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달래기’ 나선 금융지주 주주총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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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달래기’ 나선 금융지주 주주총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3.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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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신한, 26일 KB·하나·우리금융지주 정기 주총… ‘분기배당’ 근거 마련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삼성전자가 유령회사를 통해 삼성자동차에 2억8000만달러를 편법 출자했다.”

1998년 3월 27일, 한 시민단체의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에 사실을 밝히라고 재촉합니다. 소액주주를 대표한 위원장은 주주총회를 기다렸다는 듯 질문공세를 쏟아냅니다. 이날 주주총회는 첫 번째 안건 처리에만 6시간, 마지막 의사봉을 두드리기까지 모두 13시간 17분이 걸립니다. 이날 소액주주를 대표한 이는 훗날 대통령의 정책실장이 됩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KB금융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KB금융

‘주주총회’.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모여 상법에 정해 놓은 회사의 중요한 사안을 정하는 최고 의사결정회의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잇달아 개최하는 가운데 주총에서 다룰 안건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번 주총에서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성향 축소에 따른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오늘(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다음날인 26일 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주주총회를 엽니다. 이밖에 지역 금융지주인 BNK와 DGB금융지주는 26일, JB금융지주는 이달 마지막 날 주총을 개최합니다. 올해 금융지주사 정기 주총의 주요 현안은 ‘배당 축소’ 관련입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외국은행에게 오는 6월까지 배당성향을 20%로 제한할 것을 권고해 왔습니다. 은행권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는 지난해(25%~27%)보다 최대 7%가량 줄어든 배당성향을 확정했습니다.

KB금융지주와 하나·우리금융지주가 당국의 권고치에 맞춘 20%의 배당성향을 발표한 것입니다. 반면 신한은행은 금융위 권고보다 높은 22.7%의 배당성향을 설정했습니다. 다만 전년도 배당성향(25.9%)보다는 낮춰 당국과 주주들 양쪽의 기대치에는 어느 정도 부응했다는 평가입니다.

따라서 금융지주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중간배당 등을 통한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의 권고가 6월까지로 한정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신한금융은 25일 주총 안건으로 정관변경의 건을 포함했습니다. 기존 중간배당에서 분기배당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안건이 통과되면 7월 1일 실시하던 중간배당을, 분기별로 네 차례 할 수 있습니다.

우리금융도 26일 주총에서 자본준비금 4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포함했습니다. 이익잉여금은 손익거래나 이익의 사내유보에서 발생하는 잉여금으로 주주가 청구할 수 있는 이익입니다. 다시 말해 현금배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4조원 추가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KB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제고 방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하나금융은 지난해에도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 금융지주사 주총의 새로운 움직임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안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신한금융은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ESG 전략위원회로 이름을 바꿉니다. 우리금융은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해 그룹 ESG 경영 전반을 맡깁니다. BNK·DGB금융지주도 체계적인 ESG 경영 추진을 위해 관련 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사외이사진의 교체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1명 가운데 26명의 임기가 끝나지만 대부분 연임이 유력합니다. 신한과 하나금융이 각각 4, 2명의 사외이사를 바꿀 예정입니다. 지역 금융지주 가운데에는 BNK·JB금융지주가 각각 3, 1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합니다.

올해 금융권 주총의 또 다른 이슈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금융권 주총의 또 다른 이슈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다. /사진=픽사베이

신한금융은 곽수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배훈 변호사법인 오르비스 변호사, 이용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했습니다. 하나금융은 권숙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과 박동문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을 추천했습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를 재선임합니다.

이밖에 하나금융은 최고경영자(CEO)의 거취를 확정합니다. 김정태 회장의 연임과 박성호 하나은행장 내정자의 금융지주의 비상임이사 등재도 추진합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이사진은 9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납니다. 다만 지성규 현 하나은행장은 별도로 금융지주 이사진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한편 올해 금융권 주총의 또 다른 이슈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입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내년 8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4대 금융지주는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이미 개정 법안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을 늘려 지난해부터 대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성 사외이사가 전혀 없는 BNK·DGB·JB 등 지역 금융지주 세 곳은 비상입니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까지 적어도 한 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를 찾는다면 임시 주총이라도 열어 사외이사를 영입하겠다는 게 이들 금융사의 심정입니다.

오늘은 국제비행접시단체(IFSB)가 정한 ‘세계 접촉의 날(World Contact Day)’입니다. 한국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53년 3월 15일, IFSB 회원들이 우주의 외계인에게 우정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상장기업들이 접촉해야 할 대상은 외계인이 아니라 주주입니다. 주주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주식회사의 ‘텔레파시 경영’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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