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낙하산 백화점’ 가스안전공사 사장들
상태바
이번에도… ‘낙하산 백화점’ 가스안전공사 사장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13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20년간 정치인 3명, 관료 4명, 내부 승진 1명 등 8명 거쳐가
유일 공채 1기 출신 박기동 사장은 채용비리·금품수수 혐의로 구속
내부 출신 사장 비리에도… 노조 “국민 안전 위해 전문성 인사 필요”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가스공사가 후임 사장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공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7개월째 공석인 한국가스안전공사 신임 사장에 임해종 전 더불어민주당 충북 증평진천음성 지역위원장이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대 사장들이 각종 비리로 얼룩져 내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비전문가 출신의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인데요.

본지가 최근 20년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들의 이력을 살펴본 결과 정치인 3명(방용석, 오홍근, 김형근), 관료출신 4명(박달영, 이헌만, 박환규, 전대천), 그리고 내부인사는 1명(박기동)이었습니다.

정권별로 보면 김대중정부에서는 방용석(국회의원), 오홍근(청와대 공보수석) 등 2명 모두 정치인 출신이고, 노무현정부 때 박달영(가스연맹 사무총장), 이헌만(경찰청 차장)은 관료출신, 이명박정부 시절 박환규(충북 기획관리실장), 전대천(가스공사 부사장) 역시 관료출신, 박근혜정부 때 박기동(가스안전공사 부사장)은 내부승진, 그리고 현 정부에서 임명된 김형근(충북도의회 의장)은 정치인 출신입니다. 최근 20년간 총 8명의 사장 중 단 1명을 제외하곤 모두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던 인사들인 것이죠.

이들 총 8명의 이력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가스안전공사는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으로서, 말 그대로 가스 안전관리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 전문가가 필수적이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방용석, 오홍근, 박달영, 이헌만, 박환규, 전대천, 박기동, 김형근
윗줄 왼쪽부터 방용석, 오홍근, 박달영, 이헌만, 박환규, 전대천, 박기동, 김형근

2001년 임명돼 2000년대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으로 첫 스타트를 끊은 방용석 제8대 사장은 충북 진천 태생으로, 1970년 원풍모방의 전신인 한국모방에 입사한 후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노조 지부장을 역임한 노동운동가입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반에 민중당 당무위원을 지내면서 정치원에 뛰어듭니다. 1993년에는 고 김근태 전 의원과 함께 ‘통일시대 민주주의 국민회의’ 공동대표를 맡았고,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에 동참해, 김대중 총재의 노동담당 특별보좌관, 국민회의 노동특별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전국구 국회의원(제12번)으로 입후보해 당선됐습니다. 이후 2000년부터 2002년 1월까지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을 역임한 후 2002년 1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재임했습니다. 당시 고졸에 노동운동가 출신 노동부장관으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오홍근 제9대 사장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언론인 출신 정치인인데요. 고려대학교 졸업 후 중앙일보, 동양방송 등에서 기자로 근무한 후 김대중정부 때 초대 국정홍보처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등을 지냈고 2002년 2월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 임명됩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오홍근 사장의 임명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낙하산 인사 논란을 제기했습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전북 김제시 완주군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열린우리당 최규성 후보에 밀려 낙선했고, 2009년 재보궐선거에서도 출마했다가 친야 무소속 신건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습니다. 이후 18대 대선 안철수 진심캠프 국정자문단에 참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안철수계 몫 최고위원을 역임했고 안철수 의원을 따라 탈당해 국민의당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안철수계로 활동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임명된 박달영 사장은 관료 출신이지만 낙하산 인사라기보다는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로 꼽힙니다. 박달영 사장은 서울대 공업화학과 출신으로, 1982년 한국가스공사에 입사한 이래 연구개발원장, 생산본부장 전무 등을 역임했고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 취임하기 직전에는 한국가스연맹 국제담당사무총장을 역임하는 등 21년 동안 줄곧 가스업계에 몸담아 왔습니다.

때문에 박달영 사장은 과거와 같은 낙하산 임명이 재현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발탁된 가스업계 전문가로 업계에 대한 전문지식과 이해를 겸비하고 있어 공사 내부는 물론 전체 가스업계 종사자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임기도 3년을 꽉 채운 몇 안 되는 사장으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박달영 사장의 뒤를 이어 2006년 10월 취임한 제11대 이헌만 사장은 박 사장과는 달리 낙하산 논란이 일었는데요.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난 이헌만 사장은 제1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부산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대한민국 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습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광역시 사하구 갑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한나라당 엄호성 후보에 밀려 낙선했는데요. 때문에 2006년 10월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던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 임명된 제12대 사장 박환규 역시도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비켜가지 못했는데요. 충북 청원군 태생의 박 사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충북 제천군수와 진천군수, 충북민방위재난관리국장, 공업경제국장, 복지환경국장, 자치행정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지지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충북공동대표를 지냈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청주 흥덕을 선거구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습니다. 총선 7개월 후인 그해 11월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 취임합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13대 사장에 오른 전대천은 관료 출신이지만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출신으로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은 인물 중 한명으로 꼽힙니다. 전대천 사장은 경북 문경시 태생으로, 행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해 지식경제부 전신인 통상산업부 구주통상담당관, 산업자원부 가스안전과장, 전기위원회 총괄정책과장, 중소기업청 창업벤처본부장,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부장,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 원장을 거쳐 한국가스공사 부사장을 역임했습니다.

