH의 경우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당시 윤리경영 부문에서 낙제점(D등급)을 받았지만 종합평가에서는 최고 등급을 받았습니다.

경영평가 잣대가 부실하다는 지적에도 LH는 최근 3년 연속 경영평가에서 종합등급 A등급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LH의 성과급 잔치도 이어졌습니다. 모든 임직원에게 평균 1000만원에 가까운 성과급이 주어진 것입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708만원 ▲2018년 894만원 ▲2019년 992만원입니다.

공기업 경영평가 지표 및 윤리경영 세부평가 내용. /자료=기획재정부
공기업 경영평가 지표 및 윤리경영 세부평가 내용. /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경영평가 지표 개편과 별도로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돌려받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누리꾼들은 성과급 환수가 답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LH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습니다.

“그놈의 성과급 자체를 없애라... 한전이 빚더미에 올라가도 성과급 지급.. 한전뿐만이 아니겠지.. 공기업은 말 그대로 나라에서 하는 거.. LH도 마찬가지.. 나라에서 하는 게.. 강제로 빼앗고 지들은 뻥튀기해서. 돈 벌어 가지고 성과급 잔치하고.. 이게 공기업이냐?” “썩을 것들. 이미 받아 처먹은 것도 다 환수시켜야지. 해체해도 타 업장에 취업 못하게 해버려야 한다” “웬 성과급~ 그대로 환수해도 모자랄 판에~ 성과급을 줄인다~ ㅋㅋㅋ~ 지들끼리 뭐하자는 거냐~ LH 없애라. 이게 국민이 원하는 거다~ 국민을 욕보이지 마라~ 더 이상~”.

“해체하고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부분적인 개선은 의미가 없습니다. 전체가 썩었는데 부분 개선은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만 몇천 중에 3천명 가까이 횡령하는 회사면 해체가 답이지” “해체 한다, 안한다 국민투표 하자 이것들은 해체가 답이다” “LH는 왜 필요하냐? 그냥 민간에 맡기면 더 잘되는데 LH는 개인땅 법을 빌미로 빼앗다시피 하여 민간건설에 비싸게 땅 팔고 비싸게 산 땅에 아파트를 지어 국민들에 팔고, 이러니 비쌀 수밖에 LH는 중간에서 복덕방 역할하며 일종의 아주 비싼 마진을 챙기는 거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2번째)은 지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LH와 같은 내부 직원의 투기에도 3년 연속 기관평가 최우수 A등급을 받은 경영평가 제도에 대해, 사회적 물의 시 경영평가에 추가 불이익이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료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2번째)은 지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LH와 같은 내부 직원의 투기에도 3년 연속 기관평가 최우수 A등급을 받은 경영평가 제도에 대해, 사회적 물의 시 경영평가에 추가 불이익이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료사진=기획재정부

이처럼 LH 해체 요구가 빗발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방안과 LH 환골탈태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재발방지’와 ‘환골탈태’라는 표현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미리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1일 LH 투기 1차 조사결과 발표 때 “해체적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강경 입장을 보였던 정세균 국무총리도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 총리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LH 조직 개편 방안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LH를 토지공사·주택공사로 각각 분리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며 다소 누그러진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2·4 부동산 대책 등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공급 대책 차질이 걱정된다는 점도 LH 해체 불가론에 힘이 실립니다. 어쨌든 정부는 이달 말까지 공직사회 투기방지 방안과 LH 개혁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따라서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정부의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과대평가라는 지적이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과대평가라는 지적이다. /사진=픽사베이

한편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금융권에서조차 과대평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2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ESG 등급 평가를 보면 5대 금융지주사들은 최소 B+에서 최대 A+를 받고 있습니다. ▲KB와 신한금융이 A+ ▲하나와 NH농협금융이 A ▲우리금융이 B+입니다.

하지만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이다 보니 환경과 고용산재 등 사회분야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지배구조와 관련해 사외이사와 감사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이 금융지주사의 ESG 평가를 차별화하고, ESG 평가 관련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입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LH 직원이 쓴 걸로 추정되는 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LH 직원이 쓴 걸로 추정되는 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직장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LH 직원’ 찾기에 온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회사가 있습니다. 인재를 바보로 만드는 회사와 바보를 인재로 만드는 회사. 여기서 뒤의 인재는 난 사람이나 든 사람이 아닌, ‘된 사람’을 일컫습니다. 외국기업의 어느 경영인이 남긴 말입니다.

“우리 회사는 사람을 만듭니다. 그 사람이 우리 제품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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