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생이 몰려온다… 재계의 ‘신진세력’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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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생이 몰려온다… 재계의 ‘신진세력’ 돌풍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9.25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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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3세 이선호, 애경 3세 채정균, GS 4세 허원홍, BYC 3세 한승우
승계를 위한 지분 늘리고 등기임원 등재 등 경영 보폭도 넓히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한 축을 이뤘던 재벌家 1·2세들이 하나 둘 뒤안길로 물러나며 3·4세로 급격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1990년대에 태어난 신진세력(?)이 차기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소위 ‘신세대’로서 종종 ‘톡톡 튀는 행동’을 보이고 있어 각 분야에서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CJ家 3세 이선호(1990년생), 애경家 3세 채정균(1994년생), GS家 4세 허원홍(1991년생), BYC家 3세 한승우(1992년생)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CJ그룹의 이선호 제일제당 부장입니다.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 이맹희 회장이며 그 장남이 이재현 회장, 그 장남이 이선호 부장으로서, 이선호는 범삼성가의 종손입니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고 이맹희 회장→이재현 회장→이선호 부장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선호 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이후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 식품전략기획 1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선호 부장 위에는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가 있지만 장남인 이 부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게 재계의 중론입니다. CJ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재현 회장은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제치고 CJ그룹 수장에 앉은 것이죠. 이미경 부회장은 동생 이재현 회장을 보좌하면서 CJ그룹을 이끌어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경후 상무도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입니다.

이선호 부장은 지분도 차츰 쌓아가면서 승계 수순을 밝고 있습니다. 이 부장은 CJ파워캐스트 지분을 아버지인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12%를 물려받은데 이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17.97%를 확보하고 있는데요. 주목할 점은 CJ올리브네트웍스입니다. 지난해 CJ올리브네트웍스는 정보기술(IT) 부문과 올리브영 부문으로 인적분할하면서 IT 부문이 지주사 CJ와 포괄적 주식 교환을 거쳐 CJ 자회사로 편입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이선호 부장은 보유 중인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일부 넘기고 CJ 지분 2.8%를 소유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CJ올리브네트웍스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방향키를 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대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CJ그룹이 3세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실제로 지주사 CJ 지분이 없던 이선호 부장이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CJ지분을 취득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합병 당시 재계는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봤고, 시민단체는 이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연대 측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분할 및 주식교환은 총수일가의 경영승계를 위한 탈법적 자사주 활용 및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회사 쪼개기의 하나로 꼽힌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슬슬 잘 풀려가던 승계 과정에서 ‘마약’이라는 암초를 만났습니다. 지난해 9월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대마 사탕, 대마 젤리 수십여 개를 밀반입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된 것입니다. 검찰은 이씨가 미국 LA 등지에서 지난 4월부터 대마를 수회 투약해 온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소변검사에선 대마 양성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선호 부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된 후 항소심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원심에 없었던 보호관찰 4년과 약물치료 강의 수강 40시간도 명령했습니다.

마약문제로 승계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입니다.

애경그룹 3세 채정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채정균은 장영신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외아들입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2녀 1남을 두고 있습니다.

채정균은 지난 11일 아버지 채형석 총괄부회장으로부터 지주사 AK홀딩스 주식 25만주를 증여받았는데요. 금액으로는 직전일 종가 1만7950원을 적용하면 약 45억원 규모입니다. 이로써 채정균은 앞서 2016년 할머니인 장영신 회장으로 받은 주식에 매년 200~300주씩 사들인 주식을 더하면 기존 2만608주(0.16%)에서 27만608주로 늘어나면서 지분율도 2.04%로 껑충 뛰어오릅니다. 이는 두 누나인 채문선(0.11%)과 채수연(0.10%)은 물론 개인으로서는 6대 주주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이런 유의미한 지분 변동에 채정균이 3세 경영승계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채형석은 아직 어린 나이로 해외에서 공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 총괄부회장의 삼남매 중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는 장녀 채문선뿐입니다. 하지만 유의미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채정균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 경영 수업을 받게 된다면 추후 지분율과 경영 승계 구도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GS그룹 4세인 허원홍은 활발한 지분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GS家 4세 중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허원홍은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장남입니다. 허연수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장남 허원홍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GS 주식 19만2014주(0.2%)를 깜짝 증여했다고 공시하면서 4세 경영인 출현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이번 주식 증여로 허원홍씨가 보유중인 GS 주식 보유량은 64만3269주에서 83만5283주(0.88%)로 늘어나게 됐는데요. 이는 ‘홍’자 돌림을 쓰는 GS 4세 가운데 6번째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특히 허원홍의 지분 확대 속도를 눈여겨 볼 만합니다. 2014년 0.48%에서 2017년 0.55%, 2018년 0.58%, 2019년 0.62%에서 올해 0.88%로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분율 0.88%는 이미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세 허윤홍 GS건설 사장(0.52%)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허원홍은 아직 GS리테일에서 보직을 맡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허연수 부회장 자녀들이 다른 집안 자녀들처럼 아직까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보통 20대 후반~30대 초반쯤 계열사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원홍의 후계 과정을 밟는 수순 가능성에 대해 재계에서는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허원홍에게는 여동생이 있지만 GS는 유교적 가풍에 따라 딸들은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도 허원홍 후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BYC家 3세 한승우도 BYC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BYC는 창업주 한영대 회장에 이어 셋째 아들 한석범 사장으로 이어졌는데요. 한석범 사장은 슬하에 2녀 1남를 두고 있는데, 이중 막내 아들인 1992년생 한승우가 가장 눈에 띕니다.

한승우는 BYC 상무로 재직 중인데요. 특히 2018년 27세의 나이로 삼남매 중 가장 빠르게 BYC 등기임원으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연임에도 성공했습니다. 당시 BYC 이사회는 “한승우 이사는 젊은 감각으로 회사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등기임원으로 추천했습니다.

한승우 상무는 계열사 BYC마트와 신한봉제 이사도 맡고 있습니다. 경영보폭을 넓히는 한승우 상무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입니다.

장녀 한지원(1987년생)은 계열사 신한방 이사이면서 사내이사로, 차녀 한서원(1990년생)은 계열사 승명실업 이사로 근무 중입니다. 한서원 이사는 지난해 3월 승명실업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데 이어 지난 5월에는 계열사 바이콤광고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BYC 임원 명단에 오르는 등 경영보폭을 넓히며 한승우 상무의 강력한 승계 라이벌로 꼽히고 있습니다.

톡톡 튀며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이들 1990년대생들이 재계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어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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