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400 여성 임원에게 ‘승진턱’ 쏘라면 안돼요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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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400 여성 임원에게 ‘승진턱’ 쏘라면 안돼요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0.23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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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임원 남녀임금 1억6000만원 vs 4400만원… 상호금융은 여성 임원 없어 ‘비교불가’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미국 해병대 242년 역사상 처음이다.”

2017년 9월 25일, 캘리포니아 펜들턴 캠프에 보병 장교가 배속됩니다. 펜들턴은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의 영웅들인 해병대 1사단 본부입니다. 마흔명의 부대원을 이끌게 된 장교는 다름 아닌 여성. 1959년 오늘(10월 23일) 태어난 샘 레이미가 만들어낸 <여전사 지나>가 진짜 탄생한 것입니다. 남성들 가운데 홍일점이 아닌, ‘군대’라는 유리천장을 깬 순간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유리천장’. 충분한 능력을 갖춘 구성원, 특히 여성이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1979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 처음 등장하였고, 1986년 같은 잡지에 재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1991년 미국 정부는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유리천장이 사라지는 가운데 아직도 ‘승진 성차별’ 현장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남성 우월 문화가 강한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의 유리천장은 ‘방탄’ 수준입니다. 국내 116개 금융사 임원 중 여성은 단 5.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부처의 경우 고위직 여성 임용은 목표치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료=민형배 의원실
/자료=민형배 의원실

23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개 금융업권 116개 금융사에서 받은 <2019년 임원 현황>에 따르면 전체 금융사 임원 1630명 중 남성 임원은 1544명, 여성 임원은 86명이었습니다. 업권별로 보면 상호금융은 여성 임원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저축은행의 경우 189명 중 4명으로 2.1%, 증권사는 460명 중 11명으로 2.4%에 그쳤습니다.

이밖에 손해보험사는 4.7%, 대부업은 5.1%였고, 카드사와 은행은 각각 7.4, 7.8%로 집계됐습니다. 생명보험은 전체 임원 209명 중 여성이 23명으로 11%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금융업권 임원의 남녀 간 임금 격차도 컸습니다. 업권 전체 임원 평균은 2억1900만원이었는데, 여성 평균은 1억2000만원으로 남성의 55%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대부업 남성 임원 평균 임금이 1억6000만원인데 반해 여성은 4400만원 수준으로 격차가 3.64배에 달했습니다. 저축은행은 남성 임원 1억7400만원, 여성 7000만원으로 2.49배, 카드사는 남성 2억1400만원 대비 여성 1억300만원으로 2.08배였습니다. 이어 은행 1.91배, 생명보험 1.61배, 증권사 1.33배, 손해보험 1.08배 순이었습니다.

자료를 분석한 민 의원은 “금융업권에 여성 임원 비중이 적다고 항상 지적되지만 개선이 잘 되지 않고 있다”라며 “남녀간 임금격차, 상대적 박탈감 등 문제해결을 위해 스위스의 ‘임금분포공시제’ 등 정책적으로 금융사의 유리천장을 깨는 방안 마련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료=이양수 의원실
/자료=이양수 의원실

한편 정부 부처 가운데 하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여성 임원 승진은 여전히 목표치를 밑돌고 있습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부 고위공무원의 여성 임용 비율은 6.9%(29명 중 2명)로 목표치(7.2%)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본부과장급도 2018년과 지난해 모두 목표치에 미달했습니다.

여성의 공직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2018년 국가직 공무원 여성비율은 50.6%까지 올랐지만 고위직 여성 비율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입니다. 인사처는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고위공무원단 여성 비율 10%, 본부과장급 여성비율 25.0%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여성으로서는 처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사진=폰데어라이엔 트위터
여성으로서는 처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사진=폰데어라이엔 트위터

“강대국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제 기구를 인질로 잡고 있다”. 지난해 7월 16일 유럽연합(EU)은 집행위원장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을 선출합니다. 앞서 독일의 국방장관에 이어 두번째로 유리천장을 깬 것입니다. 하지만 더욱 주목받게 한 것은 7남매의 어머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장관 시절 남성의 유급 육아휴직제를 이끈 ‘저출산 파이터’였습니다.

독일 의사당의 유리천장. /사진=픽사베이
독일 의사당의 유리천장. /사진=픽사베이

“코페르니쿠스 이후 우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오늘은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가 세상을 떠난 지 30주기입니다. 그는 ‘구조’라는 틀에 의해 세상이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다고 주장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서는 ‘유리천장’에 균열이 가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는 의식과 거의 관계가 없다. 그것은 대단히 무의식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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