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신호기와 ‘재정준칙’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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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신호기와 ‘재정준칙’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0.06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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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사진=픽사베이
신호등. /사진=픽사베이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작은 사진이 철도 자동 신호기를 발명한 조지 웨스팅하우스. /사진=위키피디아, 픽사베이
작은 사진이 철도 자동 신호기를 발명한 조지 웨스팅하우스. /사진=위키피디아, 픽사베이

“하루 550대 열차가 나흘간 눈감고 달렸다.”

2014년 5월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막 출발하려던 열차 꽁무니를 다른 열차가 들이받습니다. 388명을 다치게 만든 원인은 ‘신호기 고장’. 사고일까지 오류가 계속됐지만 서울메트로는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매일 이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은 200만명이었습니다. 오늘(10월 6일)은 자동식 철도 신호기를 만든 조지 웨스팅하우스의 탄생 174주년입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국가 재정건전성에 노란색 경고등 켜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23일 우리나라의 2019년 재정건전성 지수(IFS)가 ‘1.04’로 OECD 32개국 가운데 26위라고 밝혔습니다. 9년 전보다 12계단 떨어진 것입니다. 국제통화기금이 개발한 IFS는 국가채무 비율에 대해 설정된 목표의 달성 가능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지수입니다. 1을 기준으로 1보다 크면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재정준칙’. 나랏빚인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나랏빚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신호기인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정부가 어제(5일)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예외 조항과 함께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해 사실상 구속력 없는 준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각각 60%와 -3% 안에서 관리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다만 경제위기가 나타난다면 일시적으로 이 한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습니다. “경기가 둔화할 때마다 코로나19 때처럼 운용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경기위기의 경우 발생 연도에는 국가채무비율 한도 60%를 적용하지 않겠다’라는 예외조항도 구체적인 특정 거시지표 숫자를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게다가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한도를 5년마다 바꿀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비판이 큽니다. 프랑스·영국·스웨덴·스페인처럼 법적 기반을 법률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재정준칙 준수 여부 판정을 위한 한도 계산식과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자료=기획재정부
재정준칙 준수 여부 판정을 위한 한도 계산식과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자료=기획재정부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나라 곳간 걱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아들 딸들에게 든든한 재정을 물려줄 거라면서 60%라니...앞뒤가 안맞아도 너무 안맞는데” “이대로 가다 또 국제기구한테 손 벌리는 거 아니냐” “민영화도 제대로 안되어 있어 공기업 부채까지 하면 부채비율 엄청나게 높아지는 나라에서 무슨 국가채무 따지고 있어. 눈 가리고 아웅인 거 알잖아” “이미 엄청 늘려놓은 빚이나 줄여라” “가계대출도 60%로 맞춰야” “개인은 빚 없이 살아야 행복하다. 그래야 세월이 천천히 간다. 빚 많으면 세월이 총알이다” “국민들이 벌어서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하고 나라에서 돈 나눠 준 것보다 규제보다 규제 완화해서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게 해야 한다”.

나비학자 석주명. /사진=위키피디아, 픽사베이
나비학자 석주명. /사진=위키피디아, 픽사베이

오늘 홍기원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9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 미회수금액은 총 7654억원, 회수한 금액은 350억원이었습니다. 갭투자(전세를 끼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 투기꾼들이 돌려주지 못해 정부가 대신 반환한 전세금도 포함됩니다. 이른바 ‘깡통전세’ 경고등이 켜진 것입니다.

“착한 임대운동이 나비효과 불러왔다”. 전북 전주의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임대료 깎아주기’에 건물주들의 동참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나비를 세계에 알린 생물학자 석주명이 세상을 떠난 지 70주기입니다. 그의 곤충 목록에 나라를 살찌게 하는 착한 나비도 올려봅니다.

“나는 나비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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