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강도와 ‘서민금융’이라는 법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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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강도와 ‘서민금융’이라는 법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9.16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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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월스트리트. /사진=픽사베이
월스트리트. /사진=픽사베이

“역사상 최초의 차량 폭탄 테러다.”

1920년 오늘(9월 16일), 뉴욕 월스트리트 JP모건은행 앞. 반짝 점심시간을 즐기던 금융권 종사자들은 날벼락을 맞습니다. 다이너마이트를 장착한 마차가 폭발하며 38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칩니다. 24년 뒤 연방수사국은 이탈리아 무정부 조직의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진실은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다만 알아둘 것은 당시 금융 권력은 절대 강자였다는 사실입니다.

1930년대 전설적 은행 강도였던 존 딜린저(작은 사진)와 뉴욕 9.11테러 현장. /사진=위키피디아, 픽사베이
1930년대 전설적 은행 강도였던 존 딜린저(작은 사진)와 뉴욕 9.11테러 현장. /사진=위키피디아, 픽사베이

“월스트리트에 로빈 후드가 나타났다.”

1년 전 오늘, 미국 인디애나주 당국은 갱단 두목의 무덤을 파헤치기로 합니다. 유족들이 65년 전 매장 당시 시신이 바뀌었다며 발굴을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시신의 주인공은 1930년대 은행을 서른네차례나 털었던 존 딜린저. 서민의 재산에는 손대지 않았던 그를, 사람들은 ‘의적’이라 불렀습니다. 금융기관에 대한 반감이 컸던 대공황 시절, 영웅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서민금융’. 소득이 적은 서민 계급이나 중소 상공업자에 대한 자금 융자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서민금융 출연 부과 대상 금융사에 은행·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 등도 포함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멸시효가 완성된 예금 등 현행 휴면예금에 대한 고객 반환 의무는 금융사가 아닌 서민금융진흥원이 부담하게 됩니다.

개정안은 또 ▲서민금융(신용보증) 출연제도 개편 ▲휴면예금 출연제도 개편 ▲서민금융진흥원 내부관리체계 및 지배구조 개편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 사칭 금지 등을 담고 있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신용보증 재원이 되는 금융회사 출연을 상시화하는 한편, 출연금 부과 대상 금융사의 범위를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모든 금융사로 확대했습니다.

장기 미거래 금융자산의 경우에는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이관·관리하는 ‘휴면금융자산 이관제도’로 개편합니다. ‘최종 거래일부터 10년 이상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투자자예탁금’도 출연대상에 추가했습니다. 휴면금융자산 통지 횟수도 2회로, 통지 대상은 10만원 초과로 확대하고 서민금융진흥원의 주인 찾아주기 활동 의무화 등의 제도적 장치도 강화했습니다.

휴면금융자산의 관리와 이를 활용한 사업을 별도의 계정으로 분리하는 한편, 서민금융진흥원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해 관리의 독립성 확보도 추진합니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정부 금융지원 등을 사칭한 불법 대출을 방지하고자 사칭 금지도 명시했습니다. 앞으로 기관을 사칭할 경우 과태료는 1000만원, 정부 지원 등을 사칭하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2번째). /자료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2번째). /자료사진=금융위원회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20조3000억원이었습니다. 사상 최저 금리에도 1년 전보다 0.2% 줄어든 것으로,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예금금리 인하는 초고속인데, 대출금리 인하는 초저속”이라는 고객들의 불만 역시 제자리입니다. 시중은행이 ‘서민금융’으로 역할을 넓히기 위해서는 숙제가 쌓여 있습니다.

오늘은 아동 정신발달 연구의 선구자인 장 피아제가 세상을 떠난 지 40주기입니다. 피아제의 말처럼 잘못된 관행은 고치는 것이 뉴노멀 시대의 맞춤형입니다.

“교육의 목표는 다른 세대가 했던 것을 반복하는 인간이 아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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