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강남 유흥업소에서도 6693만원 긁었다.”
학교를 세운 지 한번도 종합감사를 받은 적 없는 대학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어제(24일) 서울 사립대학의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학교의 보직 교수 등 13명은 음식점으로 위장한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221차례나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2년 전에도 같은 학교 교직원들은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를 결제했습니다.
‘법인카드’. 법인을 상대로 발급하는 신용카드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법인의 임직원이 사용하는 ‘공용 카드’와 카드에 명시된 본인만 사용할 수 있는 ‘개별 카드’가 있습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논란을 빚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 사장이 해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인카드로 사용한 ‘22만8000원’이 창사 이래 첫 불명예 퇴진의 빌미가 됐습니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는 지난 6월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기존 정규직 노조와 취업준비생 등 젊은 층 사이에서 불공정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인국공 사태’로 불려왔습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어제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구 사장의 해임안이 의결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공운위 의결에 따라 추석 연휴 전에 해임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지만, 구 사장은 “국토부가 해임 절차를 밟는다면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라고 오늘(25일) 밝혔습니다. 구 사장은 지난해 10월 2일 국정감사 당시 태풍에 대비한다며 국감장을 떠났으나 공항과는 거리가 먼 안양의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쓴 내역이 드러나면서 정부는 해임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번 해임 의결을 놓고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전환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논란과 국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구 사장 측의 법적 대응과 관계없이 후임 사장 인선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 정치권과 국토부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후보자군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토사구팽’이라며 후임 인선도 ‘낙하산’이 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꽂아주고 싶나보다. 저렇게까지 하는 거 보니. 단물 다 뺐으니 이젠 필요 없나보다” “그만두라면 미련 없이 떠나야지 안 그래?? 임명권자가 내쫓았다면 다 이유가 있는데 말이 많다 그러니 친할 거면 형제처럼 친하고 안 친할 거면 사돈처럼 해야 한다” “이용 당해주고 떠나네 왜 정의의 편에 서지 않았나”.
“이 정부에서 누군가를 인구공사장으로 앉혀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 같다. 낙하산인사가 누굴까? 한 2, 3개월 후에는 알겠지. 좀 잠잠해지면 수면위로 나오겠지. 아마도 진보사회단체 인물이 아닐까...” “함량미달의 갑질 공무원 낙하산은 이제 그만”.
“법인카드 사용 내역 역시 금융실명법에 따라 비밀이 보장돼야 한다”. 지난달 3일 대법원은 한 대학교 전직 노조위원장의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냅니다. 피고는 앞서 학교 이사장의 비위를 찾아내기 위해 법인카드 사용내역서 발급 권한이 없음에도 신용카드사로부터 사용 내역서를 요청해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나 왜 태어나게 했어요?”. 9년 전 오늘, 쉰다섯이 된 고아는 병원에서도 버림받다 철가방을 두고 세상을 떠납니다. 배달을 하며 어린이들을 도운 그였기에 안타까움은 더합니다. 그리고 김우수라는 본명 앞에 ‘기부천사’라는 수식어가 달립니다. 법인카드를 제돈 마냥 쓰는 이들에게 영화 <철가방 우수氏>를 권합니다. 5년 전 오늘, 세상을 떠난 문병란의 <정당성>입니다.
‘때때로 나의 주먹은 때릴 곳을 찾는다. 뻔뻔한 이마, 오만한 콧날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