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과 HDC현산의 ‘아시아나 노딜’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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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과 HDC현산의 ‘아시아나 노딜’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9.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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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타임머신을 처음 문학작품에 소개한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작은 사진)와 시간여행을 그린 영화 '백투더퓨처'. /사진=위키피디아, 영화 스틸컷
타임머신을 처음 문학작품에 소개한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작은 사진)와 시간여행을 그린 영화 '백투더퓨처'. /사진=위키피디아, 영화 스틸컷

“공간과 시간, 어느 방향이든 마음먹은 대로 이동할 수 있는 기계라네.”

1895년 영국에서 나온 책은 80만2701년의 미래로 초대합니다. 기발하기보다 황당했던 당시 작가의 상상력은 모두 <타임머신>으로 설명됩니다. ‘땅에도 하늘에도 바다에도 움직이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기한 기계가 데려다준 세상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오늘(9월 21일)은 ‘과학소설의 아버지’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탄생 154주년입니다.

“타임머신은 40년 안에 불가능하다.”

지난해 7월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90명에게 물었더니 ‘증강 시공간’이 실현 가능하다는 응답자는 단 한명이었습니다. “빛의 속도에 근접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초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타임머신은 상대성 이론에 따른 시간 지연으로, 이론상으로는 존재하지만 물리학의 법칙을 넘어선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개인이나 회사가 채무 이행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등급으로 표시한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기관이나 개별 증권들에 대한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 결과 부여된 등급으로, 투자 및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활용됩니다. 코로나19 사태에 주인 찾기가 원점인 과거로 돌아간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면서도 등급전망은 ‘하향검토’로 조정했습니다.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역시 각각 ‘A3-’로 유지했지만 워치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충분한 규모의 자본 확충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거나 재무적 기초약화가 지속되면 신용등급 하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에서 손을 뗀 HDC현대산업개발은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재무여력 약화 가능성이 줄었다며 기존 ‘부정적’ 등급 전망을 철회하고 ‘안정적’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을 감싸고 있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것이 신용평가사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1월 13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HDC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1월 13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이러한 ‘신용등급 희비’ 속에 이들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오늘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근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금호리조트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채권단 측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금 지원에 상응하는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금호리조트는 2006년 금호산업 레저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전국에 콘도·워터파크와 함께 아시아나CC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8년 매출은 907억, 순이익은 24억원이었고, 지난해에는 매출 757억원에 순손실만 32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분은 금호티앤아이(48.8%), 아시아나IDT(26.6%), 아시아나에어포트(14.6%), 아시아나세이버(10.0%)가 나눠 갖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역세권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일대에 최고 49층 랜드마크타워와 2544가구 규모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를 짓는 서울 동북권 최대 개발사업입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마련한 실탄을 앞으로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금호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CC 클럽하우스. /사진=아시아나CC
금호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CC 클럽하우스. /사진=아시아나CC

‘아시아나-HDC현산 신용등급 희비’ 소식에 누리꾼들은 아시아나 매각에 혈세 투입은 안 된다며 시장에 맡기라고 한목소리로 주문합니다.

“부채가 얼만데 2.4조 들어가도 답 없을 건데. 이젠 공기업이나 다름없다. 공적자금이 얼마나 들어갔는데” “그놈의 아시아나 수조 적자기업 파산시켜라. 세금 1도 넣지 말고 국내 항공사 많다” “이런 회사에 2조 넘게 돈 쓰는 게 옳아?” “세금 더 낭비하지 말고, 그냥 없애라ㅡㅡ세금 2조가 장난이냐?ㅡㅡ? 그냥 싸게 대산이나 진에어 등에 넘기든가? 아님, 없애라” “탄탄한 회사는 국익을 위해 도와가야지만 부실 사기업까지 국민세금으로 먹여야하는지 그 돈으로 라면형제 같은 보이지 않는 취약한 부분에 투자해야지” “이런 적자기업을 국민세금으로? 갱생의 여지가 있다면 모르겠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에 뒤처지는 기업을 세금으로 왜...” “참 너무하네요ㅡ시장 논리에 맡겨요!”.

‘금호아시아나 자구안’에는 대우건설 인수가 패착이었다며 금호고속 매각까지 요구합니다.

“그러게 누가 기업 방만하게 확장하래, 알찬 거 하나만 가지고 있어라” “탐욕으로 망한 기업” “대우건설인수에서 이미 망조는 든 것” “우선 적자노선부터 정리하고 마일리지제도도 손봐야할 듯..비용 원가절감 노력이 필요..” “금호타이어매각에이젠금호리조트까지금호고속홀로서기대우건설인수대한통운실패” “에어부산 대한항공에서 인수각 슬슬 나온다” “이제 금호고속만 팔면 완성” “금호고속은 언제 팔려나?”.

‘HDC현대산업개발, 광운대역세권 개발 가속도’에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손을 뗀 건 잘한 결정이라면서도 국내보다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라고 충고합니다.

“잘 결정했다. 건설업만큼 수익 확실하고 경기 안 타고 자금회전 빠른 사업이 항공사와 비교가 되나?” “오너의 몰상식과 무능한 경영으로 기업이미지 폭망된 현산, 해외로 시장 개척하라. 언제나 내수용 특색 없는 현산, 국내 제조기반 붕괴시킨 자리에 아파트만 무한정 공급하면 곧 나라경제 폭망한다”.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예방 백신을 개발한 이호왕 박사 기념관. /사진=고려대 의과대학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예방 백신을 개발한 이호왕 박사 기념관. /사진=고려대 의과대학

“나라의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길을 갔다”. 30년 전 오늘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유행성출혈열의 예방 백신을 출시한 날입니다. 최초의 백신 뒤에는 ‘이호왕’이라는 의학자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이 언제 나왔을지, 하찮은 바이러스로 변했을지’ 타임머신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타임머신이 나온다면 언제로 가고 싶나요.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자가 갈망하던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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