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결론은 ‘FAANG’이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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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결론은 ‘FAANG’이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11.09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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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통령과 상·하원 선거 투표가 시작된 날로부터 닷새가 지난 8일, 그동안 트럼프가 가짜 언론이라며 애먹인 미국 언론들은 조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했다. 과거 미국 대선 투표 후의 미덕은 패자가 멋지게 패배를 인정하고, 당선인을 축하하며 미국의 미래를 축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0년 대선은 과거의 모습과는 좀 다르다. 지난 4일 미국 대선의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미세한 우세 속에 러스트 벨트, 선 벨트 등 경합지역에서 트럼프가 개표 초반 예상밖 선전을 하며 대선 불복 작전의 단초가 제공됐다.

트럼프 진영은 박빙 투표 지역의 재검표, 투표 마감이 지연된 우편 투표의 개표 중단에 대한 소송과 공화당 우세 대법원의 판결 유도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전에 조 바이든이 압승할 수 있을 것으로 언론들이 예상했으나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계획대로 상당 기간 당선자를 제도적으로는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2016년 극적으로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퇴장도 예사롭지 않은 쇼를 준비하겠다고 선거 전부터 선언했다. 추측해보면 험난한 부동산업계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트럼프의 동물적 감각은 대선 투표 전에 이미 고난을 감지했던 것이 아닐까? 과거 CEO를 보좌하는 직무를 경험했던 필자가 보기에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CEO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재임 시절 트럼프는 저돌적이며 실용적인 모습과 함께 예측 불가능성, 자기만의 만족 기준, 마음에 안 들면 떼쓰고 보복하기 등 CEO와 세살배기 아동의 유사점에 대한 우스갯소리에서 꼬집는 특성을 모두 보여줬다. 그는 CEO답게 세제 감면,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정책을 추진했고, 그 덕분에 FAANG 등 대형 IT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며 S&P500은 취임 후 대선 투표 전까지 65% 상승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그렇게 괴롭혔던 중국 증시는 MSCI 중국지수 기준 약 66% 상승했다는 점이다. 국제 금값도 47%나 상승하며 트럼프 재임 기간 내내 시장은 긴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미 대선 직전에는 이러한 정치 혼란 상태가 발생할 우려로 미국 증시는 물론 세계 증시가 하락했다. 정치 혼선 시나리오가 경제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에 공포지수 VIX도 상승했다. 애초 대선 혼란 발생 시에는 미 증시 및 세계 증시의 동요가 예상됐으나 지난 4일 이후 미국과 세계증시는 예상과는 달리 큰 폭 상승했다.

대선 직후 이틀 동안 S&P500은 4.2%, 특히 IT섹터는 7% 올랐다. 2016년에 이어 미국 대선 정치 전문가들의 예측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대선 투표 후 증시의 움직임은 투자·경제 전문가의 예측 전문성도 의심하기 충분한 것이다. 알고 보면 큰 이벤트 발생 후 대부분 투자 전문가는 전문 용어로 화려하게 꾸민 뒷북 해석이나 특정 이익을 위한 선동에 전문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점을 유의하자.

한편 외신들은 트럼프의 개표 초기 선전과 대선 정치의 혼란 전망에 주목하는 가운데 간간이 대선 후, 미 정치 구도는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지배 상원 및 민주당 지배 하원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개표일 밤부터 전했다. 개표 다음 날 증시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증시 투자자는 언론이 주목하는 인물 중심의 정치적 혼란보다는 향후 정치 구조가 트럼프는 물론 바이든의 반산업적 정책을 모두 제한하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즉, 증시는 트럼프가 물러갈 경우 트럼프의 미-중 무역 전쟁 등 공격적인 통상 전략으로 IT를 비롯한 망가진 글로벌 밸류 체인이 회복할 것이며, 미국 산업의 혁신 성장 원동력이었던 반 이민자 정책도 철회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바이든 이후 '예측 가능한' 정부 정책으로 기업 투자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편 바이든의 반산업적 공약은 100만달러 이상 수익자의 자본이득세를 20%에서 39.6%로 인상하고, 법인소득세는 21%에서 28%로 인상한다는 증세 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고, 이것은 자본시장과 기업에 큰 부담을 줬다. 그러나 미국 의회가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으로 분열되면서 바이든의 증세 정책 입안이 쉽지 않고, 애타게 기다리던 코로나19 구제 지원도 당초 민주당 주장처럼 3조달러 가까운 대규모 지원은 어려우나, 거대 양당이 조정한 수준에서 불가피하게 실시될 것으로 증시는 기대한다.

또한 구글 등 대형 IT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페이스북 등 SNS 기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 규제도 지연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증시 성장주 붐을 형성한 대형 IT 기업의 족쇄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기대이다. 여기에 바이든의 기후협약 재가입과 인프라 투자 공약 등도 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에 반응하는 시장 참여자의 행동 측면에서 보면 경제 및 투자 전문가와 증시 투자자는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 전문가는 대통령 선거에 편향해 대선 전 다양한 시나리오를 이미 발표하고 최종 결과를 기다렸지만, 투자자는 실질적인 영향에 주목하며 정치 구도를 신속하게 해석하고 판단했다.

투자 전문가는 직업적 평판과 이용 가능성에 기준을 둔 반면, 투자자는 자산에 대한 실질적 영향에 기준을 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 설명하는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로 증시와 투자 전문가의 기준점 차이를 확인할 수 있겠다. 역사적으로 시장은 결정적인 순간에 투자 전문가의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증시는 미 대선 이전 정치적 불안에 의한 하락분을 만회하고 있으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은 의문의 여지가 있다. 장기적인 경기 후퇴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피신처는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대형 IT기업 즉 ‘FAANG(페이스북·아마존닷컴·애플·넷플릭스·구글)’일 수밖에 없다는 당장의 결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인 미국 경제는 실업의 장기화, 부채의 폭발 등의 우려가 있으며, IT 주가는 한계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 주가 과대평가 인식과 경제 악화 정도는 2008년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수준임을 유의하며 투자 포지션을 가진 투자자는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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