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의 스톡옵션 1억, 스타트업 죽이는 독이 될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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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의 스톡옵션 1억, 스타트업 죽이는 독이 될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18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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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출범 앞두고 ‘개발자 모시기’… 시총 46조 네이버도 구인난, “중소기업 죽이는 꼴”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오늘날의 탄자니아와 모잠비크에서 노예를 끌고가는 아랍인 노예상들. /출처=위키피디아
오늘날의 탄자니아와 모잠비크에서 노예를 끌고가는 아랍인 노예상들. /출처=위키피디아

“억대 스톡옵션은 환상, 실상은 24시간도 모자라는 일벌레.”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 오늘(12월 18일), 미국의 수정 헌법 13조가 의회를 통과하자 아메리카 흑인들은 환호합니다. 꿈에 그리던 노예 제도의 폐지를 명문화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135년 뒤, 새로운 노예가 등장합니다. 넷슬레이브(Net Slave), ‘인터넷의 노예’입니다. 빌 레사드는 현대판 노예인 인터넷 종사자들을 11계급으로 분류한 책에서 그들의 실상을 알립니다.

2012년 ‘페이스북’ 상장으로 7년 전 그림값으로 받았던 스톡옵션이 2200억원이 된 한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최. /사진=뉴욕타임스
2012년 ‘페이스북’ 상장으로 7년 전 그림값으로 받았던 스톡옵션이 2200억원이 된 한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최. /사진=뉴욕타임스

“벽에 그린 그림 하나로 2200억원 스톡옵션 대박 터뜨리다.”

2005년 오늘,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보노는 4년 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가수가 됩니다. 그가 사들인 듣보잡 회사의 지분가치가 1조5000억원 불어난 것입니다. 이 듣보잡 회사의 상장으로 대박을 친 인물이 또 있습니다. 이 회사 사무실에 벽화를 그려준 한국인 이민자의 아들은 현금 대신 그림값으로 받은 스톡옵션으로 돈방석에 앉게 된 것입니다.

‘스톡옵션’. 주식매입 선택권의 영어식 표현으로, 회사가 자사의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따라 일정 기간 안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상장 등으로 주식값이 오르면 그 차익을 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보상제도입니다. 내년에 출범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인재 확보 차원에서 1억원 가치의 스톡옵션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내년 7월 출범하는 '토스뱅크'는 영업 개시 이후 모든 직원들에게 1억원 가치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계획이다. 사진은 이승건 토스 대표. /사진=비바리퍼블리카
내년 7월 출범하는 '토스뱅크'는 영업 개시 이후 모든 직원들에게 1억원 가치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계획이다. 사진은 이승건 토스 대표. /사진=비바리퍼블리카

18일 토스혁신준비법인에 따르면 내년 7월에 출범하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칭)’가 주요 직군 경력 개발자를 뽑습니다. 주요 채용 부문은 서버 및 프론트-엔드 개발자, 시스템엔지니어 등이며 개발 경력이나 분야·연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원 가능합니다. 토스뱅크는 이들 경력자에 최대 1억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12월 국내 3번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예비인가를 얻었습니다. 내년 1월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금융당국의 심사 뒤 3월에 본인가가 결정되면, 토스뱅크는 내년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합니다. 토스뱅크는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영업을 시작하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1억원 가치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계획입니다.

IT업계에서도 모든 직원에게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준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토스뱅크는 이에 대해 앞으로 IT기반 모바일 은행으로서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함께 갖추기 위한 보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채용 과정은 지원서 접수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3주 안에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네이버도 이달 7일까지 경력 개발자 대규모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네이버도 이달 7일까지 경력 개발자 대규모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개발자들 몸값만 올려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고통만 안겨준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아울러 혁신성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차별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개발자들 신입이나 경력이나 몸값만 올라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죽어나가는 거 아니오. 쫌 같이 삽시다” “진짜 근본 없는 토스. 스타트업 탈 쓰고, 황금알 은행인가 받고 개발자 흡수로 타 스타트업과 소상공인 다 죽이는 정말 못된 회사” “스톡옵션 많은 회사 주식을 절대 사지 말라고 버핏 GURU가 이야기 하셨지” “야근으로 쓰러지고 싶은 사람은 가는 거지.. 1억은 부의금이다” “스톡옵션도 기본 몇년 근속해야 줄 거 같은데?” “기존은행은 1억원을 줄테니 제발 나가달라고 하고, 인터넷 은행은 정반대네” “1억 적힌 휴지조각”.

“이게 무슨 대단한 기술혁신이나 발명이냐? 토스 그냥 옛날 중소기업은행 폰번호 계좌랑 뭔 차이야...100원 하루만 맡겨도 200원 나오거나 하지 않는 이상 금융은 이제 가상화폐 아니면 특이하고 혁신적인 게 없어 호들갑들 떨지 마셈” “2년 전 토스에서 하는 부동산투자광고 p2p 테라펀딩 원금손실률 0% 광고 보고 테라펀딩 투자했다가 개피 본 1인 입니다..토스는 그것에 대해 전혀 책임도 지지 않고 이런 회사가 무슨 뱅크를 운영할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기준 시가총액 46조원이 넘는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는 지난달 12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안타까움을 털어놨습니다.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인력을 뽑고 싶어도 개발자가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통해 개인(중소 상공인)도 새로운 창업기회가 열리고 있다”라며 국내 전문가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IT 대기업들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과 경쟁이 사실상 어려운 스타트업들은 인재 확보를 위해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지인이나 직원 추천을 통해 인력을 뽑거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데려오는 방법이 그것입니다. 이마저도 통하지 않을 경우 ‘스톡옵션’이라는 2000년대 초 1세대 벤처들의 구인카드를 꺼낸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3일 <중소기업 일자리 관련 언론의 보도경향>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보도가 긍정적인 보도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소기업 일자리’ 관련 기사 모니터링 결과, 종합일간지는 부정적인 경우가 65%였고 긍정적인 경우는 6%에 불과했습니다.

경제일간지는 이보다 더욱 심해 부정적인 경우가 74%인 반면, 긍정적인 경우는 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홍종희 중소기업중앙회 청년희망일자리국장은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세심한 보도로 중소기업 일자리에 대한 편견 해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스페인 왕실 컬렉션의 스트라디 바리우스 바이올린. /사진=위키피디아
스페인 왕실 컬렉션의 스트라디 바리우스 바이올린. /사진=위키피디아

“좋은 소리를 내지 않으면 가차 없이 부숴버린다”. 오늘(12월 18일)은 현대 표준형 바이올린의 창시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세상을 떠난 지 283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니콜라 아마티의 제자인 그는 같은 문하생인 안드레아 과르네리와 곧잘 비교됩니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의 표현처럼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인재 육성책을 바라봅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미 완벽하게 되어 있는 음색에 나를 맞춰가는 것이지만, 과르네리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아 내가 소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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