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거’ 소환한 미친 부동산, 공시가격 얼마나 오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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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 소환한 미친 부동산, 공시가격 얼마나 오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0.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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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992년 10월 28일 예수가 공중에 재림해 ‘믿는 자’만 천국으로 들어 올려진다던 이른바 ‘휴거’ 소동을 다룬 KBS 다큐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시리즈 6편의 한 장면. /사진=한국방송공사
1992년 10월 28일 예수가 공중에 재림해 ‘믿는 자’만 천국으로 들어 올려진다던 이른바 ‘휴거’ 소동을 다룬 KBS 다큐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시리즈 6편의 한 장면. /사진=한국방송공사

“하늘이 무너지는 게 뭔지 알았다.”

1992년 오늘(10월 28일), 밤 12시를 알리자 온 나라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잠시 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전국 166개 교회에 다니는 8000여명은 탄식을 쏟아냅니다. 모든 재산을 바친 일부 신도는 교회 기물을 부수고 경찰에 연행됩니다. ‘휴거’를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대한민국이 종말론 광풍에 둘로 나뉜 날입니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휴거' 관련 커뮤니티 글들. 검색 결과 2014년 1월 4일에 '휴거'라는 신조어가 인터넷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휴거' 관련 커뮤니티 글들. 검색 결과 2014년 1월 4일에 '휴거'라는 신조어가 인터넷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구원 받는 사람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것.”

새 학기를 앞둔 2014년 1월 4일, 종말론의 대명사인 ‘휴거’가 소환됩니다. 22년 전 한 종파가 쓰던 용어로만 알고 있는 이들은 곧 구세대가 됩니다. 초등학생들이 임대아파트에 사는 또래 아이들을 낮잡아 부르는 말입니다. 종말론이 못된 표현으로 부활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낱말을 쓰는 아이들의 부모는 종말론이 날뛸 때 초등학생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공시가격’. 정부가 조사 및 산정해 알리는 가격을 일컫는 네 글자로, 땅값 등 부동산 가격의 지표가 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28일) “부동산공시법에 근거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곧 발표될 예정인 바 이와 연계해 정부는 중저가 1주택을 보유한 서민들의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홍 부총리는 “회의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및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을 첫번째 안건으로 논의했다”라며 "재산세 부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당정회의 논의를 거쳐 당과 관계부처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앞선 8·4 대책을 통해 밝힌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보다 구체적인 사업구조도 내놨습니다. 분양자는 최초 분양 때 토지·건물 지분의 20~25%만을 취득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되, 입주 후 공공지분에 대한 임대료는 시세보다 낮게 책정할 방침입니다. 이후 4년마다 10~15%씩 균등하게 나눠 취득해 20~30년 뒤에는 100% 내집을 갖게 되는 방식입니다.

홍 부총리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신규 공급주택 중 공공보유부지와 공공정비사업 기부채납분 등 선호도가 높은 도심 부지부터 점진 적용할 계획”이라며 “2023년부터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의 전세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임대차 3법 등 새로운 제도가 정착돼 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다양한 정책 외 요인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전세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분석하고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고민할 예정”이라고 강조하면서 “불법전매와 불법중개, 공공주택 임대비리, 전세보증금 사기 등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이 강력 이뤄져 현재까지 약 2000명이 단속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개요. /자료=서울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개요. /자료=서울시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투기는 잡되 ‘실거주 1주택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1주택자중 실거주하고 있는 사람한테만 혜택을 주세요. 다주택자들은 재산세 더 올려야 합니다! 그들은 1년에 몇억 몇십억씩 생필품인 아파트 투기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고 있습니다! 더 이상 아파트 투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 1주택자는 건들지 말자. 2주택자부터 과세 바람” “집값 잡으라고 하면 다주택자를 규제해야지 1주택자는 왜 자꾸 시비를 걸어서 여론을 악화시키나? 의도가 있다” “그래도ㅡ서민들은ㅡ조금올라도 부담된다. 당신들은ㅡㅡ돈이 많으니 그런 걸ㅡㅡ느끼지 못하지만ㅡㅡ서민은ㅡㅡ만원만ㅡㅡ올라도ㅡ힘들다”.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여신'(오른쪽)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자유의 여신상. /사진=픽사베이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여신'(오른쪽)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자유의 여신상. /사진=픽사베이

‘높이 93.5미터, 무게 225톤’. 1886년 오늘, 미국 허드슨강 어귀에 거대한 구조물이 세워집니다. ‘세계를 비추는 자유(Liberty Enlightening the World)’. 구조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됩니다. 프랑스가 독립 100주년을 맞은 미국에게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 그 받침대에 새겨진 시구 같은 보금자리 정책을 기대합니다.

“고향 없는 자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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