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1년, 학생들이 그립다 [김범준의 세상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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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1년, 학생들이 그립다 [김범준의 세상물정]
  • 김범준 편집위원(성균관대 교수)
  • 승인 2020.11.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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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강의실. /사진=픽사베이
빈 강의실. /사진=픽사베이

올해 내내 대부분의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1학기가 끝날 때쯤에는 2학기에도 주로 온라인 강의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2학기가 끝나가는 지금, 요즘 코로나의 확산세를 보면 내년 1학기에 학생들을 다시 강의실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아 보인다. 이곳저곳에서 백신 개발 성공의 소식이 들리지만, 개발된 백신이 널리 전달되어 많은 사람이 접종을 받을 때까지는 또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 분명하다.

강의실에서 초롱초롱한 학생들의 눈빛을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할 때의 느낌을 좋아한다.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방금 들은 내용이 어려운 지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 강의가 지겨운지 어떻게든 졸음을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 하나같이 정겨운 풍경이다.

직접 강의실에서 만나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강의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눈빛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을 때가 많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학생,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 가끔 시도하는 짧은 농담에 미소를 머금는 학생이 얼마나 있는지 만으로도, 강의 분위기를 직관적인 느낌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고개를 갸웃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강의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이 늘어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방금 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시 설명하기도 하고, 일상의 익숙한 비유를 들기도 하고, 강의에 관련된 유머를 시도해 학생들의 집중을 다시 이끌 수도 있다. 학생들이 어느 부분을 이해하기 어려운지, 그때그때 질문을 받고 설명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소통의 방식이다.

온라인 강의는 실시간으로 진행하더라도 이런 전통적인 방식의 직접적인 양방향 소통이 어렵다. 게다가, 사전에 녹화한 강의 동영상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학생들과의 실시간 양방향 소통 없이 혼자서 강의를 녹화하다 보면, 말은 빨라지고 강의 진도도 함께 빨라진다.

사전에 녹화해 올린 동영상을 이용한 강의의 장점도 많다. 집이든 지하철 안이든, 언제 어디서나 학생이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의 강의를 다시 반복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강의자의 말이 빠르면, 잠깐 동영상 재생을 멈추고 강의 내용을 필기할 수도 있다. 강의자에게도 편리한 면이 있다. 주말 밤이든 평일 점심시간이든, 여유가 있는 적절한 시간을 택해서 강의를 녹화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 초등학교 수업장면. /사진=픽사베이
코로나 이전 초등학교 수업장면. /사진=픽사베이

우리가 코로나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될 시점 이후, 대학의 강의도 과거의 방식으로 온전히 되돌아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되었지만, 여러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본 경험이 대학교육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진행하는 전통적인 대학 강의의 장점과 온라인 강의의 여러 이점을 결합한 새롭고 다양한 방식의 교육이 적극적으로 대학에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전,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 방식의 강의를 한 학기 진행한 경험이 있다. 배우는 것은 강의 시간에, 숙제는 강의가 끝난 뒤에 하는 전통적인 수업 방식을 뒤집어, 강의는 수강생 각자가 동영상으로 미리 온라인으로 시청하고, 오프라인의 대면 강의 시간에는 모둠을 이루어 토론과 프로젝트 수행을 함께하는 것이 거꾸로 수업이다.

제대로 운영된다면 장점이 많은 수업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영상 강의를 수업시간 이전에 미리 듣고 강의 내용을 학생이 잘 이해한 다음에야 효율적으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식이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수강생뿐 아니라 교수자도 동영상을 활용한 온라인 강의의 경험을 폭넓게 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으로 앞으로 대학 수업에서 거꾸로 수업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미래에는 학생에 따라 개인화한 방식의 교육이 대학에서 가능할 수도 있다.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는 수강생 개개인이 강의 내용의 어느 부분에서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지 플랫폼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면, 여러 단계로 세분화하고 다양한 난이도를 갖는 개별 숙제 문제를 생성해 도움을 줄 수도, 학생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수준별 강의 동영상을 추가로 소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언어로만 소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표정과 몸짓 같은 비언어적 소통 방식도 함께 동원해 수만년을 어울려 살아온 호모 사피엔스다. 거꾸로 수업이든, 전통적인 대면 수업이든, 눈앞에서 꾸벅꾸벅 졸아도 난 여전히 학생들이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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