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과 너무나 다른… 이부진에게 ‘고통분담’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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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과 너무나 다른… 이부진에게 ‘고통분담’이란?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3.15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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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후 첫 영업손실 호텔신라, 고통 분담하자며 직원 임금 동결
임원들은 ‘장기인센티브’ 명목 성과급 잔치… 이부진 18억원 올라
직원들은 ‘주 4일제 근무’, ‘휴직 프로그램’ 등으로 급여 되레 축소
SK 최태원 “SK하이닉스 연봉 모두 직원에게 돌려 주겠다”와 대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각 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각 사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호텔신라가 경영난 극복을 위해 노사간 임금동결에 합의했지만, 실제로 손에 든 급여를 보면 직원에게만 고통분담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이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호텔신라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지난해와 전년도 급여 상황을 보면 이부진 사장 등 임원들의 급여는 성과급 지급에 따라 크게 오른 반면, 직원들의 급여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고,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은 오롯이 직원 몫으로 떠넘긴 꼴이 됐습니다. 자신의 연봉 전부(SK하이닉스 수령 급여)를 직원들에게 나눠준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호텔신라와 노사협의회 측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직원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11일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직면한 만큼 노사가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라는 설명입니다.

호텔신라 측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노사가 협의해서 임금 동결을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지난해 18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전년도에 2959억원의 이익을 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손실입니다. 호텔신라가 연간 실적 적자를 기록한 것은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당기순손실도 2833억원이나 났습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호텔신라의 주 사업인 면세점 사업 매출 타격이 제인 큰 탓입니다. 지난해 호텔신라의 면세점 부문 매출은 7423억원으로, 전년보다 47% 줄어들었습니다. 영업손실은 16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부진 사장의 숙원사업이던 남산 한옥호텔 건립과 다낭에 선보인 신라모노그램 사업이 차질을 빚은데 이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은 아예 철수한 탓이 큽니다. 호텔·레저 부문 매출도 전년 같은기간 대비 25% 감소한 996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영업손실은 185억원이 났습니다.

이런 실적 쇼크에 호텔신라는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자는데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고통분담은 직원들의 몫이 돼 버린 듯합니다.

노사합의 언론보도가 나온 것은 3월 11일이지만 하루 앞선 10일 호텔신라가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부진 사장의 연봉은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옵니다. 호텔신라의 하루 차이 언론플레이에 석연찮은 느낌이 듭니다.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부진 사장은 이 사장은 지난해 급여 11억840만원, 상여 37억100만원, 기타 근로소득 700만원 등 총 48억9200만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급여만 따지면 2019년 12억8000만원에 비해 1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상여금을 보면 말이 달라집니다. 2019년도 상여금은 19억2100만원에서 18억원 가량 오른 37억100만원을 받았습니다. 호텔신라 측은 ‘장기성과인센티브’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장기인센티브는 3년 평균연봉을 기초로 주주총회에서 정한 이사보수한도 내에서 산정해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호텔신라 측은 “지속적인 회사 성장과 발전을 위한 각 사업별 경쟁력 유지, 조직 안정 등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상여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2019년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공로가 인정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지난해에 상반기에도 그간 3년째 동결했던 이부진 사장의 보수를 14.2% 가량 올렸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호텔신라 측은 “지난해(2019년) 사상 최고 실적을 낸 게 올해(2020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지난 5월부터 임원 일부 급여를 반납한 것 역시 일부분 반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인규 사장 급여 또한 인상됐습니다. 한 사장은 2019년 17억99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38.5% 오른 24억9100만원을 수령했습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평균급여는 어떨까요. 면세점 부문 남자직원은 1억400만원에서 7800만원으로, 여자직원은 7300만원에서 4900만원으로 확 줄어든데 이어, 호텔&레저 부문 역시도 남성 직원 4900만원에서 4800만원, 여성 직원 3500만원에서 3400만원으로 각각 감소했습니다.

여기에는 주 4일 근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호텔신라는 올해도 기존에 운영 중이던 주 4일제 근무와 휴직 프로그램 등은 계속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직원들의 허리띠는 계속 졸라매야만 하는 실정입니다.

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의 급여를 반납해 직원들에게 나눠준다고 선언, 이부진 사장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 회장은 2월 1일 “SK하이닉스에서 받게될 연봉 전부를 내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로 받게 될 연봉은 30억원으로 추산되는데요. SK하이닉스 임직원 2만8000여명에게 동일하게 나눠줄 경우 각자 10만원 가량씩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시작은 사내에서 성과급 지급 규모에 대한 불만의 목소를 의식한 때문인 것으로 보이나, 최태원 회장의 결단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간 위기상황에서 희생의 몫은 항상 직원들이었습니다. 리더의 솔선수범하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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