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의 가격폭등을 금리가 결정하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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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동산의 가격폭등을 금리가 결정하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8.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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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에서 주식은 물론 부동산·금까지 금융·실물 모두 시장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경제와 금융시장이 따로 움직인다는 우려에도 뉴욕 증시는 나스닥에 이어 S&P500까지 전고점을 회복했고, 지난 19일(현지시간) 애플은 2019년 아람코가 내려놓은 시가 총액 2조달러의 세계 최고 가치 회사 자리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정치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폭등은 한국의 특수한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 자산 폭등의 원인은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한 저물가·저성장과 이를 살리기 위한 초저금리 통화정책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경제 충격과 그 대책으로 시행된 달러 통화의 초저금리 무제한 ‘돈’ 살포가 기름을 부은 모습이라고 하겠다.

◆ 솔로몬과 시저를 소환한 ‘금리의 가격 결정’

주식은 물론 부동산 시장도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세계 경제와 금융의 기본 거래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 연준 FED가 결정하는 달러 금리는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 군사력만큼이나 파괴력이 막강하다.

그러면 금리의 자산 가격에 대한 영향력이 어디서 나오는가? 그냥 금리가 내리면 저절로 오른다고 공식처럼 아는(이것을 행동경제학은 휴리스틱이라 한다) 금융소비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금리와 자산 가격의 연관성은 만만치 않고 체계적으로 아는 금융소비자는 드물다. OECD가 실시하는 세계 금융이해력 조사에도 금리는 대상 국가의 금융 지식 수준을 평가는 주요 항목이다.

금융을 이해하는데 너무 중요한 요소이므로 금리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이어간다. 지난 칼럼의 ‘금리의 타임머신 기능’에 이어 이번 시간은 ‘금리의 가격 결정’ 기능 편이다. 이 기능은 사실상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중요한 금리의 역할이다. 비유적으로 금리가 행하는 솔로몬의 지혜와 시저 황제의 권력에 관해 설명한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경제와 금융 시스템은 인위적이다. 자연의 신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시스템 속에서 주식·채권과 같은 금융자산은 물론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 그리고 영화 사업과 같은 프로젝트 등 구조가 아무리 복잡해도 인간이 만들고 가격을 매기는 모든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본 구조 배후에는 공통으로 금리가 있다.

이미 금리 타임머신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년에 생길 110만원의 공정한 현재가치는, 110만원을 지금 시장에서 인정받는 이자율로 나누어 준 것(할인)이다. 즉, 110만원의 현재가치=110만원 /  (1+시장이자율)이다. 이 때 시장이자율이 10%라면, 110만원÷(1+0.1)=현재가치 100만원이 될 것이다.

만약 6개월마다 10만원씩 수입이 발생한다면 현재가치=10만원 / (1+6개월 이자=5%) + (110만원+10만원) / (1+1년 이자=10%)이고, 9.5만원 + 109.1만원=118.6만원으로 계산될 것이다. 이 방식을 현재가치법(Present Value Method)이라고 하며 미래가치에서 현재가치를 구하는 데 사용되는 시장이자율을 할인율이라 한다.

즉, ‘현재가치 = 미래가치 / (1+할인율)’.

이 현재가치는 합당하게 시장에서 인정하는 이자율을 고려했다는 측면에서 공정가치 또는 적정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정가치는 금융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시장가격과 비교해서 공정가치보다 시장가격이 높으면 투자자는 ‘고평가’로 판단하고 해당 자산을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저평가’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즉, ‘시장가격의 저평가 〈 현재가치 〈 시장가격의 고평가’.

투자자가 모두 고평가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매도가 발생하고 가격은 하락한다. 이 현재가치 모형에서 중간 수입이 ‘배당’이라면 주식의 현재가치이고 중간 수입이 ‘이자’라면 채권의 현재가치이다. 만약 자산이 부동산이라면 월세, 전세 등 임대 수입을 반영한 가치를 시장가격과 비교해 가치를 평가할 것이다.

◆ 금리따라 흐르는 ‘돈’

다양한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의 수입이 발생하는 형태별로 시장이자율을 할인율로 반영하여 공정가치를 산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격으로 표시되는 모든 자산에 대해 고평가·저평가가 판단되는 공통기준이 바로 금리다. 분모의 금리가 상승하면 현재가치(공정가치)가 감소하고 시장가격이 이보다 높으면 투자자는 가격이 하락할 것을 예상해 자산을 매도한다. 당연히 금리가 하락하면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 금리 차이에 따라 자본이 이동하는 현상을 ‘아비트리지(arbitrage)’라고 한다. 국내 표현으로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재정(裁定)이라는 표현을 포함해 재정거래라고 하는데, 필자는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아비트리지라고 한다. 경제학은 이 아비트리지를 통해 가격이 적정가격으로 복귀, 즉 균형이 회복된다고 전제한다. 이러한 신념이 있어야 매도나 매수 행위가 일어날 것이다.

한편, 금리에 신용·위험 등 필요한 요소를 가감하여 할인율을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정확한 현재가치 평가의 관건이다. 가감요인을 찾기 위해 경제학자는 물리학 법칙을 찾는 것처럼 복잡한 수학을 동원하여 연구한다.

할인율은 평가자에 따라 주관적일 수 있으나 기본적인 시장금리는 일반인도 관찰 가능하며 대표적인 것이 중앙은행 정책금리, 국채금리 등이다. 이런 경제 시스템을 배경으로 중앙은행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전례없이 낮추고 자금을 무제한 공급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식·부동산 등 전 세계적인 자산 가격 급등이 초래되고 있고 이것이 금리의 가격결정 기능이 경제, 금융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이유이다.

경제·금융시스템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가공의 것이다. 기본적인 공식에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냥 이해를 포기해야 하는 미스터리가 아니며 이 시스템에서 금리는 중요한 작동 도구이다.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조금이나마 주식·부동산이 급등한 이유를 이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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