2011년 12월 2일 한국가스공사 부사장이 취임해 2014년 12월까지 임기 3년을 다 채우고 떠납니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임명된 박기동 사장은 공채 1기 출신으로, 공사 사상 최초로 내부승진 사장이라는 타이틀로 큰 조명을 받았죠.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80년 공채 1기로 가스안전공사에 입사했으며 감사실장, 고객지원처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기술이사, 안전관리이사, 부사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최초의 내부 전문가 출신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박기동 사장은, 임기 5개월을 남겨두고 불명예 퇴임하는데요. 채용비리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이 된 것입니다.

박기동 사장은 2015년 1월과 2016년 5월 있었던 공개채용 과정에서 여성 합격자를 줄이려고 인사담당자에게 면접 점수와 순위를 변경하도록 지시했고, 그 결과 합격권에 들었던 여성 지원자 7명이 불합격 처리돼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박 사장은 평소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이나 지인들에게 “여자는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인해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채용 과정의 점수를) 조정해 탈락시켜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고 합니다.

이사로 재직하던 2012∼2014년 특정 업체로부터 가스안전인증 기준(KGS 코드)을 제·개정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또 2017년에는 청와대 관료에게 감사원의 감사 무마 청탁과 금품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첫 임명된 김형근 사장은 비전문가 정치인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에 이어 비리로 얼룩졌는데요. 김형근 사장은 충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9대 충북도의회 의장, 19대 대선 충북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기획총괄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1월 가스안전공사 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가스안전공사 사장으로 근무 기간 주인 2019년 9월 충북지방경찰청에서 김형근 사장을 비롯한 가스안전공사 직원 6명을 사회공헌자금 부당사용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은 김 사장이 자신과 친분 있는 단체에 기금 일부를 지원한 정황이 포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입니다. 2019년 12월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습니다.

그 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올해 1월 2일 사장직에서 사퇴합니다. 사장으로 근무 1년 만입니다. 가스안전공사 역대 사장 중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사례는 김형근 사장이 처음입니다.

한국가스안정공사는 김형근 사장이 사퇴 후 6개월간 공석이던 사장 자리를 채우기 위해 1일부터 15일까지 공모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공모기간 중인 최근에 신임 사장에 임해종 전 더불어민주당 충북 증평진천음성 지역위원장이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사 내부에 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임해종 전 위원장은 임호선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공천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가 불출마합니다. 때문에 자리를 양보한 임 전 위원장에게 보은인사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노조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안전담당 공공기관은 정치인을 위한 논공행상이나 정치낭인들을 위한 신분상승의 재취업자리도 아니다”며 “오직 국민의 안전을 위해 멸사봉공해야하고 전문성과 함께 고도의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라면서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강행할 경우 강력한 무효화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16대 사장 공모에는 외부인사 4명과 내부인사 2명 등 모두 6명의 후보자가 지원했습니다.

한편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발생한 가스사고 700건 가운데 가스안전공사가 검사한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가 180건으로 25.7%를 차지했으며, 고압가스 사고의 경우 총 90건 중에서 가스안전공사가 검사를 시행한 곳에서 발생한 사고는 64건으로 71.1%에 달했습니다.

내부 출신의 비리에도 불구하고 노조에서는 안전을 위해 낙하산이 아닌 전문성 있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차기 사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역대 사장>

*고압가스보안협회(1974년 1월 11일~1979년 1월 31일)

전응상 회장대행(1974~1975), 유재흥(1975~1979).

*한국가스안전공사로 1979년 2월 1일 사명 변경

초대 김용식(1979~1982), 2대 김원갑(1982~1988), 3대 최진석(1988~1991), 4대 이상규(1991~1993), 5대 임종순(1993~1995), 6대 최인영(1995~1998), 7대 김영대(1998~2001), 8대 방용석(2001~2002), 9대 오홍근(2002~2003), 10대 박달영(2003~2006), 11대 이헌만(2006~2008), 12대 박환규(2008~2011), 13대 전대천(2011~2014), 14대 박기동(2014~2017), 오재순 사장대행(2017~2018), 15대 김형근(2018~2019), 김종범 사장대행(2019~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