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징계’에 뿔난 김광수, ‘김광수에 뿔난’ 소비자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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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징계’에 뿔난 김광수, ‘김광수에 뿔난’ 소비자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3.10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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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징계 예정 은행장 입장 대변… 누리꾼들 분노 폭발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12월 1일 제14대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한 김광수 회장은 관료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제14대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한 김광수 회장은 관료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그거 주기만 하면 은행 대리들도 할 수 있는 자리인데…”

지난해 11월 23일, 은행들이 모여서 의논하는 사단법인에 낙하산이 내려앉습니다. 1928년에 세워진 법인은 정사원 22곳, 준사원 36곳의 업무 개선을 통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날 법인의 회장추천위원회는 연봉 7억짜리 우두머리에 옛 재경부와 금융위원회 국장을 지낸 인사를 추천합니다. 누리꾼들이 ‘모피아 취업금지법’을 만들라는 이유입니다.

‘경영위축’. 사업이나 기업 등의 조직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활동이 어떤 힘에 눌려 졸아들고 기를 펴지 못함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지난해 12월 1일, 낙하산 논란 속에 제14대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한 김광수 회장이 “경영위축”이란 말을 내뱉었습니다. 연합회 정사원 은행장들의 징계를 걱정하며 자신이 몸담았던 당국에 날을 세운 것입니다.

어제(9일) 취임 100일을 맞은 김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무더기 징계를 받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금융권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높다”라는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징계는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 입장인 명확성 원칙과 괴리가 있다는 주장까지 펼쳤습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행연합회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행연합회

김 회장은 “감독 당국의 징계가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입장인 명확성 원칙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 보여 금융권에서 예측이 어렵고,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라며 “특히 은행장이 모든 임직원의 행위를 관리 감독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결과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다는 부정적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 CEO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를 알렸습니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해 불완전 판매를 유발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당시 은행장)에게 직무정지 상당,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문책경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사전 통보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날 간담회서 “징계 같은 침익적 행정처분은 금융사가 충분히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법규 문안을 충실히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일방 관계가 아닌 상호 소통 관계의 감독 행정이 이뤄져야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영활동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라며 당국에 조언까지 했습니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현직 경영진이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대거 금융당국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진=각 은행
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현직 경영진이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대거 금융당국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진=각 은행

이날 간담회가 끝나자 은행에 우호적인 언론들은 김 회장의 발언을 헤드라인으로 뽑으며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심지어는 ‘작심발언’ ‘작심비판’ ‘금감원에 일침’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감독당국의 징계가 잘못된 것처럼 쏟아내고 있습니다. 반면 금융 소비자가 대부분인 누리꾼들은 김 회장의 발언을 꼬집으며 은행들의 그간의 잘못된 행태를 꾸짖고 있습니다.

“사기꾼들은 위축이 아니고 경제활동 안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것이다” “니가 당해봐라. 그게 정상 경영인지. 왜 고객한테 설명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냐는데 뭔 헛소리. 거짓말로 수수료 해처먹고 고객 돈 다 날려놓고 정상경영활동 위축? 정신이 있는 넘인지 참” “미국 금융당국에 이런 거 걸리면 CEO는 수백년 징역감이다. 엔론사건에서 회계부정만으로도 수백년 선고된 거 모르느냐.고객과 국민을 우습게 아니까 협회장이 헛소리나 해대지”.

“고객돈 사기쳐놓고, 중징계가지고 되냐? 구속 시키고 고객돈 전액 배상해야 한다” “CEO가 그럼 왜있니? 그럼 왜 월급을 천문학적으로 받아가니? 독일헤리티지펀드 만들어서 판 게 창구직원이니? 사기펀드 만들고 팔라고 직원들 내몰아서 고객돈 먹어치우고 나 몰라라 하면서 무슨 징계가 세다고 이런 말두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독일헤리티지드 고객들 사기 쳐서 고액연봉 잔치하는 것이 경영활동이냐? 천벌을 받을 놈들....너 땜시 화병 나서 혈압이 계속 상승중이다”.

“경영활동 위축이라고요? 그럼 고객들에게 사기를 쳐서 불량사모 팔아 은퇴자들 피눈물 나게 만든 거는 경영활동 왕성하게 한 결과물인가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이 나라 금융권 수준이 아프리카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판매 수수료에 혈안이 되어 사기상품인지 불량상품인지 구분하지 않고 팔아놓고 이제 와서 하는 소리가 우리도 몰랐다? 모르는 넘들이 수수료는 왜 받아쳐먹는 거죠? 이러고도 쥐꼬리만 한 징계조차 부당하다고요? 은행연합회장 이면 그동안 금융권에서 저질러온 짓에 대해 고객들에게 사과하는 게 먼저입니다”.

지난달 24일 은행연합회 등 7개 금융협회장이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를 다짐한 공동 자율결의문. /자료=은행연합회
지난달 24일 은행연합회 등 7개 금융협회장이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를 다짐한 공동 자율결의문. /자료=은행연합회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금융소비자 중심경영을 실천한다”. 지난달 24일 7개 금융협회장은 자율결의를 가졌습니다. 이달 25일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를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김광수 회장은 “불완전판매를 근절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펀드 불완전판매로 피눈물 흘리는 금융소비자가 들었다면 뭐라고 할까요.

“자율? 안하겠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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