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단체장 다음은… ‘정치인’ 생보협회장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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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단체장 다음은… ‘정치인’ 생보협회장이 온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1.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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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3선 의원 출신’ 정희수 내정… 보험연수원장 선임 당시에도 ‘뒷말’
생보협회장에 내정된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사진=정희수 SNS
생보협회장에 내정된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사진=정희수 SNS

‘관피아’(관료 출신과 마피아의 합성어)가 잇따라 내려앉은 금융기관 단체장에 이번엔 정치인 출신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것도 이력을 파고 파보면 지금 야당의 전신에서 세차례나 국회의원직을 지냈다. 대부분 반응은 이렇다. 처음엔 갸우뚱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늘 그래왔으니까.

새 생명보험협회장에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내정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2차 회의에서 정희수 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1953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정희수 내정자는 대구상업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를 나왔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고향에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소속으로 17~19대 연거푸 금배지를 단 그는 2017년 놀라운 순간이동을 보여준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성탄절을 열흘남짓 앞두고 전혀 놀랍지 않게 보험연수원의 우두머리 자리에 앉는다. 굳이 ‘보은’이라는 말은 꺼내지 말자.

시계를 보험연수원장 취임 당시로 돌려보자. 1965년 세워진 보험연수원은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보험 교육기관이다. 1994년 사단법인으로 독립한 뒤 대부분 금융감독원 출신이 수장을 맡았다. 헌데 정치인 출신이라니. 연수원장 선임 2주가 지나서야 늦깎이 취임한 빌미를 스스로 제공했다. 퇴직 공직자 취업 승인을 거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양대 보험협회의 역할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다소 부담스럽다”. 지난해 3월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정 원장이 최근 보험사에 CEO포럼을 제안했는데 그 취지가 보험업계의 민원을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마 생보협회 회추위가 이래서 ‘쎈’ 인물을 앉힌 이유일지도.

새누리당 국회의원 시절의 정희수 생보협회장 내정자. /사진=정희수 SNS
새누리당 국회의원 시절의 정희수 생보협회장 내정자. /사진=정희수 SNS

생보협회는 다음달 4일 총회에서 정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의 반응도 달갑지만은 않다.

“보험업계 이익 대변해 주시겠네... 법제정도 하실 테고... 보험회사 진짜 주인은 가입자인데” “참신한 영재가 없나, 정치한 사람 데려다 놓으면 잔머리만 느는데” “어떻게 이런 사람이” “68세에 얼마나 그 분야에 전문성과 능력이 있기에 그 자리에 갈 수 있는가? 젊고 유능한 전문가들이 수두룩한데 굳이 저 사람을 써야 합니까, 그 나이에 조용히 독서나 하고 후배들 양성이나 하든지 뭘 탐욕을 보입니까?”.

지난해 3월 14일, 정부 당국의 수장은 관련 경력이 거의 없는 자들이 금융권 주요 자리에 앉는 것을 경계했다. 파란 기와 아래서 일하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앉은 이들을 두고 한 말이다. 인사가 만사다. 지금도 어디선가 금융을 제대로 아는 재야의 인사가 ‘쓸모’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적격자들이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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