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 매매, ‘커피 한잔 값’으로 황제주 골라 담을 수 있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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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점 매매, ‘커피 한잔 값’으로 황제주 골라 담을 수 있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3.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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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분할처럼 초고가 우량주 접근성 쉬워져… 금융당국 “증권사 7~8곳 관심, 도입 적극 검토”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5월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자사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액면분할을 예고했다. /사진=스페이스X
지난해 5월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자사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액면분할을 예고했다. /사진=스페이스X

“투자자들의 주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주를 5개로 쪼갠다.”

지난해 8월 11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장 마감 직후 성명을 발표합니다. 애플에 이어 열흘 뒤부터 액면분할을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액면분할은 석 달 전 테슬라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미리 알린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테슬라의 주가는 같은 날 시간 외 거래에서 8%나 치솟습니다.

비싸서 사기 힘들었던 주식을 액면분할을 통해 살 수 있는 것처럼 ‘소수점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비싸서 사기 힘들었던 주식을 액면분할을 통해 살 수 있는 것처럼 ‘소수점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액면분할’, 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분할비율로 나눔으로써 주식수를 늘리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예를 들어 액면가액 1만원짜리 1주를 둘로 나누어 5000원짜리 2주로 만드는 경우입니다. 보통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유동성이 낮아졌을 때 실시합니다. 액면분할을 하면 주식 가격은 내려가고 주식 수는 많아져 거래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액면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카카오·펄어비스·현대중공업지주·대한제당·한국석유·하이스틸 등 9곳입니다. 액면분할은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현대중공업지주는 발표 이후 한 달 새 주가가 11.6% 뛰었고, 한국석유는 발표 직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하이스틸과 대한제당도 발표 이후 두 자릿수나 올랐습니다.

예년과 달리 올해 액면분할의 경우 덩치가 큰 기업이 많습니다. 카카오(035720)의 경우 주가는 50만원에 육박하고 시가총액도 40조원을 넘고 있습니다. 펄어비스(263750)와 현대중공업지주(267250)도 시총이 4조원 안팎입니다. 금융투자업계도 이처럼 우량주 주가가 싸지면 비싼 가격에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합류하면서 수요 기반이 확충된다며 반깁니다.

비싸서 사기 힘들었던 주식을 액면분할을 통해 살 수 있는 것처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투자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소수점 단위 매매’로 부르는 소수점 거래입니다. 현재 소수점 거래는 해외주식 투자에만 허용하고 있는데 국내에 도입할 경우,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도 단돈 1만원으로 0.01주만 구매할 수 있어 접근성이 크게 나아집니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등 신생 증권사도 국내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전산시스템이 이미 갖춰진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서비스도 바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국내주식 소수점 매매' 허용에 대한 입장을 묻고 있다. /사진=국회TV 영상 갈무리
지난달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국내주식 소수점 매매' 허용에 대한 입장을 묻고 있다. /사진=국회TV 영상 갈무리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커피 한 잔 값으로 1등 주식 골라담기> 토론회를 동료 의원들과 함께 주최한 이광재 의원은 “미국처럼 0.1주로 1등 주식을 살 수 있으면 주식시장이 동학개미와 중산층의 든든한 소득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비스 도입 의지가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규제 샌드박스 등으로 길을 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달 8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도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소수점 매매 도입 필요성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이어 정 총리로부터 “주가지수가 3000포인트 수준인데 더 올라가면 주식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고, 이 경우 효용성이 있다고 본다”라며 “못할 이유가 없다”라는 답변을 얻어낸 바 있습니다.

이 의원은 제도 도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으로부터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앞서 언급한 토론회가 열린 날, ‘금융샌드박스 내 혁신서비스지정(임시면허)’ 등을 활용해 국내 주식의 소수점 거래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앞서 금융위가 ‘임시허가’ 형태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를 가능케 한 것과 같은 절차입니다.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토론회에서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허용하느냐 마느냐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투자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을까 방법을 찾고 있다”라며 제도 허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재 국내 증권사 7~8곳 정도가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변 과장은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소수점으로 거래하도록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국내주식 소수점거래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려면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의 시스템 인프라도 모두 개비해야 하고 주식 1주당 부여돼 있는 의결권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4일 열린 '국내주식 소수점 매매 가능할까' 토론회. /사진=유동수 의원실
지난 4일 열린 '국내주식 소수점 매매 가능할까' 토론회. /사진=유동수 의원실

한편 액면분할 러시에 대해 누리꾼들은 거품만 부채질한다며 투자유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액면분할 단점=주식 유통수가 많아지면서 단타쟁이가 많이 달라붙는다. 단타쟁이들 덕에 주가가 오를 때 오르지 못하는 개잡주가 된다. 장점=없음.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아님” “싸 보이는 착시를 노리서 한탕하려는 거지. 삼전이 액분 안했으면 한주가 400만원이 넘는데 비싸서 개미들은 얼씬도 안했을걸. 저러다 거품 꺼지면 다시 액병하고” “분할 뉴스 자꾸 올리니 거품 계속 올라가네. 거품이다. 속지마라”.

소수점 거래 도입을 놓고서는 그만한 가치의 우리나라 주식이 있느냐고 되묻습니다. 아울러 세금을 걷는 용도에 다름 아니라며 공매도 시스템이나 손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1000원짜리 주식 20원어치 주세요 이런다고 ㅋㅋㅋ쪼개가며 살 주식이 있기는 하고 ㅋㅋㅋ” “잔머리 굴리고 있네 참내 어이가 없네 한국주식 쪼개가며 살 만한 거 있기는 하냐? 쓸데 없는 짓 하고 있네” “거래세 걷으려고 별 개 같은 짓을 다하네” “소수점 거래해서 얻는 게 뭐냐 한주에 천만원씩 하냐?” “소수점 거래 필요 없어요. 몇백만원 하는 것도 아니고”.

“머리 쓰는 척하지 말고 능력 없으면 그냥 미국시장 그대로 옮겨와라 제발.............공매도시스템부터 이게 진짜 이해가 되는 거냐? 우리나라 it강국이라면서????” “미국주식 소수점 한다고 의결권이 1주처럼 있는 것도 아니고 증권사에서 돈 벌기 위해 한 것인데” “세금 더 뜯어내려고~~공매도나 아주 없애라” “그 시스템 구축하는 비용이면 먼저 무차입공매도적발시스템 구축해야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나 몰라라 두루뭉수리 넘어가면서 무엇이 급한지 몰라서 그러나.. 공매 앞잡이들” “개미 등칠 생각 그만하시고 공매도나 손봐주세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 스스로 황제라 부른 영정의 진나라를 무너뜨린 가난한 농민 진승의 외침입니다. 기업이 세워지면서부터 ‘황제주’는 따로 없습니다. 기업의 가치는 한푼 두푼 투자하는 주주들과 함께 올라갑니다. 대한민국 기업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바로 자본시장의 건강한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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