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보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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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보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8.3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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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유가증권시장 기준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추이는 2020년 들어 1분기 20.5조, 2분기 11.4조원어치를 매수하더니 8월 21일까지 연중 49.5조원어치를 매수했다. 주가는 지난주까지 연중 5% 상승했고 3월 19일 연중 저점과 비교하면 60%가 상승했다.

하루 거래대금은 2019년 5조원 수준에서 2020년 13조원 수준이니 증권사들은 코로나19 덕에 2020년 이미 대박이 났다. 수수료가 비싼 개인 거래 규모가 대폭 늘어난 이유다. 개인 투자자의 활약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2월 코로나19로 급락한 증시가 급반등한 미국과 중국 증시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반등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수 행위에 대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동학개미운동’ 용어를 포털에서 검색해 보면 3월 13일에 첫 기사가 눈에 띈다. 포털을 검색하면 ‘동학개미운동’은 ‘2020년 들어 건국 101주년을 맞아 개인투자자가 일으킨 반기관, 반외인 운동으로 주식시장의 1월 20일 고점 이후 저점인 3월 19일까지 9조원을 순매수했다’라고 소개한다.

◆ 개인투자자의 다른 말, ‘개미’ 유감

역사가 고(故) 이이화는 동학농민운동을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대륙과해양 세력의 대립에 시달려 왔지만, 특히 19세기 초는 급박한 시간이었다. 한반도의 봉건시대를 깨기 위한 시도가 갑신정변, 동학농민전쟁으로 이어졌으나 지금까지 등장하는 중국·일본·미국·영국·러시아 등 열강의 자국 이익 우선주의로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동학농민전쟁은 1894년 청일 전쟁의 실마리가 되었고 이후 한반도는 약 50년을 식민지로 살았으며 중국은 아시아 패권을 일본에 빼앗겼다. 그 당시 동학농민전쟁은 보국안민(輔國安民·나랏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과 함께 척왜척양(斥倭斥洋·왜나라, 즉 일본을 배척하고 서양 열강을 배척함)을 주장했으나 처참히 외세에 짓밟히고 말았다. 동학농민전쟁은 우리에게는 트라우마인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외세 배척 주장을 차용해 외국인 매도 속 개인투자자의 주식매수 추세를 설명하며 동학농민전쟁에 비유하며 ‘동학개미운동’이라 명명한 듯하다.

그러나 필자 생각에 ‘동학개미운동’ 표현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를 ‘개미’로 비유하는 것은 비하 의도가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다. ‘개미’라는 표현은 1989년 무렵 주가가 1000포인트에 다가설 무렵 뒤늦게 집 팔고 소 팔아서 주식매수에 덤벼드는 개인투자자의 모습이 마치 단 것을 찾아서 까맣게 모여드는 개미와 같다는 것이다. 그 이후 언론이나 유료 투자강연회에서도 ‘개미’라는 용어를 너무 당연하게 쓰는 것을 오랫동안 봐왔다.

주식시장은 주식을 파는 입장을 셀사이드, 사는 입장을 바이사이드라고 한다. 셀사이드는 증권회사가 대표적인데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나 고액 자산가보다 회사 수익 기여도가 낮은 소액 개인투자자를 차별 대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익은 덜 나고 시끄럽고 툭하면 민원을 발생시키는 소액 개인투자자는 과거 시장 활황기에는 덜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런 증권산업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 ‘개미’라는 표현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 당연하게 여기는 개인투자자도 안타깝다. 개인투자자를 폄훼한 것이며 수정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개인투자자는 주식시장의 주역이고 금융산업을 먹여 살리는 주인이기 때문에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먼저 이를 요구해야 한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다음 ‘동학’이라는 표현인데 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 매수가 ‘척왜척양’이나 ‘보국안민’이라는 표현에 적합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생각이다. 자본시장연구원(KCMI)은 ‘동학개미운동’을 초점으로 한 보고서를 6월 25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과학적 분석의 위험분산 투자보다는 주가가 과도하게 낮다는 저가매수 동기에 의한 역추세추종거래(Negative feedback Trading)와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의 행태를 보였다.

◆ 신용거래로 쌓아 올린 개인매수, ‘출구전략’ 고민할 때

코스피 주가지수는 멀리는 2008년 금융위기에 950포인트에서 2200포인트까지, 가까이는 트럼프 등장 후 지정학적 잡음에도 2000포인트에서 2600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이것을 개인투자자는 반복 학습했다. 이 학습효과와 나 혼자만 주가 상승 국면에서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저가매수 심리인 FOMO(Fear Of Missing Out)가 가세하면서 개인투자자는 적극 매수에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동학개미운동’은 개인투자자의 학습효과와 FOMO 심리가 결합한 저가매수인 것이다. 이 증거는 지난 주말 신용거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용거래는 3월 6.4조원으로 최저수준에서 16조원까지 불어났다. 빚내서 투자하는 것은 대표적인 투기적 행태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코스피 주가는 최근까지 상승해서 투자 이익을 챙긴 개인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KCMI보고서에 따르면 최근까지 주가가 많이 오른 제약·바이오·소프트웨어 산업 투자 비중이 작고, 코로나19 영향에 하락 폭이 큰 항공·에너지·여행레저·유틸리티·디스플레이·자동차 등의 비중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개인매수가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른 점은 대형주 중심 투자를 했다는 분석이다.

2020년 개인투자자가 집중 매수한 기간 손익계산서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셀사이드에서는 주식시장 예탁금이 사상 최고치인 50조원을 넘은 만큼 KOSPI 주가가 3000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경제 상황이다.

6월 중반 이후 세계은행, OECD에 이어 IMF까지 코로나19의 충격을 반영하여 경제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했고, 최근까지 경제활동 재개를 추진하던 미국·유럽 등 선진국이 코로나19의 재확산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어느 한순간 심리적 요인이 무너지고, 주식시장과 경제의 디커플링이 정상화하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신용거래로 쌓아 올린 개인매수는 이제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미래 희망을 잃은 많은 청년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주식시장에서 대박 소문에 휩쓸려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20년 청년의 주식시장 참여 현상도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중국도 같은 현상을 보이는데 경제활동 봉쇄와 재택근무로 온라인 산업이 활황을 맞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절망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인 해석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100세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청년은 투기를 쫓는 개미투자 행태보다는,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며 작은 수익을 누적하는 금융소비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슬기롭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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