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 ‘2+2’, 연소득 1억 ‘특공’… “신혼 20년차는?”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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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 ‘2+2’, 연소득 1억 ‘특공’… “신혼 20년차는?”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7.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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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오래된 집. /사진=픽사베이
오래된 집. /사진=픽사베이

“방은 누가 봐도 탐을 내지. 빈방이 되는 경우가 좀처럼 없어.”

일주일치 방세를 미리 내겠다고 말은 했지만 주인의 말처럼 좋은 방은 아닙니다. 열두번째로 벨을 울린 집의 복도는 어두컴컴하고 군데군데 이끼가 무성합니다. 청년이 그토록 찾던 그녀가 도저히 살 것 같지 않은 곳입니다. 1800년대 말 미국, 오 헨리의 <가구 딸린 방>에 나오는 집주인도 2020년 대한민국의 집주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원형이 잘 보존된 로마시대의 건축물. /사진=픽사베이
원형이 잘 보존된 로마시대의 건축물. /사진=픽사베이

“기원 이전부터 임대주택이 있었다고?”

120년의 포에니전쟁을 끝낸 로마는 ‘베이비부머’가 급증합니다. 신전이 많다보니 집 지을 땅이 부족합니다. 로마인들은 궁리 끝에 주상복합으로 주거난을 해결합니다. 1층은 점포, 위층은 주거시설인 ‘인술라(insula)’의 탄생입니다. 별장 같은 집에 사는 귀족들은 인술라마저 사들여 집 없는 이들에게 임대합니다. 기원 전 146년 로마도 2020년 서울과 다르지 않습니다.

‘계약갱신’. 특정한 계약을 유효 기간 안에 같은 내용으로 재계약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주택 세입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임대차보호3법 중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제와 관련해 ‘2년+2년’에 전월세 임대료 상한을 5% 이내에서 지자체가 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늘(28일)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을 포함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법무부는 양쪽 의견을 절충해 계약갱신청구권제를 2+2로 하고 전월세상한제 인상률을 5% 범위 내에서 지자체가 결정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임대차보호3법 시행 이전에 계약을 한 기존 세입자도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소급 적용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밖에 당정은 실거주 집주인 계약갱신 거부권과 관련, 의무거주기간(2년)과 함께 실거주 사유를 지자체에 소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 매매 및 전세가격 주간 변동률(단위 %). /자료=부동산114
서울 매매 및 전세가격 주간 변동률(단위 %). /자료=부동산114

한편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제시했던 2030의 청약 기회 확대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민영주택에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신설되고 연소득 1억원에 달하는 4인가구도 신혼 특공 신청이 가능해집니다. 국토교통부는 오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과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내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민영주택에도 공공택지 15%, 민간택지 7% 수준의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의무화되면서 소득 기준을 130%까지 높여 도입했습니다. 4인가구 기준 월 809만원입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현재 공공주택 100%(맞벌이 120%), 민영주택 120%(맞벌이 130%)인 소득 상한을 상향키로 했습니다.

분양가 6억~9억원의 신혼희망타운과 민영주택(생애최초 주택구입 한정)에 대해서는 130%(맞벌이 140%)까지 높입니다. 4인가구 기준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140%는 871만6879원입니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1억460만2546원으로 연소득 1억원이 넘는 가구도 특별공급 신청이 가능해진 셈입니다.

기존 20%였던 국민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비중은 25%로 늘어납니다. 민영주택에도 ‘국민주택규모’인 85㎡(전용면적) 이하에 한해 공공택지는 15%, 민간택지는 7%의 물량이 배정됩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생애최초, 신혼부부, 다자녀, 노부모 부양 등을 합친 특별공급의 총 비중은 국민주택은 85%, 민영주택은 공공택지 58%, 민간택지 50%에 육박하게 됩니다.

