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뛰어넘은 카카오뱅크, ‘금감원 첫 검사’는?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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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뛰어넘은 카카오뱅크, ‘금감원 첫 검사’는?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8.12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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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실명제 시행을 전하는 1993년 8월 12일자 신문.
금융실명제 시행을 전하는 1993년 8월 12일자 신문.

“큰일 난다고 하니 대통령이 마음을 바꾼 것 같다.”

지난 10일 서울의 호텔, 전직 관료들의 증언을 담은 발간 보고회가 열립니다. ‘한국의 경제질서를 바꾼 개혁’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단행본은 제도의 탄생기를 다룹니다. 두번의 퇴짜를 맞은 이 제도는, 스스로 문민정부라 부른 대통령으로 바뀌고 나서야 빛을 봅니다. 오늘(8월 12일)은 ‘금융실명제’ 시행 27주년입니다.

2017년 11월 3일 이용우·윤호영 당시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2017년 11월 3일 이용우·윤호영 당시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대면 확인을 강제하는 규정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2008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물거품으로 끝나자 금융권에서는 볼 멘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온라인을 통해 모든 거래가 이뤄지는 인터넷은행은 얼굴을 보며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실명제’의 벽을 넘지 못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9년 뒤인 2017년 7월 27일, 규제사슬이 풀리며 카카오뱅크가 첫 영업을 시작합니다.

‘종합검사’. 금융회사의 검사 방법 중 하나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검사’란 금융회사의 업무활동과 경영상태를 분석·평가하고 관계법규에 위배되지 않았는지를 확인·점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검사범위에 따라 종합 및 부문검사로 나뉘는데, 종합검사는 연도별 계획에 근거하여 금융회사의 업무전반 및 재산상황에 대하여 실시합니다.

금융감독원(왼쪽)과 카카오뱅크 판교 본사.
금융감독원(왼쪽)과 카카오뱅크 판교 본사.

오늘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2호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종합검사 수준의 검사를 받게 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출범 이후 검사를 한번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가능하면 연내 검사를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검사 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오는 4분기 중 카카오뱅크에 대한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뱅크가 금감원의 검사를 받는 것은 2017년 출범 이후 처음입니다. 금감원은 이번 첫 검사에서 리스크 관리 부분을 집중 점검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신용평가 모델의 적정성 여부도 점검 대상입니다. 최초 검사이다 보니 모든 부분에 대해 살펴본다는 것입니다.

2017년말 5조8422억원이었던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24조4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출범 이후 총자산이 4배로 초고속 성장한 것입니다. 바젤III 기준 자기자본비율(BIS)은 6월 말 현재 14.03%로 당국의 권고치를 약간 웃돌고 있습니다. 연체율도 0.22%로 낮은 수준이지만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이번 검사의 핵심입니다.

카카오뱅크 건전성 지표. /자료=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건전성 지표. /자료=카카오뱅크

한편 하반기부터 기업공개(IPO)를 위한 실무 준비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힌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순이익 45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순이익 137억원으로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뱅크는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습니다. 고객 숫자도 1200만명을 넘어섰고, 주식계좌개설 신청은 6월 말 기준 218만건으로 반년 만에 2배로 뛰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분 34%를 보유한 카카오뱅크가 최대 주주이며, 34%-1주를 가진 한국금융지주가 2대 주주입니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 5%와 계열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통해 2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고객 UX의 혁신과 젊은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이용해 당분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의 IPO 전망에 대해 시중은행들과 다른 차별적인 강점을 보여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시중은행들도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편리하게 개편하고,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군을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자료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 /자료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11일 “금융실명법은 1993년 법 제정 이후부터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라며 “편리한 거래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3분기 중 ‘금융분야 인증·신원확인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대면이 아닌 비대면 방식의 본인확인 규율체계로 금융실명제를 손질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조지 소로스. /사진=georgesoros.com
조지 소로스. /사진=georgesoros.com

“코로나19는 겪어본 적이 없는 내 일생 최대의 위기다”. 오늘 아흔을 맞은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세상을 덮치고 있는 팬데믹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에 대해서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진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단언합니다. 단, 그의 이어진 경고처럼 새로운 제도나 정책 시행에 앞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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