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대한 긴즈버그, 국회로 넘어간 ‘전태일3법’ [사자경제]
상태바
트럼프 반대한 긴즈버그, 국회로 넘어간 ‘전태일3법’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9.22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한스 프리츠 숄과 여동생 조피. 나치독일 시기에 결성된 저항 조직 ‘백장미단’의 일원이었다.
한스 프리츠 숄과 여동생 조피. 나치독일 시기에 결성된 저항 조직 ‘백장미단’의 일원이었다.

“피의 판사의 죽음은 신의 판결이다.”

1918년 오늘(9월 22일) 태어난 한스는 여동생과 함께 단두대에서 외칩니다. “자유 만세!(Es lebe die Freiheit)”. 반나치에 앞장선 독일인 남매는 백장미 단원이었습니다. 그들은 ‘나치의 대변인’이라는 판사 롤란트 프라이슬러에 의해 사형이 선고된 것입니다. 프라이슬러는 2년 뒤 판결문을 쥔 채 법정 돌기둥에 깔려 죽습니다. 미군 보잉 B-17이 지나간 뒤였습니다.

빌 클린턴(왼쪽)과 함께한 긴즈버그. /사진=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스틸컷
빌 클린턴(왼쪽)과 함께한 긴즈버그. /사진=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스틸컷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이다.”

1933년 3월 15일 미국에서 태어난 법조인은 ‘소수의견의 대명사’입니다. 2007년 임금차별에 항의한 릴리 레드베터가 패소하자 그는 판결을 비난합니다. 그리고 2년 뒤 소수들은 ‘공정임금법’ 탄생에 환호합니다. 나흘 전 세상을 떠난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그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새 대통령 취임 전까지 나를 대신할 사람이 임명되지 않는 것이다”.

‘산업재해’. 노동과정에서 작업환경 또는 작업행동 등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하는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피해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포함한 이른바 ‘전태일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인 10만명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22일 10만명 동의를 달성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22일 10만명 동의를 달성했다.

국회에 따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오늘(22일) 기준으로 10만명의 동의를 달성했습니다. 이미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안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안이 10만명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전태일 3법은 모두 국회 회부 요건을 갖췄습니다. 이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를 심사하게 됩니다.

전태일 3법은 민주노총의 하반기 중점 사업이기도 합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10만 달성으로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라며 “이제 정치권과 국민이 답할 차례”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재로 사망한 김용균씨의 어머니가 직접 청원했습니다.

이들 3개 법안은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근로기준법 11조가 개정되면 사업주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유급휴가·휴업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영세자영업자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특수근로종사자의 노동3권을 인정하는 노조법 2조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경우도 재계에서는 기업에 대한 또 다른 규제로 보기 때문입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정의당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정의당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환영한다며 경제대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재공화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특히 하청 구조와 공기업 입찰시스템의 개혁을 촉구합니다.

“환영한다 많이 죽어가고 있다. 정작 책임을 요리조리 피하는 것들이 많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인구수 좀 늘리자!~~정신 나간 기업들 사람이 죽어도. 솜방망이 처벌... 외면으로만 경제대국~~~내면은 썩어가는 산재공화국~~~” “자신이 일을 시키는데 죽으면 처벌 받아야 당연한 거 아니야?” “외국기업도 처벌할수 있을까. 미국이나 중국 유럽등 강대국의 눈치 안보고 그 기업들을 처벌 할수 있나” “삼성전자는 잡아넣으려고 노력하면서 더 심한 게 현대중공업인데 왜 현대중공업은 건드리지 못하나요?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애초에 협력 하청 이런 걸 두지 말아야 함. 원청에서 흡수해서 다하는 걸로 해야 됨” “중대재해 대다수가 국가 또는 공기업이 발주한 곳입니다. 그런데 그 입찰방식이 최저가 입찰이죠. 최적가에서 최저가로 예산회계법이 바뀐 건데 이후로 덤핑입찰이 관행화되고 안전관리비에 비용을 쓰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담당 공무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하게 됩니다. 기업들만 뭐라 하지 말고 국가의 입찰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제2의 김용균은 항상 건설현장에 존재합니다. 근본 원인을 찾고 처방해야 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 /자료사진=반올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 /자료사진=반올림

고용노동부가 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원청 사업단을 조사한 결과 2018년 기준 포스코 포항제철소, 삼성전자 기흥공장,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등 11개 사업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17명 중 16명(94%)이 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였습니다. 2014~2018년 국내 10대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 158명 중 하청 업체 직원은 150명으로 95%에 달했습니다.

반면 산재 사망이 산업안전법 위반으로 발생해도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검찰이 대부분 벌금형의 약식기소를 하고 있고 정식 재판에 넘기는 것은 전체 사건의 3~4%였습니다. 정식 재판으로 간다고 해도 실형은 거의 선고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산업안전법 위반으로 접수된 1심 재판 705건 중 실형(자유형)은 2건이었습니다.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한 ‘김용균법’이 시행된 올해도 변한 건 없었습니다. 1분기 법원에 접수된 산업안전법 위반 1심 155건 중 실형 판결은 ‘0건’이었습니다. 1993년 대법관에 오른 긴즈버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아홉명 정원의 대법관 중 몇명이 여성이 되어야 하느냐”. 불의에 한결같이 반대하는 대한민국의 긴즈버그를 찾습니다.

“내 대답은 언제나 아홉명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