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 세계대전의 서막, ‘CBDC’가 온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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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 세계대전의 서막, ‘CBDC’가 온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12.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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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발발은 실물 경제와 사람들에게는 가혹했으나 디지털 산업과 온라인 유통 산업에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힘입어 MSCI 전 세계 기준 온라인 유통(Internet & Direct Marketing Retail)과 IT 산업(Technology Hardware, Storage & Peripherals)은 올해 60% 안팎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반면 주식 투자자에게는 희소식이었던 온라인 상거래와 전자결제 이용의 급격한 증가는 통화정책과 금융 안정성을 책임지는 중앙은행을 긴장케 했던 사건이기도 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직접 발행하는 법정화폐(Fiat Money)와 은행예금을 통해 국가 금융시스템의 통제력을 확보하는데, 민간 IT 기업이 주도하는 전자결제 서비스는 중앙은행의 통제 범위 밖에 있어서 전자결제의 급격한 증가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하고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한때 탈정부적 전자화폐 특성으로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그 가치의 불안정성으로 중앙은행을 위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페이스북이 가치가 안정된 전자화폐(stable coin) ‘리브라(Libra)’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고 중국이 중앙은행 전자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 도입에 박차를 가하면서, 위협을 느낀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이에 대항하는 전자화폐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CBDC의 도입은 1972년 달러의 금본위제 탈피 및 순수한 법정 지폐 시작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세계 금융시스템 변혁과 기축통화 경쟁을 예고하는 사건이 될 전망이다. 주요 중앙은행의 CBDC 도입의 결과는 전 세계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CBDC 도입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이와 관련해 추천하는 자료는 유럽의 대표적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브뤼셀(Bruegel)연구소가 발표한 <The next generation of digital currencies: in search of stability>, BIS와 EU·FED가 공동으로 연구하고 발표한 <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 foundational principles and core features>, 그리고 CNN의 <China wants to weaponize its currency. A digital version could help>(2020.12.8) 등이다.

◆ ‘리브라’가 불댕긴 중앙은행 전자화폐

CBDC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알 필요가 있다. 전자화폐의 논의는 비트코인, 특히 블록체인 기술에서 시작했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미확인 인물이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전자화폐 관련 논문을 발표하는데, 거래 당사자의 거래 기록을 암호화·블록화하여 시스템 참가자가 모두 분산 기록하는 분산 거래원장(DLT, Decentralized ledger technology)이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거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거래를 승인할 때마다 보상으로 한정 수량 발급하는 전자화폐, 비트코인이 발급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비트코인은 차세대 화폐로 주목받았으나 여러 차례 가격이 급등락하며 가치의 불안정성으로 화폐의 가치척도, 가치저장 기능에 부적합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분산 거래와 그 기록처리 과정의 시간과 에너지 소모, 그리고 한정된 공급 수량으로 지속적인 결제 수단으로 문제가 있었다. 비트코인은 탈정부·민주화 특성으로 일각에서 환호했으나 결국 익명성이 불법적 거래에 활용되면서 각국은 엄격하게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투기성 높은 투자 수단으로 애용되며 원장 기록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응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BDC 도입의 다음 배경은 페이스북의 전자화폐 리브라이다. 지난해 7월 페이스북은 전자지갑 칼리브라(Calibra)를 이용해 회원간 주고받고 결제에 활용 가능한 전자화폐 리브라를 올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자지갑의 브랜드는 올해 5월 노비(NOVI)로 변경된다. 리브라는 비트코인과는 달리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통화바스켓과 연동하는 안정화된 코인이다.

‘Libra association’에서 공정 관리할 계획이고 원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되 거래원장은 Libra association이 집중 관리한다. 장기적으로는 분산원장 DLT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페이스북의 전자화폐에 대해 ECB와 Fed는 즉각 반발했고 엄정한 조사와 규제 조치와 함께 승인 가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태도다.

각국 중앙은행이 우려하는 리브라의 파괴적 영향력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한 거래 규모에서 기인한다. 페이스북의 월 거래이용자 수는 올해 9월 말 기준 27억4000만명인데 이들의 절반만 이용한다고 가정해도 달러를 능가하는 국제 통화로 국제 금융시스템과 각국 통화정책을 교란할 위험이 있다.

더구나 글로벌 회원과 이용자, 기기 보유자를 가진 구글·애플 등 다국적 IT기업이 전자화폐 발행에 추가 참여할 경우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단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페이스북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으로 리브라의 이용자와 이해 상충, 이용자 정보 오·남용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화폐 발행의 공공성 위협은 각국 중앙은행을 자극했고, 결국 리브라는 미국과 EU는 물론, 이미 준비 중인 중국까지 적극적으로 CBDC 도입을 추진하는 효과를 낳았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리브라 발행 선언 이후 국제결제은행 BIS를 중심으로 ECB와 Fed 등 서방 중앙은행들은 CBDC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CBDC는 개인과 법인 모두가 중앙은행에 직접 계정을 가지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은 CBDC 이용자에게 보상 차원의 이자를 지급할 것이며 전자화폐의 지급 결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중앙은행이 거래 기록을 집중 중개·관리한다.

