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시장에서 구하소서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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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에서 구하소서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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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신에게 도전하는 몇가지 길이 있다. 10대 후반까지 유독 사로잡혔던 시지프스나 라캉 식 죽음 충동에 몸을 내맡겨 생명력을 소진시키기, 90년대 내내 휩쓸려 다녔던 섹스와 혁명. 그 후 인과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던 시절, 돌이켜 보면 섹스와 혁명만이 피를 덥게 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인남은 딸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 손속이 둔해진다. 초조해서 외친다. 다만 악에서 딸을 구하소서. 그에 비해 레이는 파괴욕을 감추지 않고 목 위에 문신으로 드러낸다. 우리의 서스펜스는 보상받지 못한다. 레이가 수류탄에서 안전핀이 뽑혀진 것을 보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보지 못했으므로.

가을에 2차 팬데믹이 올 것이다. 백신은 완벽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1차 팬데믹보다 침착할 것이다. 사망률이 여름철 장맛비처럼 수직으로 높아지더라도 경제의 불확실성은 확연히 낮아질 것이다.

경제주체들은 새롭게 출현한 경제현상과 변화들을 구체화할 것이다. 그사이에 미국의 대선이 있겠지만 아메리카는 트럼프를 쉽게 버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은 결국 일본의 야욕을 어떻게 견제하느냐에 달려있지만, 우리는 분열을 극복할 만큼 충분히 유연할 것이다. 북한을 의식하지 않고 대륙 쪽으로 더 밀어붙여야 한다.

20세기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영국과 일본이라는 지렛대를 갖고 유라시아 대륙을 견인했지만, 영국은 브렉시트를 했고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완전히 밀려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진입)하고 미국은 신고립주의 속에서 중국과의 경제적 유착관계를 끊어내고 장차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이 싸움에서 누군가의 예상대로 중국이 승리할까, 미국이 패권을 유지할까, 아니면 유럽과 러시아가 다시 세력을 회복할까?

앞으로 30년 아니면 5년 간 걸쳐 진행되는 권력이동 국면에서 눈앞에 닥친 경제과제는 코로나19와 부동산가격 버블로 인한 소비위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주택담보대출은 극단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가처분소득과 소비의 감소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내수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제 아래 기술혁신을 통한 수출증대는 기본이고, 노태우정부부터 이어온 북방정책에 혼신을 기울여 대륙횡단열차와 어떻게 해서든 접속해야 한다. 그것이 개성공단의 재가동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보다 우선해야 하는 이유는 AI시대의 핵심인 물류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류가 소비를, 시장을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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