/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임대차 계약갱신 2+2 유력’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갭투기 차단 환영과 함께 실행이 될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문제가 전세를 이용한 갭투자 때문에 전세 놓고 갭 전세놓고 갭... 자기돈 몇천 가지고 집 10채도 샀다.. 2년 후에만 팔아도 몇억 먹고...이게 문제였지 그걸 바로 잡는 수순이다 닥치고 하라면 해라 불만 다 받아줄 여유가 정부도 없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부동산 붕괴된다 터진다... 진짜” “집주인은 계약 안하겠다고 벌써 전화 옴 그냥 냅둬.. 의미없어 집 없는 사람 서러워 죽겠네 누가 쉽게 소송 걸고 어쩌고 할 수 있을 거 같나” “규제가 너무 약하니, 다주택자 급매가 아직도 없잖아요” “전월세 상한액이 5%면 앞으로 무조건 5%다. 최저임금 오른 후부터 대부분 급여가 최저임금이듯이....” “집주인도 보호해주네~~~ 실거주가 목적이면~~~ 갱신기간 다가오거나 임차인들 내쫒을 때 임대료 팍팍 올리더만 새 됐네~~~”.

‘연소득 1억 넘는 가구도 특별공급 신청 가능’에는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진정 흙수저에 열공해서 연봉 1억 조금 넘는 4인가족은요? 이런 거가 역차별임.. 흙수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로 늙어 죽도록 만드는 정부” “부부가 연봉5천이면 1억인데 부자는 아니자나” “40, 50, 60 청약 가입도 못한 서민중에 서민 무주택자가 더 문제 아니냐?” “그냥 1억에 강남집 줘라. 무주택자들. 강남 월세 산 지 20년째다. 이런 사람들한테 돈 없는 사람들한테 집 지어서 혜택 받게 하는 게 정책이지 돈 넘쳐나서 혜택 받는 게 무슨 소용이냐” “독신도 해줘라!!! 405060도 해줘라!!! 다 해줘라!!!!!” “신혼 20년차도 특공 하게 해주라”.

서울 구별 최저주거기준 미달(왼쪽) 및 주거빈곤 청년가구 비율. 강북으로 갈수록  해당 가구가 많아 빨간색에 가까워진다. /자료=한국도시연구원(통계청 2015 인구주택총조사 20% 표본)
서울 구별 최저주거기준 미달(왼쪽) 및 주거빈곤 청년가구 비율. 강북으로 갈수록 해당 가구가 많아 빨간색에 가까워진다. /자료=한국도시연구원(통계청 2015 인구주택총조사 20% 표본)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전국 청년가구의 17.6%인 45만565가구가 주거빈곤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혼자 사는 청년 5명 중 1명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불리는 곳에서 잠자리를 해결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서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은 37.2%(14만7533가구)로 전국 전체 가구의 3배를 웃돌았습니다.

부동산 중개앱 다방이 지난 4월 서울 주요 대학가 주변의 33㎡(10평) 이하 원룸 평균 월세를 조사한 결과, 평균 임대료는 52만원이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줄면서 그나마 다소 내린 가격입니다. 올해 1월 서울지역 원룸 평균 임대료는 55만원이었습니다. 대학생이나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1890년대 오 헨리의 가족사진. 첫번째 부인 애솔과 딸 마가렛. 매기로 불린 마가렛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킨 유일한 핏줄이다. /사진=위키피디아
1890년대 오 헨리의 가족사진. 첫번째 부인 애솔과 딸 마가렛. 매기로 불린 마가렛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킨 유일한 핏줄이다. /사진=위키피디아

“301호 아저씨, 202호 학생, 전기료 나왔어”. 잠시 스쳐가는 고시원 사람들에게 이름은 없습니다. 딸의 양육비가 필요해 수많은 원고에 서명했던 ‘오 헨리’도 작가의 본디 이름은 아닙니다. 1910년 6월 5일, 몸이 아파 글쓰기를 그만둔 지 2년이 넘은 오 헨리는 딸 매기에게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그에게 집은 무엇이었을까요.

“불을 밝혀다오. 어둠 속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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