즉 비트코인의 분산 원장 기록 방식을 배제하고 중앙은행이 거래를 승인하며 금융거래 정보를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통해 중앙은행은 모든 경제주체에 직접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강력한 통화정책 수단을 확보하며 민간 전자결제 흡수를 통한 완벽한 금융통제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금융위기, 코로나19 등과 같은 긴급 재정, 금융지원이 필요하면 100% 직접 지원이 가능하며 전 국민 금융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추적 불가능했던 불법적인 금융거래도 직접 통제가 가능하고 국제간 호환 가능한 프로토콜에 의해 CBDC를 개발하면 국제간 금융거래 비용도 획기적으로 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따금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회사에서 발생하는 금융정보 사고는 국가가 금융정보를 보유하므로 보호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CBDC 도입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먼저 은행 산업은 예금이탈(disintermediation) 위험으로 약화가 불가피하다. 독점적 지위로 성장해온 은행은 중앙은행과의 예금 경쟁에 직면하며 경영수지가 악화할 것이다. 대부분 민영화된 은행은 경영수지를 메우기 위해 대출과 투자금융에 집중하며 은행 경영 위험이 증가한다. 즉 은행의 파산위험 리스크 비용(CDS Premium)이 증가한다. 이것은 다시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켜 경영수지를 더욱 압박한다.

또 다른 위험은 전 세계 금융의 달러화(dollarization) 위험이다. 금융이용자는 같은 값이면 당연히 안정성 높고 편리한 디지털 기축 통화를 이용한 금융 행위를 선호할 것이다. 기타 국가의 통화가치와 통화 주권은 약화되고 전 세계 금융의 거래단위가 달러로 고착할 위험이 크다. EU의 단일 통화 시스템처럼 글로벌 단일 통화 시스템 시대가 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 ‘CBDC’에 대항, 통화주권 각축전 치열할 듯

마지막으로 고려할 CBDC의 위험은 국가에 의한 사회 통제 강화 위험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중앙은행이 블록체인의 원장을 관리한다는 것은 개개인의 금융거래 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카드 거래 정보에는 삶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어서 오용될 경우 공권력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CBDC 도입을 추진하는 국가다. 중국의 CBDC 도입 동기는 ▲달러 국제 금융시스템의 압박 타개 ▲위안화 통제권 강화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상 국가의 존폐 문제에 가까운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인민은행(PBC)은 2014년부터 C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현재 선전·쑤저우·청두·웅안 등 4개 도시에서 시범 도입하고 있는데, 20억위안(3억달러) 이상 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PBC는 CBDC가 구매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하며 금융계좌 개설과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국민에 고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중국 CBDC도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며 모든 거래는 중앙은행을 통해 디지털 원장에 기록하는 추적 가능한 디지털 위안화를 만들 계획이다.

중국은 이미 현금 대신 대부분 민간 전자결제와 디지털화폐가 거래 중이다. 그룹의 알리페이, 텐센트의 위챗페이가 지난 10년간 급성장하며 중국 인구 8억명과 모바일거래 이용자의 86%가 이용 중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금융영역에 국가 통제권이 제약되어 민간 기술기업, 전자지급 서비스회사의 금융시스템 영향력을 통제할 필요가 있는데 이에 CBDC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은 정부 통제를 벗어난 IT기업에 의한 금융 독점을 우려해 2013년 알리페이가 출시한 MMF가 판매 급신장할 때 긴급 제재를 한 경험이 있고 최근에는 사전 협의 없는 ant그룹 상장을 며칠 전 중단시키기도 했다. 중국이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CBDC의 경제 및 사회의 감시, 통제 권한 강화 효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CBDC는 안면 인식, 보안 카메라 등과 같이 국가 감시체계의 마지막 완성 단계일 수 있다.

PBC는 CBDC를 ‘통제 가능한 익명성’이라는 특징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즉 거래 상대방은 서로 모르지만 PBC는 개인 거래정보를 확보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제력은 민감한 해외 자금 유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5년에 이어 2019년 미-중 무역분쟁과 경제적 난관 속에도 비공식적 통로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고 있어 이에 아주 민감하다.

한편 위안화에 대한 통제력 확보와 함께 중국은 달러 국제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응책으로 디지털 위안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즉, 달러 독점 금융시스템을 타개하고 위안화의 국제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CBDC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중 관계의 악화 속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이러한 대응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중국 관료, 예를 들어 홍콩 캐리 람의 경우처럼 미국 계좌개설과 이용 제한에 이어 중국은 미국이 달러 국제결제 시스템(SWIFT) 이용을 제재할 경우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럴 경우 위안화 국제결제 시스템의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 위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앞서 확인한 중국 정부의 CBDC 통제 의도는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외신은 지적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전자화폐 도입은 통화정책 강화와 금융 통제 및 안정성 확보, 국제결제 효율성 증가, 불법 금융 근절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은행 산업 약화, 달러화 강화 등 금융 주권 약화, 개인 금융정보의 국가 점유 등의 심각한 문제점도 있다. 리브라가 불붙인 CBDC 도입 분위기를 중국 PBC가 조기 도입을 추진하면서 EU·Fed가 미래 통화 주권을 놓고 세계 금융 대전을 벌일 것은 확실시된다.

금융주권은 물론 IT 첨단 기술의 주권도 같이 연계되는 CBDC 금융 대전은 산업의 국제화에 이은 가장 중요한 세계적 사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도 내년 CBDC를 파일럿 테스트한다는 계획이지만 파괴력과 비교해 사회적 관심은 미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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