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태와 법인카드, ‘철가방 주먹’이 운다 [사자경제]
상태바
인국공 사태와 법인카드, ‘철가방 주먹’이 운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9.25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고 있는 서울의 대학.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고 있는 서울의 대학.

“강남 유흥업소에서도 6693만원 긁었다.”

학교를 세운 지 한번도 종합감사를 받은 적 없는 대학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어제(24일) 서울 사립대학의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학교의 보직 교수 등 13명은 음식점으로 위장한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221차례나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2년 전에도 같은 학교 교직원들은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를 결제했습니다.

‘법인카드’. 법인을 상대로 발급하는 신용카드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법인의 임직원이 사용하는 ‘공용 카드’와 카드에 명시된 본인만 사용할 수 있는 ‘개별 카드’가 있습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논란을 빚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 사장이 해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인카드로 사용한 ‘22만8000원’이 창사 이래 첫 불명예 퇴진의 빌미가 됐습니다.

지난해 9월 인천공항 위기관리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구본환 사장(가운데). /사진=인천공항공사
지난해 9월 인천공항 위기관리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구본환 사장(가운데). /사진=인천공항공사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는 지난 6월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기존 정규직 노조와 취업준비생 등 젊은 층 사이에서 불공정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인국공 사태’로 불려왔습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어제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구 사장의 해임안이 의결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공운위 의결에 따라 추석 연휴 전에 해임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지만, 구 사장은 “국토부가 해임 절차를 밟는다면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라고 오늘(25일) 밝혔습니다. 구 사장은 지난해 10월 2일 국정감사 당시 태풍에 대비한다며 국감장을 떠났으나 공항과는 거리가 먼 안양의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쓴 내역이 드러나면서 정부는 해임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번 해임 의결을 놓고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전환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논란과 국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구 사장 측의 법적 대응과 관계없이 후임 사장 인선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 정치권과 국토부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후보자군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토사구팽’이라며 후임 인선도 ‘낙하산’이 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꽂아주고 싶나보다. 저렇게까지 하는 거 보니. 단물 다 뺐으니 이젠 필요 없나보다” “그만두라면 미련 없이 떠나야지 안 그래?? 임명권자가 내쫓았다면 다 이유가 있는데 말이 많다 그러니 친할 거면 형제처럼 친하고 안 친할 거면 사돈처럼 해야 한다” “이용 당해주고 떠나네 왜 정의의 편에 서지 않았나”.

“이 정부에서 누군가를 인구공사장으로 앉혀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 같다. 낙하산인사가 누굴까? 한 2, 3개월 후에는 알겠지. 좀 잠잠해지면 수면위로 나오겠지. 아마도 진보사회단체 인물이 아닐까...” “함량미달의 갑질 공무원 낙하산은 이제 그만”.

영화 '철가방 우수氏'의 실제 인물 김우수씨의 생전 모습.
영화 '철가방 우수氏'의 실제 인물 김우수씨의 생전 모습.

“법인카드 사용 내역 역시 금융실명법에 따라 비밀이 보장돼야 한다”. 지난달 3일 대법원은 한 대학교 전직 노조위원장의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냅니다. 피고는 앞서 학교 이사장의 비위를 찾아내기 위해 법인카드 사용내역서 발급 권한이 없음에도 신용카드사로부터 사용 내역서를 요청해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나 왜 태어나게 했어요?”. 9년 전 오늘, 쉰다섯이 된 고아는 병원에서도 버림받다 철가방을 두고 세상을 떠납니다. 배달을 하며 어린이들을 도운 그였기에 안타까움은 더합니다. 그리고 김우수라는 본명 앞에 ‘기부천사’라는 수식어가 달립니다. 법인카드를 제돈 마냥 쓰는 이들에게 영화 <철가방 우수氏>를 권합니다. 5년 전 오늘, 세상을 떠난 문병란의 <정당성>입니다.

‘때때로 나의 주먹은 때릴 곳을 찾는다. 뻔뻔한 이마, 오만한 콧날을 향하여’.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