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불평등’에 맞서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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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 ‘불평등’에 맞서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9.07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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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의 Fed 통화정책 혁신과 영향 -상

지난달 2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이하 Fed)에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매년 Fed는 통화정책과 관련된 심포지엄인 잭슨 홀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번 콘퍼런스는 2018년 11월부터 Fed가 진행한 통화정책 리뷰에 대한 최종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였다. 올해 제롬 파월 의장이 발표한 기조연설의 제목은 ‘새로운 경제적 도전과 Fed의 통화정책 검토(New Economic Challenges and the Fed’s Monetary Policy Review)’였다. 경제분야에 예기치 못한 도전적 과제가 있었고 이 때문에 통화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8월 27일 역사적 사건 ‘잭슨 홀 콘퍼런스’

최근 일본 선박이 인도양의 유명 관광지 모리셔스 앞바다에서 좌초돼 기름이 유출되었다는 사건이 외신에 떠들썩하다. 기름 유출로 돌고래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일본 측은 오리발을 내민다는 뉴스도 있는데 안타깝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내게는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아마 Fed의 통화정책 얘기도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필자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은 모리셔스 앞바다의 일본 선박 기름 유출처럼 남의 나라 일로 외면해서는 안된다. 달러는 세계 외환보유액의 6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원유를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중요한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가 달러 표시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달러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주목을 받는 것이다.

달러가치는 올해 약 2.5% 하락했는데 7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4165억 달러를 기준으로 가정하면 104억달러, 우리 돈 약 12조원 이상의 국가 부가 사라진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5000만명에게 1인당 재난지원금 20만원 이상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달러 가치의 영향을 가늠하라고 한번 추산해본 것이다.

이러한 달러가치의 변화에 상당 기간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달러를 발행하는 Fed의 통화정책이다. 지난달 27일 Fed는 적어도 5년 이상 전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 그리고 독자 모두의 안방까지 영향을 미칠 정책 변화를 단행했다. 즉, 제롬 파월의 이날 통화정책 변경 보고는 달러 가치는 물론 현대 금융사에도 의미가 크다.

한편 Fed의 보고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와 금융의 지식이 필요하다. 일반인이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이유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경제의 움직임을 최고 수준의 경제학자들이 관찰하고 토의하며 결정한다.

Fed 통화정책의 공식적 참여자는 연준 이사 7인과 지역 연방 은행장 12인이고, 이 중 의사결정에는 12명이 투표로서 정책을 결정한다. 일년 내내 경제와 금융을 관찰하고 의사결정에 동원되는 경제학 수준도 세계 최고인 사람들이니, 일반인들이 상당한 경제학 배경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모른 척하기에는 이번 Fed의 조치가 우리 삶에 너무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금융소비자가 알아야 할 부분을 이 글을 통해 추려서 해설을 한다. 핵심 내용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설명해야 하는 내용도 많고 이해를 돕기 위해 주제별로 2회로 나누어 설명할 계획이다. 최대한 쉽게 정리할 생각이지만 그래도 어려운 부분이 나오는 것은 양해를 바란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번 Fed의 정책변화가 의미 있는 것은 약 40년 만에 시도되는 경제학적 세계관의 변화라는 것이다. 미 연준은 1913년 제정된 연준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그 설립목적을 최대수준의 고용과 물가 안정이다. 특히 통화정책 기관인 만큼 금리와 통화공급을 수단으로 물가 안정을 통해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고 완전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프레임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설명에 따르면 통화정책 전파 과정은 (1)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 → (2)연방준비시스템으로 시행 → (3)단기금리, 장기금리와 전체 금융시장에 확산 → (4)소비자와 생산자의 지출 결정에 영향 → (5)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달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통화정책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금리·물가·성장이고 그 결과가 완전 고용 달성이다. 그런데 이 통화정책이 지나쳐 경제가 과열되면 물가가 상승한다. 이에 따라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을 신호로 금리 등 통화정책을 조절하는 것이 물가 목표 관리(inflation targeting)라고 한다. 이러한 통화정책 관리가 폴 볼커 연준의장 이후 40년간 이어져왔다.

