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과 함께… KB가 불 댕긴 은행 ‘인증서 전쟁’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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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과 함께… KB가 불 댕긴 은행 ‘인증서 전쟁’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1.19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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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선점’ KB모바일인증서 가입자 640만 돌파… 다른 은행들도 차별화 서비스 시작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14년 드라마 여주인공이 입었던 '천송이 코트'를 사지 못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등 '액티브X'는 폐지해야 할 규제 대상이었다. /사진=국민TV
2014년 드라마 여주인공이 입었던 '천송이 코트'를 사지 못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등 '액티브X'는 폐지해야 할 규제 대상이었다. /사진=국민TV

“천송이 코트를 사지 못하게 만든 원흉.”

2014년 3월 17~19일, 인터넷을 하루 30분 이상 사용하는 전국의 20~50대 가운데 78.6%는 ‘이것’의 폐지에 찬성표를 던집니다. 한류에 빠진 중국인들도 드라마 여주인공이 입은 옷을 이것 때문에 구매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이것으로 가장 불편한 것은 “인터넷 사이트 가입”(38.3%)이었습니다. 그리고 “연말정산 같은 정부서비스”(27.3%)가 뒤를 따랐습니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연말정산과 함께 ‘인증’ 경쟁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진=카카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연말정산과 함께 ‘인증’ 경쟁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진=카카오

‘연말정산’. 국세청에서 지난 1년 동안 간이세액표에 따라 거둬들인 근로소득세를 연말에 다시 따져보고, 실소득보다 많은 세금을 냈으면 그만큼을 돌려주고 적게 거뒀으면 더 징수하는 절차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1년이 지난 다음 진행되기에 ‘13월의 월급’이라고도 부릅니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연말정산과 함께 은행권의 ‘인증’ 경쟁도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먼저 ‘공인인증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입니다. 오늘(19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2019년 처음 선보인 KB모바일인증서 가입자가 18개월 만에 64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은행권 공동 인증서비스인 ‘뱅크사인’ 가입자가 약 40만명임을 감안하면 16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정부가 연말정산 사설인증서 사업자로 선정한 KB모바일인증서는 허인 은행장이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광고는 물론 유튜브 등 채널을 모두 동원해 ‘KB모바일인증서 알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앞서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정부 주관 ‘공공분야 전자서명 시범사업’ 사업자로 뽑혔습니다.

직접 발급받아야 하는 연말정산 서류.
직접 발급받아야 하는 연말정산 서류.
/자료=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공감'
/자료=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공감'

이에 따라 지난주부터 진행되고 있는 연말정산에서 KB모바일인증서를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국민은행은 2018년 9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심의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미래 인증서’ 작업에 착수, 1년 만인 이듬해 9월에 가장 먼저 모바일인증서를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앞서가는 국민은행을 따라잡기 위해 다른 은행들의 추격전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범용성’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은행과 공공기관에서 두루 쓰도록 ‘WON(원)금융인증서’를 내놓은 것입니다. 도입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4일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선 금융인증서는 이번 연말정산에서 기존 공인인증서와 함께 공동인증서로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범용성을 갖춘 인증서는 아니지만 인증 방식을 차별화했습니다. 모바일뱅킹 앱 ‘하나원큐’를 선보이면서 얼굴 인증 서비스를 도입한 것입니다. 휴대폰 기종과 상관없이 얼굴 인증으로 로그인하고 이체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습니다. 이밖에 다른 은행들도 자체 인증 방식을 선보이면서 사설인증 시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고려한 설계가 특징입니다. ‘NHOnePASS(원패스)’는 농협의 금융·유통 계열사에서도 가입과 인증 절차 때 쓸 수 있는 통합 인증 서비스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모바일뱅킹 앱 ‘신한SOL(쏠)’에서 쓰는 자체 인증 ‘쏠인증’을 시작했습니다. 이들 은행은 자체 인증을 넘어 사설인증서 개발도 검토 중입니다.

주요 5개 민간 인증서가 배치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화면.
주요 5개 민간 인증서가 배치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화면.

한편 이번 연말정산에서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인증서는 ▲KB모바일 인증서와 함께 ▲카카오페이 인증서 ▲패스(PASS) ▲삼성패스 ▲NHN페이코 인증서 등 5개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행정안전부의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도입 시범사업에서 시범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옛 공인 인증서인 공동인증서도 쓸 수 있습니다.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교회 목사나 성당의 신부, 사찰의 승려도 대상입니다. 2018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가 전면 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달 13일 추경호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귀속분 소득을 신고한 종교인은 9만4700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신고한 소득은 모두 1조7885억원이었습니다.

“오럴(Oral) 로버츠라는 딱 맞는 이름을 지닌 전도사는 시청자들에게 800만달러를 기부하지 않으면 신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말을 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지만 그 말은 먹혔다”. 식민지 케냐에서 태어난 영국 국적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에서 ‘세금도 한 푼 안 내고 잘 나가고 있는’ 미국의 목사를 비난합니다. 그러면서 목사의 나라 초대 부통령의 말을 인용합니다.

“가능한 모든 세상 가운데 최상의 것은 종교가 없는 세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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