◆ Fed의 통화정책 혁명 ‘불평등에 맞서기’

한편 2008년 금융위기에 초저금리와 ‘헬리콥터 머니’로 불리는 무제한 통화공급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는 경기후퇴에서 신속하게 회복했으나, 경제에는 금융위기 이후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다. 이것이 제롬 파월이 통화정책을 조정해야 했던 배경이다. 즉, 미국 경제의 자원을 모두 사용해서 도달 가능한 완전 고용 상태의 이상적인 성장률·이자율·실업률 모두 지속 하락한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2012년 1월 2.5%에서 최근까지 1.8%, 같은 기간 실질금리는 연방기금금리 기준 4.25%에서 2.5%, 자연 실업률도 5.5%에서 4.1%로 하락했다. 경제 저성장 구조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지만, Fed는 인구성장 둔화와 고령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로 생산성 둔화를 지적했다. 이러한 생산성 둔화로 장기간 미국경제는 소득 불평등 구조가 정착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을 확인하면 제롬 파월은 취임 이후 이 저소득층의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선진국의 공통적 현상이기도 하다.

이번 통화정책 변경의 배경이 된 ‘새로운 경제적 과제들(New Economic Challenges)’은 코로나19 발발 훨씬 이전에 인지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약 18개월간 Fed의 경제 조사와 관찰 및 토의 결과, 소득 불평등으로 저소득층이 아주 취약하며 미국 경제의 최장 성장과 역사상 최저 실업률로 이들에게 경제적 수혜가 돌아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이 상황을 유지하도록 강한 노동 시장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아울러 저성장의 늪을 벗어날 열쇠로 저소득층 문제를 처음 등장시키며 통화정책을 조정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제롬 파월은 완전고용 목표를 관리하는데 ‘완전고용’을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정책 목표 개념으로 수정하고 지금까지 ‘완전고용 수준에서 현재가 얼마나 떨어졌나’(deviations from its maximum level)라는 접근에서 ‘완전고용 수준에서 얼마나 부족한가(the shortfalls of employment from its maximum level)로 접근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이러한 접근은 완전 고용 수준을 초과하는 경제 상황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초과 고용 상태 용인은 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잠재적 성장률, 자연 실업률의 근거가 되는 ‘완전 고용’이라는 수준이 추상적이고 항상 변한다는 문제점도 정책 변화의 원인이다.

이번 Fed의 정책 변경은 완전고용의 질을 높여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이를 위하여 인플레이션을 일부 용인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Fed 정책변화에 등장하는 소득 불평등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선진국의 공통적 현상으로 IMF, OECD도 지적하고 있다.

특히 IMF는 달러를 기준으로 세계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세계화(Globalization)의 첨병이었다. 그러나 무분별한 자본의 이동 자유화가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면, 성장과 형평성 모두 유해하다는 증거가 쌓이면서 불평등은 IMF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IMF는 지난해 글로벌 불평등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불평등에 맞서기(Confronting Inequality)’였다. Fed 의장 제롬 파월은 이번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IMF의 입장처럼 정면으로 소득 불평등에 맞선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항상 돈에 집중하던 Fed가 통화정책의 목표에 소득 불평등을 표면화한 것은 혁명적이지 않은가?

2012년 적용 예정인 Fed 통화정책 변경 후 초과 고용 상태 용인이 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발발로 실업자, 저소득층 문제가 심각해지며 Fed의 포괄적 고용 목표 추구의 필요성은 이론의 여기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IMF, OECD 등 국제기구와 함께 미 연준도 전면에 나서면서 소득 불평등 해소는 글로벌 추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2년에는 세계화하면 약방 감초처럼 읊조리는 ‘낙숫물 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옛말이 될 것이다. 이번 고용 목표의 수정으로 Fed의 경제학은 보다 인간적인 경제학으로 느껴진다. 이번 칼럼은 Fed 통화정책 수정 첫번째인 ‘완전고용’ 목표 수정에 관한 것이었고 다음 글은 두번째 물가 목표 관리의 변경과 Fed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해설할 예정이다. 아주 중요한 얘기이니 꼭 관심을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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